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한국, 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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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세상살이에 마음 둘 곳을 찾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 놀러온 동생이 하나님의 교회에 다녀보라고 권했습니다. 2년 전 새언니의 초대로 동생과 같이 가보았던 그 교회였습니다. 주위에서 비방하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린 저와 달리 동생은 그때부터 하나님의 교회에서 신앙을 시작했습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동생이 하도 간절히 바라기에 소원이나 들어주자는 심정으로 따라나섰다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한 달 후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성경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성경이 그토록 재미있는 책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여태껏 몇 장만 읽어도 잠이 쏟아지던 책이 새벽까지 읽고 또 읽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성경의 예언을 살필 때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예배를 드리다가 참 하나님을 만난 감격에 가슴이 벅차올라 여러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행복을 다른 가족과도 나누고 싶어 진리를 전했습니다. 친정에는 오랫동안 개신교 교회에 몸담으며 직분을 받은 가족도 있고, 나름대로 목회자의 길을 가려고 준비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반대는 예상보다 더했습니다. 교회를 오해하고 있는 가족들을 볼수록 진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점점 커졌습니다.

그러다 몸이 불편한 친정아버지를 모시던 셋째 언니에게 사정이 생겨 언니가 하던 일을 제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자원하기는 했어도 생활 터전을 옮겨야 하다 보니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가족을 위한 일이기에 마음을 굳게 먹고 홍천으로 내려갔습니다.

역시나 모든 환경이 바뀌어버린 생활은 꽤 힘들었지만 힘겨움을 상쇄하고도 남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친정아버지가 하나님 품으로 나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던 친정 엄마가 신앙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엄마 마음의 빗장은 열릴 줄 몰랐습니다. 매일 눈물로 기도드리는 동안 마음이 점차 달라진 사람은 저였습니다. 가족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단순히 진리니까 전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가족이 하나님 품에서 진정한 위로와 안식을 얻기를 바라게 됐으니까요.

장사를 하느라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엄마는 가족 걱정에 마음을 놓지 못했습니다. 셋째 언니는 직장 생활과 농사일을 병행하느라 휴일에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고 엄마와 언니의 일을 도우며 어떻게 하면 진리 말씀을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수년이 흘렀습니다. 여느 날처럼 언니의 농사일을 거들고 있는데 언니가 “나는 왜 믿음이 안 생기지?” 하며 뜻밖의 말을 꺼냈습니다. 그 말이 제 귀에는 “나도 하나님을 믿고 싶지만 믿음이 생기지 않아”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결혼 전 잠깐 개신교 교회를 다녔던 언니가 결혼한 이후에는 나가지 않고 있어서 신앙에 아예 관심이 없는 줄로 알았습니다. 놀란 기색을 감추고 언니에게 성경을 공부해보면 믿음이 생길 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언니와 신앙에 대해 속 깊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며칠 뒤에는 함께 웃으며 성경 말씀을 살폈습니다.

언니가 달라진 모습에 용기를 얻어 엄마에게 다시 말씀을 전했습니다. 처음에는 싫다고 거절하던 엄마는 이내 성경 말씀에 귀를 기울이셨습니다. 하루는 엄마를 집에 모셔다드리며 꼭 같이 천국에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장사 정리하고 나면 너희 교회에 가겠다”하는 게 아닌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엄마가 맞나 싶었습니다. 이후 엄마는 정해진 수순처럼 하나님께 나아왔고 안식일 예배까지 드렸습니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엄마의 마음을 눈 녹듯 사르르 녹여주신 하나님께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셋째 언니도 요즘 성경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걸 보니 곧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엄마를 진리로 인도하며 한 영혼을 구원하는 데에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시온으로 데려가겠다는 욕심에 내가 아는 것을 전하기에만 급급했지 가족에게 힘든 일은 없는지, 어떤 말씀이 필요한지 관심을 가지고 세세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구원의 축복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먼저 진리를 영접한 가족들의 희생과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새언니는 모진 말을 들으면서도 제게 구원의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동생은 저를 시온으로 인도하려고 3일간 간절히 기도드리고 저희 집에 왔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누구보다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대상이기에 가족이라는 핏줄로 맺어졌나 봅니다. 귀히 얻은 깨달음만큼 저도 곁에 있는 영육 간 가족들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며 아낌없는 사랑을 주렵니다. 말 그대로, 가족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