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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7일

소통에 필요한 것

호주 시드니, 주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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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부터 직장을 다니며 사회생활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말로 다 못할 정도였습니다. 언니를 따라가 만난 하나님의 교회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천사 같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같이 무엇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 즐거웠습니다.

진리를 영접하고 일 년쯤 지나 해외선교에 자원했습니다. 해외 경험은 물론 선교 경험도 부족한 처지지만, 시온에 하나님이 계시고 시온에서 하는 일에 하나님의 축복이 담겨 있다는 확신 하나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선교 장소는 호주 시드니. 시드니에 교회를 세우겠다는 포부로 몇몇 한국인 청년들이 호주에서 걷고 있던 전도의 걸음에 저도 동참했습니다.

포부 역시 식구들만큼 컸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모국어인 한국말로도 전도해본 적이 많지 않은데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전하려 하니 버벅거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도 현지인들은 말씀을 듣고 하나둘 시온으로 나아왔습니다. 호주 본토인과 주변 섬나라 주민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지금껏 살아온 환경과 종교에 관계없이 진리를 영접하는 모습은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복음의 열정은 갈수록 뜨거워졌고, 할 수만 있다면 호주에 계속 머물며 축복을 받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인종이 한데 어우러진 시드니에서 진리를 전하다 보면 “모든 민족에게 말씀을 전하라”는 성경의 예언을 성취하고 있다는 보람이 비할 데 없이 컸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 가정을 꾸리면서 호주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 식구뿐이었던 시드니 시온은 그사이 현지인 식구들로 채워졌습니다.

점점 커가는 시온에서 제 역할을 심도 있게 고민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성경 말씀을 가르쳐주고 진리를 분별하게 하는 역할만 했다면 이제부터는 새 식구들에게 일꾼의 마음가짐과 행동 등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어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문화의 차이 때문인지, 마음만 앞서서인지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식구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남편은 아주버님이 있는 미국에서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내 뜻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남편을 따라 주거지를 미국으로 옮겼습니다.

미국은 이민 국가라고 불릴 만큼 이민자가 많은 나라입니다. 시온에도 여러 국적의 식구들이 함께 있어서 마음을 맞추기가 쉽지 않겠다고 지레짐작했습니다.

그러나 착각이었습니다. 식구들은 서로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포용했습니다. 불협화음 없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식구들의 모습은 하나님의 살과 피를 물려받은 가족 자체였습니다.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마음을 나누는 일에 언어나 성장 배경의 차이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 복음 전도자라면 열정과 말씀 능력도 중요하지만 먼저 식구를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랑의 마음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가슴 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조금씩 미국 생활에 적응해갈 무렵, 사정상 다시 호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시드니 식구들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반가우면서도 민망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호주에 도착하자 식구들이 환한 미소로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따뜻한 미소에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변화될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도와주셨습니다. 해외성도 방문단에 참여해 한국에 다녀온 식구들과 은혜를 나누는 것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식구들은 한국에 있을 때 하늘 어머니께서 한 명 한 명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시고 배려해주셨는지 감동 어린 표정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일정마다 함께해주시며 세세히 챙겨주시는 것은 물론 생활 습관, 식성, 심지어 식사 속도까지 맞춰주셨다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와 반대되던 제 과거(?)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새 식구들을 보면서는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복음의 역사를 이끌어가고 계신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호주 인근 섬인 사모아에서 온 아네 자매님은 저희와 처음 만난 뒤 연락이 끊어졌던 분입니다. 복잡한 일이 있어서 잠시 집을 떠나 있던 것인데 하루는 딸이 엄마가 너무 힘들어 보였는지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하더랍니다. 자매님이 알겠다고 하자 딸이 물었습니다. “엄마, 그런데 하나님 전화번호가 몇 번이에요?”

그 말에 자매님은 저희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곧바로 저희를 만나 진리를 영접한 자매님은 어디를 가든지 복음을 전했고, 나중에는 고향인 사모아에 돌아가 가족과 친지를 하나님 품으로 이끄는 큰 선지자가 되었습니다. 사춘기 아이를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리고 나서 진리를 영접한 자매님도 있습니다. 종교에 관심이 전혀 없던 분인데 자기도 모르게 기도가 나왔고, 그러고서 며칠이 지나 저희를 만나자 ‘이분들이 다니는 교회에 나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가 보다’ 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각자의 사연을 안고 시온으로 나아온 식구들에게 따뜻한 사랑만큼 필요한 것이 있을까요. 절기 때마다 제가 바라던 성령의 은사는 언어 능력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정작 먼저 구해야 할 은사는 사랑이었는데 말이지요. 지금은 날마다 사랑의 은사를 구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랑은 가졌다가도 잃기 쉽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마음으로 감싸주고 포용해주자고 다짐해놓고도 돌아서면 또다시 편협한 시각으로 식구를 판단하려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내 기준에서 배려한다고 했는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아닐 때도 있었고요. 진짜 사랑한다면 다 해결될 문제겠지요. 해외복음을 완성하려 내 스스로 호주에 온 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사랑을 배우고 채워야 하기에 하나님께서 이곳으로 발걸음을 이끌어주셨습니다. 사랑으로 모든 식구들을 품어주고 모든 아픔을 감싸주고 모든 허물을 덮어주며 모두와 마음을 나누는, 넓고 깊은 믿음을 가진 자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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