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들음에서 난다

한국 부산, 한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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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회 다니세요?”

“니 목사 하나?”

지인들이 요즘 종종 제게 하는 말입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이제 바른길을 가고 있나 보다’ 하는 안도감이 듭니다. 제 모습과 언행이 예전에 비해 달라졌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19년 전에 아내를 따라 진리를 영접했습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갔는데 식구들과 같이 운동도 하고 여러 봉사도 하면서 교회에 애착이 생겨 꼬박꼬박 예배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제 일상은 그리스도인다운 삶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뒤로 늘 바빴고,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몰라 마음이 쫓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하나님 일에 소홀해졌고 처음에 가졌던 죄송스러운 마음마저 무뎌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마음 한구석이 헛헛했습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큰 프로젝트에서 성과도 내면서 나름대로 성취감을 느꼈지만 그도 잠시뿐이었습니다. 뭔가 자꾸 놓친 기분이었는데 진짜 놓친 것이 맞았습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크나큰 축복을 받고도 당장의 현실만 바라보며 하늘 상급을 놓치고 있었으니까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아내가, 운전하면서 설교 말씀을 들어보라고 권했습니다. 전국 기업체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저는 운전 시간이 꽤 긴 편입니다. 출장이 많을 때는 하루에 12시간 핸들을 잡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듣던 설교 말씀이 나중에는 종일 8가지 주제를 들은 날도 있을 만큼 출장길 동반자가 됐습니다. 들을수록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특히 “차든지 더웁든지 하라”(계 3장 15절)는 성경 구절은, 이도 저도 아닌 미적지근한 제 신앙을 꼬집는 것 같아 뜨끔했습니다. 세상에서 좋은 것은 다 경험해봤다는 솔로몬이 왜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사람의 본분”(전 12장 13절)이라 했는지도 알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신앙생활을 해보자 결심하고, 직원과 함께 출장을 갈 때도 동승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교 말씀을 틀어놓았습니다.

말씀은 제 영혼만 일깨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와 자주 출장을 다니던 직원은 하나님이나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설교 말씀을 듣고는 성경에 흥미가 생겼는지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온에 와서 진리를 영접했지요.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가슴이 벅찼습니다. 사업에서 얻는 뿌듯함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보람을 맛보고 나니 말씀을 전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습니다.

먼저 회사 직원들부터 빨리 하나님의 품으로 인도하자고 다짐했습니다. 항상 같이 있는 직원들에게도 진리를 전하지 못한다면 내가 누구를 하나님께로 인도할 수 있겠나 싶었습니다. 직원들마다 종교 성향이 다르고, 제 말을 강요처럼 느낄까 조심스러웠지만 직원들의 영혼을 위해서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운전도 많이 하고, 현장에서 일하느라 불안할 때가 많으니 꼭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으면 좋겠다” 하고 진심을 전했습니다. 마침 가을절기가 찾아왔습니다. 직원들에게 하나님의 성령 축복이 허락되기를 바라며 간절히 기도한 후 한 명 한 명에게 성경 말씀을 전했습니다.

무신론자였던 직원들의 마음에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심어졌습니다. 진리를 영접한 직원들은 깨달음이 더디더라도 “저는 아직 더 배워야겠네요. 적어도 한 달에 두 번은 교회에 가서 공부해볼 테니 잘 가르쳐주세요”라며 오히려 저를 다독이기도 하고, 지인을 인도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시온에서 잠깐 믿음 생활을 하다 멀어진 직원은 “신앙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런데 막 진리를 영접한 직원이 출장 때마다 그 직원을 이것저것 살뜰히 챙겨주고, 잘 모르는 것은 저에게 물어가며 성경 말씀을 전한 결과 다시 신앙의 연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마침내 함께 근무하는 직원 모두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출근해서 직원들과 하나님께 기도드린 후에 업무를 시작하는 요즘,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흔히들 바라는 ‘가족 같은 회사’가 실현됐다고나 할까요. 모두 내 영적 형제이고 자매이니 업무 지시와 보고가 오가는 사무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사정을 살피고 위로해주고 기도해주게 됩니다. 저 역시 직원 형제자매들에게 형님 같고 아버지 같은 친근한 존재가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직원들과 하루에 한 번 이상 어머니 교훈을 읽습니다. 어머니 교훈대로만 하면 법 없이도 세상을 살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주는 사랑, 희생, 겸손, 인내, 배려, 양보….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 어머니 교훈 안에 다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리 살면 손해라고 여겼는데 막상 실천해보니 아니더군요. 신뢰가 깊어지고 웃을 일이 늘고 다툴 일이 아예 없어집니다.

직원들은 직장에서 마음 터놓고 일할 수 있어서 좋고, 저도 의기투합할 수 있는 직원들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저와 가족뿐 아니라 직원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지는 대표직을 맡으면서 중압감을 느끼고 안 해도 될 걱정까지 사서 했는데, 하나님을 의지하자 그런 걱정과 중압감이 싹 없어졌습니다.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건강해지니 더더욱 하나님께 나아오는 선택이 옳았다고 할 수밖에요. 아, 좋은 점이 또 있습니다. 가정도 더 화목해졌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아내와 아들도 좋아합니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입니다. 훨씬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해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한때는 사회생활과 신앙생활은 병행할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육십 넘어 은퇴할 시기가 되면 그때 하나님을 제대로 따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인데 교만하고 어리석었습니다.

영의 부모님 속을 태운 시간이 장장 20년 가까이 됩니다. 그만큼 죄송한 마음도, 하나님께 받은 은혜도 크니 더욱 복음에 헌신해야겠지요. 그동안 못 했던 전도를 이제 다 하려 합니다. 복음의 목표와 계획이 있으니 하루하루 즐겁고, 내 영혼이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여러 업종에 종사하는 지인들, 출강하는 대학교의 학생들… 넓은 인맥 또한 더 많은 영혼을 인도하라고 주신 인연일 겁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전해야겠다는 이 각오와 다짐이 내일도 이어지도록, 벅차고 감사한 마음이 계속 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축복해주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