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아, 미안해

한국 전주 송지수

395 읽음

어느 날 아침, 늦장을 부리다 수업 시간이 다 되어서야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급한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다가 그만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병원에서도 활동을 자제하고 조심하면 금방 나을 거라고 해서 생활에 별지장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제 생각과 다르게 발목을 삐끗한 뒤로 일상은 온통 불편 덩어리였습니다. 10분이면 충분하던 등굣길이 20~30분으로 늘었고, 쉽게 오르내리던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자취를 하는 상황이라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려니 벅찼습니다.

그러던 중 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다쳤다는 소식을 엄마에게 들은 듯했습니다. 동생은 자신도 다리를 다쳐봐서 안다며 이런저런 말로 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동생과 통화하면서 괜히 눈물이 나왔습니다. 혼자 애써 억누르고 있던 서러움과 함께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몇 년 전, 동생이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서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바쁜 엄마를 대신해 제가 동생에게 간식을 전해주러 아침마다 병원에 갔습니다. 저는 그 심부름이 귀찮았습니다. 병원에 가려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가서도 귀찮은 티를 팍팍 냈습니다. 제가 짜증을 부려도 동생은 시종일관 웃으며 저를 대했습니다.

제가 다치고 나서야 그때 동생에게 했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철없었는지 알았습니다. 정작 투정 부릴 사람은 아픈 동생이었는데 단지 아침잠이 줄었다는 이유로 제가 그랬으니 생각할수록 부끄러웠습니다.

저의 영적인 모습도 돌아보았습니다. 형제자매를 내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고 있었는지를요. 서로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당부 말씀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형제자매가 아플 때, 힘들어할 때 공감은커녕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네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저는 영적으로나 육적으로나 한참 부족한 언니였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달라지렵니다. 귀한 깨달음을 얻은 만큼, 성숙하고 든든한 언니로 거듭나서 영육 간 동생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