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반짝, 마음도 반짝

귀찮고 하찮은 일로 여겨지는 청소. 청소가 사람을 바꾸고, 가정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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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중 가장 귀찮고 번거로운 일’,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집안일’.

한국갤럽이 ‘한국 주부의 청소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 및 실태’에 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위 두 항목에서 청소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청소는 사람들에게 귀찮고 번거로우며 힘든 일로 인식된다. 외출하고 돌아가면 우렁각시가 집 안 곳곳을 깨끗이 치워놓는다든가, 편히 쉬고 있는 사이 누군가 짠! 하고 나타나 선반 위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고 윤이 나도록 걸레질해 주는 상상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봄 직하다.

살짝만 문질러도 때가 빠지는 강력한 세제, 빨지 않아도 되는 일회용 물걸레, 미세한 먼지까지 흡입하는 청소기, 심지어 버튼만 누르면 집 안 곳곳을 누비며 알아서 청소해 주는 로봇청소기까지, 청소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청소는 달갑지 않은 숙제 같은 일이다.

바빠서, 혹은 편하게 살고 싶어서, 어차피 다시 지저분해질 테니까, 안 해도 개의치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핑계로 미루고 버틴다 해도 결국에는 백기 들고 소매를 걷어붙이게 만드는 청소. 청소는 우리 삶에 필연적이다. 자동차·냉장고·침대·에어컨 등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집·사무실·학교·거리 등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청소의 대상이다.

조금만 소홀히 하면 금방 표시가 나고 열심히 해도 별로 티가 안 나는 일,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그래서 살아가는 동안 밥 먹듯 해야만 하는 일. 과연 청소란 귀찮고 번거롭기만 한 일일까?

밝고 쾌적한 곳에 깃드는 긍정 에너지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 한 대가 방치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배터리, 타이어 같은 부품들을 하나씩 뜯어가다 나중에는 마구 부수기까지 했다. 자동차가 흉물스럽게 변하자 그곳에서 범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1994년 뉴욕시장으로 선출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치안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이 이론을 고려했다. 범죄의 온상인 지하철의 낙서를 지우고 깨끗이 청소하라는 방침을 내린 것이다. 청소보다는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뉴욕시는 수년에 걸쳐 낙서 제거에 주력했다. 그 결과 범죄 건수는 70% 이상 줄어들었고, 시민들도 마음 놓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꿈과 환상의 나라, 도쿄 디즈니랜드에서는 바닥에 떨어진 팝콘을 주워 먹을 수 있을 만큼 깨끗이 청소하기로 유명하다. ‘커스토디얼’이라 불리는 청소 담당자들은 ‘더러워졌기 때문에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지지 않도록 청소하는 것’을 목표로 담당 구역을 철저히 관리한다. 지저분한 곳에서는 꿈도 희망도 기대할 수 없다는 신념에서다. 이러한 기업 정신이 구현된 도쿄 디즈니랜드는 연평균 방문자 1,600만여 명을 자랑한다.

청소하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고 벌레가 생기며 악취가 난다. 필요한 물건을 찾아 헤매느라 시간을 빼앗기고, 건강까지 위협받게 된다. 그곳이 가정이라면 단란함과 거리가 멀어지고, 상점이나 식당이라면 손님이 끊기며, 회사라면 업무 능률이, 학교라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 실제로 대학생 기숙사·자취방 83곳과 일반 사무실 94곳을 조사한 새뮤얼 고슬링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지저분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보다 깨끗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이며 창의력도 높다고 밝혔다.

일본 전국을 다니며 청소가 가진 힘에 대해 강연하는 마쓰다 미쓰히로 씨는 ‘여러 가정을 방문해 보니 지저분한 집은 가족 간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더러운 방은 마이너스 에너지가 생기지만 깔끔하게 청소된 방에는 플러스 에너지가 생겨 행복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지저분한 곳은 더 지저분해지지만 깨끗한 곳은 깨끗하게 유지되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마음까지 변화시키는 청소

마쓰다 미쓰히로 씨가 청소의 힘을 전파하게 된 것도 자신이 이를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사업에 실패하고 가정의 위기까지 겪은 그가 무기력함에 빠져 쓰레기 더미와도 같은 집에서 지내고 있을 때, 한 친구가 청소 도구를 들고 찾아왔다. 친구의 권유로 집을 함께 치우면서 의욕이 샘솟은 그는 청소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가정도 다시 꾸리게 되었다. 청소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셈이다.

안창호 선생은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동포들이 비참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집과 주변을 말끔히 청소하는 데 힘썼다. 청소를 중요시하는 이유를 묻는 동포에게 그가 말했다. “청소는 생활의 기본입니다. 최소한 자기 주변만큼은 스스로 치울 정도로 기본이 갖춰진 뒤에야 그 이상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눈에 보이는 것에 마음도 닮아가는 법, 청소란 단지 눈에 보이는 더러움을 없애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을 닦는 일이다. 심리학자 로런 나폴리타노 박사는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는 것은 스트레스로 가득 쌓인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라며 “어질러진 주방이나 쓰레기로 가득 찬 서랍을 정리하는 작은 행동이 기분과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2002년 미네소타대학교 연구팀이 20대 청년 84명의 성장 과정을 조사한 결과, 서너 살 때부터 집안일을 한 사람은 가족·친구와의 관계가 원만하고 다방면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심부름을 통해 자신감과 책임감, 통찰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청소가 다른 사람을 위한 일 같아도 실상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득이 더 크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방 청소부터 해보라.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하는 데 청소만큼 효과적인 일도 없다.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반짇고리를 정리하라(토마스 칼라일)’는 말도 있듯, 필요 없는 물건들을 비우고 구석구석 털고 쓸고 닦아내고 나면 머릿속, 마음까지 정리된다.

청소는 즐겁고 신나게

미국의 36대 대통령 존슨이 미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했을 때, 콧노래를 부르며 복도 바닥을 닦고 있는 청소부를 발견했다. 대통령이 그에게 다가가 “청소하는 일이 그렇게 즐거운가?”라고 묻자, 청소부가 대답했다. “저는 단순히 청소를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는 중입니다.”

같은 일이라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무슨 일이든 허드렛일로 여기면 귀찮고 꺼려지지만 가치를 발견하고 즐겁고 신나는 마음으로 임하면 소중해진다. 청소도 마찬가지다. ‘허구한 날 하는 청소, 지겹다!’ 하고 투덜거리며 마지못해 하노라면 더욱 힘들게 느껴질 뿐 아니라 청소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 청소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수도, 행복을 느낄 리도 만무하다.

청소는 가족이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왔을 때 쾌적한 분위기로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이자 말없는 사랑의 표현이며, 가족에게 윤택한 삶을 가져다주는 가치 있는 일이다. 즐겁고 신나는 마음으로 하면 집 안 곳곳 손길 닿는 곳마다 애정이 생긴다. 잠자고 쉴 수 있는 집이 있음에 감사하고 그 공간을 공유하는 가족이 더없이 소중해진다. 청소의 긍정적인 힘이 백배 발휘된다.

부모가 어쩔 수 없이 청소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억지로 청소를 시키면 자연히 아이도 청소를 귀찮은 일로 생각하기 쉽다.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청소 습관을 길러주어 가족의 일원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즐겁게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집은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청소 또한 어느 한 사람의 몫으로 간주하기보다 때를 정해 함께하거나 서로 분담해서 도와야 더욱 의미 있다. 시간대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 좋지만 가정 상황에 맞게 정하되, 되도록이면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순서는 위에서 아래로(천장, 벽면, 바닥 순), 밖에서 안쪽(문·방충망, 베란다·현관, 거실, 주방, 방, 화장실 순)으로 진행한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묵혀두면 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해도 어수선해 보이므로 불필요한 짐은 수시로 처분하기를 권한다.

고사성어에는 ‘웃으면 복이 온다’는 의미의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도 있지만 ‘웃을 소(笑)’ 대신 ‘쓸 소(掃)’가 들어간 ‘소문만복래(掃門萬福來)’도 있다. ‘집 안을 깨끗이 쓸고 청소하면 만복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그러나 때로는 청소 그 자체에 너무 집중해 가족을 등한시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집을 공들여 청소해 놓았는데 아이가 과자 부스러기를 흘려 엉망이 되었다고 아이를 호되게 꾸짖는 경우처럼.

성경 잠언에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는 구절이 있다. 구유보다는 소가 귀하다. 집을 깨끗이 해야 하는 이유도 그 안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분명 경험하게 될 것이다. 걸레로 방바닥을 훔치고, 솔로 화장실을 닦고, 현관을 치우는 이 단순한 행위가 지닌 놀라운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