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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천벌, 식물에게는 천은(天恩)으로 여겨지는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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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짙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으면 왠지 모르게 무서움을 느낀다. 거기에다 번개나 천둥까지 치면 어떨까? 두려움은 분명 배가 될 것이다. 영상 매체에서 무섭고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장하기 위해 빼놓지 않고 등장시키는 것이 천둥과 번개다. 또한, 사람들은 큰 죄를 저질렀거나 사회에 크나큰 해를 끼친 사람에게 ‘저 벼락 맞을 놈!’ 하고 말하기도 한다.

이때 벼락은 하늘에서 내린 ‘천벌’이라는 의미다. 이렇듯 벼락, 번개, 천둥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자연현상이면서도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로 여겨져 왔다.

번개는 구름에 의해 생성된 전하가 공기를 통해 흐르는 현상으로, 주로 비가 올 때 볼 수 있는 위아래로 긴 소나기구름에서 생긴다. 공기가 여러 요인에 의해 급격한 상승운동을 하게 되면 온도가 떨어진다. 그러면 공기 중에 있던 수증기는 차가워지면서 응결되어 물방울이 되고, 이 물방울들이 모여 점차 구름을 형성한다. 이렇게 급속히 만들어진 구름은 수직으로 발달한 적운형 구름이 된다.

적운형 구름은 두께가 매우 두껍기 때문에 위아래의 온도 차가 크다. 그래서 온도가 높은 아래쪽에는 물방울이 생기고 온도가 낮은 위쪽으로 갈수록 얼음 빙정이 생긴다. 구름을 이룬 물방울과 얼음 빙정들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서로 마찰을 일으켜 전자를 주고받아 매우 큰 전하를 띤 대전체가 된다. 일반적으로 공기는 전기가 잘 통하지 않지만, 300만 볼트 이상의 전압이 발생하면 공기를 통해서도 전류가 흐를 수 있다.

전하가 쌓인 구름과 구름 사이, 구름과 지표면 사이에는 대략 1~10억 볼트 정도의 전압이 생기고 일시에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때 나타나는 번쩍임이 바로 번개다.

구름과 지표 사이에서 발생한 번개

일반적으로 벼락과 번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인다. 벼락은 번개가 지표면의 물체를 강타하는 현상이다. 구름과 지상 사이에 발생하는 방전 현상만을 포함하는 벼락보다 번개가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천둥은 번개가 칠 때 공기를 통해 강한 전류가 흐르면서 발생하는 파열음이다. 공기에 전류가 흐르면 공기가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뜨거워지고 팽창하게 된다. 이 공기의 팽창이 공기의 진동을 일으켜 천둥소리를 내는 것이다. 풍선이 터질 때 나는 뻥 하는 소리도 천둥소리 같은 공기의 충돌음이다.

그런데 매번 번개가 친 뒤에 천둥소리를 듣게 된다. 천둥은 번개에 의한 공기의 충돌음이므로 사실 번개와 천둥은 같이 시작된다. 그러나 초속 30만 킬로미터인 빛에 비하면 초속 340미터인 소리는 매우 느리다. 소리와 빛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빛인 번개가 먼저 우리에게 보이고 이후에 천둥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번개와 천둥의 시간 차를 이용해 번개와 천둥의 발생지점과 관측지점의 거리를 측정할 수도 있다. 번개가 치고 3초 후에 천둥소리가 들렸다면 발생지점은 관측지점으로부터 1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거리로 추정된다. 이 경우 빨리 건물 안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번개가 발생했으므로 외부에 노출된 상태로 있다가는 벼락에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이 벼락에 맞으면 몸속에 수만 암페어에 이르는 전류가 순간적으로 흐르게 된다. 이때 전류가 심장을 관통하면 즉사하게 된다. 천만다행으로 전류가 심장을 통과하지 않는다 해도 전류가 흐른 부분은 화상과 쇼크 같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렇듯 사람에게는 무섭고 위험하기 그지없는 번개가 식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분해해 식물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번개가 하기 때문이다.

생명체는 질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생명체는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핵산 등과 같은 유기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생명체의 생장에 가장 필수적인 물질이 바로 단백질이다. 세포분열을 통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포의 주성분인 단백질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생명체는 단백질을 끊임없이 섭취하거나 합성해야 한다. 이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가 바로 질소다.

동물은 다른 생명체를 먹음으로써 질소를 섭취하지만, 식물은 그럴 수 없다. 예로부터 농사를 지을 때는 농작물의 생장을 위해 식물에 질소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인분이나 소변을 이용해 거름을 만들어 공급하기도 했다. 인분이나 소변에는 질소가 함유된 암모늄과 질산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후 20세기 초에 질소 비료가 나오면서부터 단시간에 농작물이 급속한 생장을 이루어 많은 수확물을 거둘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농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농작물이 아닌 식물은 어떨까? 식물은 분해된 동식물의 유해로부터 질소를 흡수할 수 있지만, 그 양은 한계가 있다. 식물이 질소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공기다. 공기 중에는 질소가 78퍼센트로 가장 많고 산소가 21퍼센트, 나머지 1퍼센트를 아르곤이나 이산화탄소와 같은 기체가 차지한다. 그런데 공기 중의 질소는 식물이 바로 흡수하지 못한다. 공기 중의 질소 분자는 매우 안정한 기체로 식물 스스로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식물은 질소를 얻기 위해 질소 고정 세균의 도움을 받는다. 콩과식물의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대표적이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콩과식물로부터 탄소와 그 밖의 증식물질을 얻는 대신에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질소화합물을 만들고 이것을 식물의 뿌리에 공급한다. 이 세균 덕분에 콩과식물은 질 좋은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밖의 식물 대부분에게 번개는 질소의 추가 공급원이 된다. 번개는 공기 중의 질소를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준다. 번개의 높은 에너지가 공기 중의 질소 분자에 가해지면 질소 분자는 해리되어 산소와 결합한다. 그러면 질산염의 형태가 되어 땅속으로 들어가 식물에 흡수된다.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속담 중에 ʻ번개가 많은 해는 풍년ʼ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인 무서운 번개가 식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만물에는 모두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가 번개 빛으로 자기의 사면에 두르시며 바다 밑도 가리우시며 이런 것들로 만민을 징벌하시며 이런 것들로 식물을 풍비히 주시느니라”욥 36장 30~3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