저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선교사로 복음 직무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경험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며 복음에 필요한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배워 그 깨달음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상파울루교회는 히베이랑프레투에 위치한 지교회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2019년 하나님의 은혜로 히베이랑프레투 지교회는 새 성전을 허락받았습니다. 감사하면서도 성전 공사를 앞두고 내심 걱정됐습니다. 히베이랑프레투 지역은 상파울루에서 3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 상파울루교회 식구들이 일을 거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손이 절실하던 순간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상파울루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는 형제님이 돕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교회에 가끔 오는 분이라 교회 일에 큰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휴가까지 내고 오실 정도로 적극적이었습니다. 형제님은 일주일간 히베이랑프레투에 머물며 매일 새벽 6시부터 쉬지 않고 작업에 임했습니다. 저도 함께했지만 형제님의 체력은 따라갈 수가 없더군요. 형제님이 두세 사람 몫을 해준 덕분에 일주일 만에 공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안식일 날 새벽 상파울루에 도착한 형제님은 예배에도 참석해 하늘 축복을 쌓았습니다.
성전 건축을 통해 믿음이 성장한 형제님이 한 분 더 있습니다. 타일 붙이는 일을 하시는 형제님은 몇 년 전 침례는 받았지만 믿음을 지키기 어려운 여건에 있었습니다. 사는 지역은 상파울루에서 차로 31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마타그란지로, 그곳에는 시온이 없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형제님이 여동생을 만나러 상파울루에 온 사이 히베이랑프레투 성전 건축이 진행됐습니다. 성전 건축 소식을 듣고 기꺼이 힘을 보탠 형제님 덕에 성전 내부가 아름답게 꾸며졌습니다.
형제님은 성전 공사를 은혜롭게 마친 뒤 상파울루로 돌아와 꾸준히 성경 말씀을 살피며 믿음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한 달을 훌쩍 넘겨 세 달간 동생 집에서 지내며 주간 예배와 연간 절기까지 온전히 지켰지요. 오순절 기도주간에는 전도축제에도 참여해 복음의 열매까지 허락받았습니다. 형제님은 아버지 어머니를 향한 뜨겁고 굳건한 믿음과 고향에 진리를 전하겠다는 각오를 품고 마타그란지로 돌아갔습니다.
오래지 않아 형제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진리를 영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열 명이 넘는다는 것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 규례 지키기 어려워했던 형제님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급히 달려가고 싶었지만 상파울루 인근의 식구들에게 말씀을 가르치는 데도 하루가 빠듯해 당장 이동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을절기가 시작되기 전, 형제님이 또다시 연락을 해왔습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선지자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요. 형제님의 재촉에 동역 집사님이 마타그란지를 방문하러 먼 길을 떠났습니다. 형제님은 마타그란지와 인근 지역인 플로레스타 지역에까지 말씀을 전한 상태였습니다. 집사님이 머문 열흘 동안 총 서른세 명의 영혼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받았고 스무 명이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집사님이 당회로 복귀한 뒤에도 두 지역에서 예배를 드렸다는 소식과 함께 은혜로운 시온의 향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제 막 복음의 첫발을 뗀 식구 혼자 그 많은 영혼을 어떻게 인도할 수 있었는지, 나중에 형제님의 기도 내용을 전해 듣고 조금은 알 듯했습니다.
“영혼을 구원하는 새 언약 복음의 역사는 우리가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께서 이루시는 일입니다. 전 세계 잃어버린 형제자매를 찾는 복음의 역사가 제 고향에서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믿습니다.”
복음을 이끄시고 이루어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선교사로 브라질에 왔지만 때로는 하나님보다 눈앞에 놓인 상황과 여건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상파울루 시온이 많은 축복을 받은 이유는 하나님께서 그때그때 필요한 일꾼을 보내주시고, 드넓은 브라질 대륙에 복음이 전파되도록 이끌어주신 덕분입니다. 식구들은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복음 역사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걸음을 떼고 손을 보탰고요. 부모님의 일을 조금이나마 돕겠다고 나서는 자녀가 당신 눈에 얼마나 사랑스러우셨을까요.
제게 브라질 선교를 허락하신 뜻은, 이곳에 제 힘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 속에 모든 일이 가능하다는 확신과 용기를 심어주시기 위함이었음을 깨닫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곳에서 복음의 사명을 마음 다해 받들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식구들의 연합으로 단장된 히베이랑프레투 지교회도 신실한 영혼들로 그득히 채워질 것입니다. 마타그란지와 플로레스타 지역에도 아름다운 시온이 세워지겠지요.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복음에 불가능은 없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