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집이란 어떤 집일까.
강력한 철근 콘크리트를 골조로 한 집? 아니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집? 혹은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여 지은 집? 튼튼한 집의 조건은 물리적인 요소가 아니라 바로 집 내부에 있다. 사랑과 신뢰로 똘똘 뭉친 가족이 사는 집, 끈끈한 유대관계로 이루어진 집. 그런 집이야말로 어떠한 강풍이 불어와도 끄떡없는, 가장 튼튼한 집이다.
많은 재물을 모으고 부귀영화를 누린다 한들 사랑하는 가족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회에서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도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세상 사람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는 상황에서도 나를 믿고 격려해줄 가족이 있다면 그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가족이 곧 자신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많은 가정에서 이 말을 가훈으로 내걸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화목하고 튼튼한 가정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가족이 있어도 여전히 외롭거나, 서로 아끼고 보듬어주어야 할 가정에서 불행의 싹이 트기도 한다.
가족의 두 얼굴
어느 기업이 ‘가족은 ОО이다’라는 형태로 이벤트를 공모한 적이 있다. 이때 총 10만 건이 넘는 답이 접수되었는데, ‘가족은 바람에 흔들릴 때 잡아주는 빨래집게다’, ‘행복을 더하고, 슬픔을 빼고, 미래를 곱하고, 어려움을 나누는 사칙연산이다’, ‘상처를 반듯하게 펴주는 다리미다’, ‘덜컹대는 인생길에서 잡을 수 있는 버스 손잡이다’ 등 이색 응답과 함께 가족에 대한 의미로 희망, 사랑, 행복, 힘과 같이 대다수가 긍정적인 답변들이었다. 흉악한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간 재소자들도 성장기에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가정’ 하면 따뜻한 안식처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그러나 가족이라고 해서 늘 희망을 주거나 가정이 항상 사랑과 행복으로만 가득한 건 아니다. 육아와 살림을 아내에게 모조리 맡기고 전혀 도와주지 않는 남편, 실직한 남편의 기를 팍팍 꺾는 아내,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해 마음대로 하려는 부모, 부모를 무시하고 가정을 겉도는 자녀…. 때로는 가족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좌절을 안겨주기도 하며, 무거운 짐을 떠맡기기도 한다. ‘차라리 가족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사소한 일로 붕괴되는 가정이 늘고, 핵가족마저 분열되고 있는 추세다. 독거노인, 싱글족 등 1~2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여러 부작용까지 야기되고 있다.
축복으로 시작된 가정이 암울하게 끝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머리로는 이상적인 가정을 꿈꾸지만, 그에 비해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뭐든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 중요한 건 한 사람의 희생이나 수고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튼튼한 집을 만드는 재료
1. 기초공사-사랑
집을 지을 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건 기초공사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공들여 지은 집도 쉽게 무너진다. 안정된 가정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사랑이며, 사랑으로 단단히 다져진 가정은 웬만해서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 사랑에는 대가와 조건이 없어야 한다. 상대방을 특정한 행동이나 업적 때문에 사랑한다면 서로가 진솔하게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까 불안해하게 된다. 가족 개개인의 존재를 조건 없이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가족이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자.
2. 기둥-신뢰
기둥이 집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듯, 가정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도록 떠받쳐주는 것은 신뢰다. 서로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부부, 신뢰가 깨어진 부모와 자식 간에는 사랑이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어떤 기대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믿어주는 대로 행동한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역경에 빠졌을 때, 끝까지 믿어줄 가족이 있다는 것만큼 큰 힘이 또 있을까.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믿음을 주는 것이다. 믿음은 일상의 작은 일들에 대한 태도들이 쌓여 만들어지는데, 믿음을 주는 확실한 방법은 ‘언행일치(言行一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가족이라도 믿기 힘들 것이다.
3. 문-존중
존중을 집에 비유하면 문과 같다. 문을 통해 집을 드나드는 것처럼, 서로 공감하는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지배와 복종을 낳고, 상대방이 그에 부응하지 못할 때 화가 나거나 실망하게 된다. 부모가 아이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한탄하거나 부부 간에 “꽉 잡고 산다”, “잡혀 산다”와 같은 주도권 다툼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들어주며, 상대방이 소중히 여기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나는 당신을 존중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해줄 수 있다.
4. 창문-대화
창문이 없는 집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상상만으로도 갑갑하지 않은가? 대화가 없는 집은 창문이 없는 꽉 막힌 집과 같다. 창문이 외부와 소통하는 역할을 하듯이, 가족이 소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대화로 해결 못할 문제는 없다. 누군가 ‘가족 간의 대화는 그 사람의 구두를 신고 세상을 보는 것’이라 했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 외에 다른 비법이 없다는 것이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은 가족 간에 대화를 단절시키는 가장 큰 적이다.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면서 일체감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꼭 필요할 때 외에는 텔레비전 시청과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가족을 향해 눈과 귀를 열자.
5. 지붕-감사
집의 맨 위에서 눈·비·햇빛·바람을 막아주고 공간을 아늑하게 만들어주는 지붕. 아무리 멋진 집이라도 지붕이 없다면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다. 감사는 가족 간의 모든 허물을 덮어주고 더욱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는 지붕이다. 행복한 가정일수록 서로 간에 감사하는 마음이나 표현이 아주 풍부하다. 반대로, 늘 원망과 불평이 가득한 가정은 지붕이 부실해 비가 새고 바람이 부는 집처럼, 외부로부터 오는 시련을 막아낼 수 없어 금세 황폐해지고 말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세찬 겨울 눈보라도 감사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보다 모질지는 않다”고 했다. 감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따뜻한 가정이야말로 튼튼하고 건강한 가정이다.
튼튼한 집의 진가가 발휘되는 때
세상에 문제가 하나도 없는 가족은 없다. 가족 수가 적다고 고민과 갈등까지 적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불행이 닥칠 때, 조금만 어려운 상황에 빠져도 휘청거리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도 거뜬히 헤쳐 나가는 가족이 있다. 가족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아 함께 노력한다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를 계기로 행복이 샘솟는 가정을 이루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강풍이 불 때 튼튼한 집의 진가가 발휘되듯, 튼튼한 가정의 진가도 시련이 찾아올 때 발휘된다. 가족 간에 갈등과 문제에 직면하는 것에 불안해하거나 좌절하지 말자. 이는 가족을 더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는 기회다.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아들의 ‘달리고 싶다’는 소원에 아들을 데리고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한 아버지가 있다. 아들을 태운 고무보트를 끌고 3.9㎞를 수영하고, 자전거로 180㎞를 달리며, 42.195㎞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횟수만 6회. 아버지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거라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아들아, 네가 없었다면 나는 하지 않았다.”
이 말 한마디는 가족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가늠하게 한다. 괴테는 ‘임금이든 백성이든 가정에서 기쁨과 평화를 찾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5월만 특별히 가정의 달이 아니라 1년 365일 하루하루가 가정의 날이 되어 가족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튼튼한 가정을 가꾸어 나가자. 분명 남부럽지 않은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