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스(Khalas) 정신으로

이집트, 카이로 단기선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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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교회, 벨빌교회, 나미비아 빈트후크교회가 연합해 이집트 카이로 단기선교를 다녀왔습니다. 시온마다 이집트 단기선교에 참여하길 원하는 식구들이 많았지만 소수의 인원만 갈 수 있었기에 여건이 허락된 단기선교단원들은 모두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더욱 뜨거운 열정과 각오로 복음에 임했습니다.

이슬람교도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집트에도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치안도 매우 좋고 상점들도 늦게까지 문을 열어 밤늦은 시간까지 말씀을 전할 수 있었지요.

처음에는 저희의 짧은 아랍어 실력으로 전하는 말씀을 듣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언어와 이념의 장벽을 초월해 이집트인들이 오직 자녀들의 구원만을 바라시는 하늘 어머니의 마음을 느끼게 해달라고 합심으로 기도드린 뒤부터, 가던 길을 멈추고 시간을 내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습니다.

배고픈 줄도 모르고 바쁘게 전도하던 어느 날, 한 이슬람교도를 만났습니다. 자신은 무슬림이라 성경에 관심이 없다고 해 저희는 대화를 마치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잠시 후 다른 사람에게 말씀을 전하고 있는 저희 쪽으로 그가 급히 뛰어왔습니다. 생각이 바뀌어 저희가 전하는 메시지를 꼭 듣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듣고 이후로 쭉 성경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일로 이슬람교도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습니다. 진리에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들 역시 생명수에 목마른 영혼들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저희의 사명은 70억 인류 전도이니 예외를 둘 수는 없었습니다.

생명수를 기다리고 있던 영혼들은 성경 한두 구절만으로도 마음 문을 열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떤 분은 이사야 25장에 하나님께서 베푸실 구원의 약속에 관한 말씀을 보고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분은 성경과 관계없이 자신들 교단의 전통만을 고집하는 기독교인들의 행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분에게 이사야서의 예언대로 진리를 가지고 오시는 하나님과, 하나님께서 복구하실 진리가 무엇인지 직접 알아보도록 교회 웹 사이트 주소를 알려드렸습니다.

며칠 후, 한 형제님이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에 그분으로부터 3개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당신이 알려준 웹 사이트 검색은 마쳤어요. 지난 한 주간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답니다.」 「제 대답은… 모든 말씀들을 믿습니다.」

그분은 지금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하늘 가족은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상봉했습니다. 에피소드를 하나 전해드리자면, 저희가 통행이 불가능한 지역에 들어섰다가 관계자에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알아듣지 못할 아랍어로 혼나고 있는 저희를 안쓰럽게 여긴 어떤 청년이 중재에 나섰습니다. 그녀는 아랍어로 대신 사과해주는 것도 모자라 숙소까지 저희를 데려다주었습니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녀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예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가본 적이 있다는 그녀는 우리가 거기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사는 곳도 마침 저희 숙소 바로 옆 골목이라 그녀와 계속 만나 성경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멋진 사례는 지하철에서 진리를 전한 일입니다. 하루는 지하철 안에서 성경을 읽고 있는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성경책도 영어로 된 것이라 속으로 좀 놀랐습니다.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이집트에서 굉장히 보기 드문 광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다른 자매님이 다가가 물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성경 말씀이 이해가 되시나요?” “설명해주는 이 없이 제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요?”

둘의 대화는 마치 성령의 지시를 받은 빌립이 에티오피아의 여왕 간다게의 내시를 만나 나누는 대화 같았습니다. 자매님은 이 시대의 빌립이 되어 곧바로 성령과 신부에 대한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백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말씀 듣기를 원했습니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자신이 일하는 병원 식당에서 말씀을 전했는데 아주 잘 들어주었지만 바쁜 스케줄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고민하던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직 조금은 시간이 있어요. 계속 알려주시겠어요?” 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카이로에서 열린 성경세미나는 생명수에 갈급한 영혼들에게 더없는 희소식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에 있는 형제님의 소개로 만난 대학생이 알고 보니 다니는 대학교에서 꽤 유명한 학생이었습니다. 저희는 학생의 도움으로 대학교의 공동 오피스 공간에서 성경세미나를 여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서 이집트 시온 건설의 기대감은 한층 커졌습니다.

이집트인들은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고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고맙다니요, 그건 제 의무입니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를 자신의 의무처럼 여기는 이집트인들이 남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선교 기간 중 틈나는 대로 아랍어를 익히면서 익숙해진 아랍어가 ‘칼라스(Khalas)’였는데, ‘마지막’, ‘끝내다’라는 의미로 대화를 끝마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는 ‘구원’이라는 단어로도 쓰입니다. 저희는 칼라스를 특별하게 해석했습니다. 이집트 복음의 완성을 위해 꼭 필요한 정신으로요.

카이로 단기선교가 끝난 지금, 한 형제님이 카이로에 남아 선교사가 오기를 기다리는 영혼들을 충실히 돌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곧 다시 아름다운 성품을 지닌 이집트인들을 만나러 갈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심어주신 칼라스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