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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문이 활짝 열린 랑바레네에서

가봉, 랑바레네 단기선교단

1530 읽음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에서 서부 소도시 랑바레네로 가는 길. 군데군데 비포장도로가 이어지는, 조금은 험한 길을 다섯 시간 달린 끝에 도시에 들어서자 양옆으로 죽 늘어선 주택과 그 앞을 오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진리를 전해주자. 한 영혼이라도 더 살리고 돌아가자.’ 모두의 가슴속에서 불덩이가 타올랐습니다.

한국에서 머나먼 아프리카의 가봉까지 단기선교를 간 보람은 매우 컸습니다. 랑바레네 사람들이 성경 말씀을 무척 좋아했으니까요. 낯선 동양인들을 경계할 만도 한데,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네, 들어오세요” 하며 반겼습니다. 아봉고라는 마을에서 만난 노부부도 그랬습니다. 두 시간가량 진리 발표를 경청한 두 어르신은 이후 나흘 동안 정말 많은 말씀을 살폈습니다.

남편인 마티아스 할아버지가 먼저 진리를 영접하고 “자유를 얻은 기분”이라며 기뻐했습니다. 저희도 감격해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유월절을 지킨 뒤 영안이 밝아져 성전의 우상을 모두 없앴던 히스기야처럼, 할아버지는 집에 가득하던 우상들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 떼어버렸습니다. 할아버지의 아내와 딸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받았고요.

하나님께서 저희를 수많은 나라 중에 가봉으로 보내신 이유가 분명하게 깨달아졌습니다. 하늘 가족들이 생명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집마다 한 번도 구원의 진리를 들어보지 못한 이들이 허다했고, 한 집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으면 온 가족과 이웃이 주위로 모여들었습니다.

‘이곳에도 시온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영적 목마름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잘 안되는 프랑스어로나마 열과 성을 다해 말씀을 전하고 있노라면 단기선교 기간이 너무 짧게 느껴지고 가슴 한구석이 짠했습니다.

당장 예배드릴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안 새 식구들은 자신의 집을 기꺼이 예배처로 내주었습니다.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예배 장소에 직접 자수를 놓은 테이블보를 깔며 하나님께 예를 갖추는 모습이 얼마나 은혜롭던지요. 오후와 저녁 예배에는 예상보다 많은 식구들이 와서 의자를 더 준비해야 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멀고 먼 아프리카 땅에서 하늘 가족들과 함께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하루는 다시 만나기로 했던 분을 만나러 갔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근처에서 전도하려 했지만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만난 사람도 자신은 크리스천이 아니라 말씀을 듣지 않겠다고 거절했습니다. 실망하지 않고 그분에게 혹시 근처에 기독교인이 있는지 물으니 도저히 집이 나올 것 같지 않은 무성한 숲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한 사람만 걸을 수 있을 만큼 좁은 길을 5분쯤 걸었습니다. 바나나나무가 지천인 숲길의 끝에는 신기하게도 작은 마을이 있었고, 마을의 첫 번째 집에서 미헤이라는 이름의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그날, 아주머니와 4명의 자녀에게 몇 시간 동안이나 말씀을 전했습니다.

다음 날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 프랑스어가 서툰 식구들끼리 미헤이 아주머니 집을 방문하게 되어 공부하는 내내 진땀을 뺐습니다. 공부 도중에 “저희가 잘 말하고 있나요?”라고 묻자 아주머니가 크게 웃으며 “아니요, 그래도 이해할 수 있어요” 할 때는 민망하고 죄송해서 혼났습니다. 하지만 높다란 언어의 장벽도 이 영혼을 살리고자 하는 간절함을 막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새 이름을 영접하시겠어요?”

저희 물음에 아주머니가 대답했습니다.

“비앙쉬흐(물론이죠)!”

하나님의 자녀가 되길 간절히 원한 미헤이 자매님을 비롯해 자녀들과 손자까지 6명의 식구가 한날한시에 하늘 가족으로 거듭났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울창한 숲속에서 하늘 가족을 찾다니, 얼마나 기쁜지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새노래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식구들을 두고 귀국하자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일정을 마친 뒤 우선 리브르빌로 돌아간 저희는 단기선교 기간을 연장하고 다시 랑바레네로 향했습니다. 연락도 없이 돌아온 저희를 보고 식구들은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겨우 보름 남짓 알고 지낸 낯선 동양인들에게 “매일매일 여러분이 생각나고 매일매일 보고 싶었어요”라며 반가워하는 형제자매들은 천생 우리 하늘 가족이었습니다.

식구들을 찾아가 부지런히 말씀의 양식을 전해주었습니다. 그 와중에 자꾸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습니다. 마흐바 자매님이었습니다. 진리를 듣고 너무나 기뻐하며 새 생명의 약속을 받았던 자매님은 가정 형편 때문에 머지않아 아봉고 마을을 떠나야 한다고 했었는데, 저희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만날 길이 없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자매님이 어디로 갔는지 몰랐습니다.

애를 태우던 중 우연히 자매님이 지내고 있다는 마을과 자매님의 이모 이름을 알게 됐습니다. 마침 점심을 먹고 두 시간 정도 시간이 비어서 자매님을 찾으러 나섰습니다. 그 마을에서도 묻고 물으며 한참을 헤맨 뒤에야 아이들을 씻기려고 강가에 나온 자매님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매님은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저희를 다독이며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침대 머리맡에는 저희가 주고 간 설교집과 성경이 놓여 있었습니다. “봐요, 저 매일 성경 읽었어요. 그리고 기도도 매일 했어요” 하며 머리 수건을 내미는 자매님을 보고 다시금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이토록 진리를 사모하는 영혼이 있기에 어서 가서 찾으라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내주셨다는 것을요.

더없이 뜻깊었던 두 번째 단기선교 일정까지 마치고 리브르빌로 돌아왔습니다. 안식일 날, 저희와 마흐바 자매님이 통화하는데 곁에서 듣고 있던 리브르빌 시온의 한 자매님이 어느 마을에 사는 마흐바인지 물었습니다. 랑바레네 아봉고 마을에 살던 분이라고 하자 자매님이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제 사촌 동생이에요!”

마흐바가 일찍 부모를 여의고 힘들게 사는 것이 가슴 아팠는데 구원의 소식을 전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자매님은 눈물을 쏟았습니다. 잃은 하늘 가족을 찾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해서 저희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 하신 하나님의 분부를 따르면 우리가 얼마나 큰 기쁨을 얻는지, 앞으로 나아갈 길에는 얼마나 값진 축복이 예비되어 있는지, 철없이 죄짓고 이 땅으로 내려온 죄인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느낀 것이 참 많은 이번 단기선교는 하늘 자녀인 저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영적 나침반과 같았습니다.

이 감동과 깨달음을 잊지 않고 저희는 또다시 동쪽으로, 서쪽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한 번도 생명수 진리를 접하지 못한 채 영적 갈증에 시달리는 영의 형제자매가 또 다른 나라와 도시에 있으니까요. 하나님께서 앞서 걸으신 이 길이, 부디 저희와 모든 하늘 가족을 천국까지 인도하는 꽃길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