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열매를 수확하는 비결

한국 상주, 진순경

조회 5,958

코로나19로 농가의 일손 부족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곳 상주도 워낙 농가가 많다 보니 일손 부족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인근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노부부도 일손이 없어 애태우고 있다는 소식에 저희 당회에서는 곧바로 봉사 계획을 짰습니다. 생활 방역 수칙을 잘 지켜가며 손을 보탠다면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20여 명의 식구들과 함께 포도밭으로 향했습니다.

이틀에 걸쳐 오전 내내 저희가 해야 할 일은 포도나무 원가지와 잎 사이에 자라난 새순을 제거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돋아나는 새순을 제거하지 않으면 열매로 가야 할 영양분이 분산되어 알이 굵고 품질이 좋은 포도송이를 수확할 수 없다 합니다. 일일이 손으로 새순을 제때 제거해줘야만 농부가 바라는 극상품의 열매가 열리는 것이지요.

난생처음 해보는 일인지라 서툴고 어설픈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손에 익었는지 조금씩 속도가 붙었고, 중간중간 힘에 부칠 때는 식구들과 서로 응원해주며 기운을 냈습니다. 구름이 적당히 햇볕을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이 간간이 불어오는 덕에 며칠째 이어진 무더위도 덜했고요.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에 매진하다 어르신의 얼굴에 핀 안도의 미소를 봤습니다. 어찌나 보람차던지 사랑을 나누는 데서 오는 진정한 기쁨을 알 것 같았습니다.

저로서는 외국에서 살다 7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정말 오랜만에 참여한 봉사활동이었습니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메마른 대지에 봄비가 내린 듯 촉촉해지고 풍요로워진 느낌입니다. 더불어 제 마음속에도 불필요한 순이 있다면 어서 제거해서 그 자리에 사랑의 영양분을 가득 채우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알알이 영근 복음의 열매를 한아름 거둬들일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