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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만의 고백

한국 구미 박영경

1568 읽음

엄마는 곱디고운 스물네 살에 버스 한 대 다니지 않는 외딴 시골에 시집와, 시부모님 모시며 시동생과 자식 삼 남매 뒷바라지를 하셨습니다.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형수로서 그 역할에만 충실하여 살다 보니 자신의 이름은 잊은 지 오래되셨지요. 그런 엄마가 어느덧 61번째 생신을 맞으셨습니다. 온 가족이 다 모인 자리, 손주들의 사랑 공세가 끝나갈 무렵 아버지가 종이 한 장을 들고 오셨습니다. 그러고는 쑥스러우신 듯 “여보”라는 말로 손수 쓰신 편지를 읽기 시작하셨습니다.

“61번째 생일을 축하하네. 박씨 가문에 출가하여 시어른 모시고 시집 산다고 고생이 많았네. 우리가 결혼한 지 어언 37년이 되었는가 봐. 세월은 정말 빠르기도 하지. 그동안 잘해주지 못한 게 마음이 아프구먼. 앞으로는 잘할 것을 약속하네. 결혼해서 똘똘한 삼 남매를 낳아줘서 정말 고맙고, 또한 다들 결혼해서 손자 손녀 다섯 명이나 봤으니 얼마나 흐뭇하고 좋은지. 앞으로 당신과 남은 인생 싸우지 말고 서로 이해하고 재미있는 삶을 살아가보세나. 여보 사랑해!”

여느 시골 어르신들이 그러하듯 그저 무뚝뚝하게만 생각했던 아버지에게 이렇게 멋있는 면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잠잠히 듣고 계시던 엄마는 감동의 눈물을 쏟으셨습니다. 37년 동안 쌓인 희생과 수고의 흔적이 편지 한 통으로 위로가 될 수 있을까마는 그것만으로도 족하게 여기시는 엄마. 부디 아버지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