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길을 따르며

인도 MH 푸네, 이세민

조회 6,610

저는 인도로 발령받은 지 3개월 차에 접어든, 인도 복음의 초보 선교사입니다. 나름대로 해외 선교 경험이 많다고 자부했지만 인도에 와서는 제 자신이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하나님께서 부족한 저를 복음에 합당한 선지자로 세우시려 인도에 보내주셨다는 것을, 전도축제 기간 중 후블리 지교회에 다녀오면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번 여정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가슴에 새기고, 전 세계 시온 가족들과 나누고 싶어 짧은 글을 적습니다.

푸네에서 후블리로 가려면 버스로 12시간 이상 걸립니다. 인도에서 이 정도 거리면 옆집이나 다름없다는데 저로서는 첫 장거리 전도 여행이 쉽지 않았습니다. 90도 각도로 고정된 딱딱한 버스 좌석에 앉아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며 덜컹거리는 동안 멀미가 나서 내내 식은땀을 흘렸지요. 이대로 10시간 넘는 길을 어떻게 갈지 앞이 캄캄했지만 저와 동행한 장년부 구역장님이 옆 승객에게 열심히 말씀을 전하는 모습을 보니 다시 기운이 솟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후블리 지교회에 도착해 보석같이 예쁜 영혼들과 마주하는 순간 멀미 기운과 피로가 싹 달아났습니다. 지교회 식구들은 늦은 시간에도 저희를 마중 나와주었고, 식구들을 통해 오랫동안 진리 말씀을 배워온 이웃과 친지들도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총 6명의 영혼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새 식구들은 이미 안식일은 물론 가을절기까지 온전히 지키며 믿음을 키우던 분들이었습니다. 침례식을 마치고 기쁨으로 눈을 반짝이는 식구들과 어슴푸레한 전등불 아래서 성경 공부를 이어가는 동안 하늘 아버지 생각이 참 많이 났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말씀의 양식을 애타게 기다린 자녀들을 위해, 완행열차를 타고 늦은 시각에 도착하셔도 밤이 깊도록 말씀을 알려주셨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그리해보고서야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이 얼마나 큰지 가슴에 와닿아 말씀을 가르치면서 자꾸 목이 메었습니다.

“인도에 가면 아버지 희생과 사랑을 많이 느끼게 될 거예요.”

어머니께서 주신 말씀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인도에 와서 적응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식사 시간입니다. 인도 사람들은 보통 점심은 오후 3시쯤, 저녁은 밤 10시쯤 먹습니다. 한국의 식사 시간에 길들여져 있는 저는 끼니를 거르는 것도 아니고 조금 늦게 먹는 것인데도 항상 배가 고팠습니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말씀을 전하다 보면 여지없이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께서 초창기 복음 밭을 일구셨을 때는 전쟁 후 국토가 황폐화되어 온 나라가 궁핍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기에, 아버지께서는 전도 경비를 마련하고 진리 책자를 기록하고 교회를 꾸려가시려 힘들고 거친 노동 일을 하시면서도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으셨다지요.

동방 땅끝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새 언약 복음이 순식간에 인도까지 전해져 이름도 몰랐던 도시와 마을에서도 수많은 영혼이 진리를 영접하는 놀라운 역사의 밑바탕에는, 잃은 자녀 찾아 구원하겠다는 일념으로 37년간 지난한 복음 길을 걸으신 아버지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껏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시며 모든 풍파를 막아주시는 어머니의 사랑이 있기에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마 24장 14절) 하신 예언대로 구원의 기별이 온 인류에게 속히 전파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역사를 이루기 위해 부르심을 받은 선지자로서, 오직 저희 구원을 위해 희생 길을 꽃길 삼아 걸으신 아버지의 본을 따르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를 닮아 아름다운 믿음으로 복음에 헌신하는 형제자매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