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 교외에 사는 데제생트 공작은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책을 읽다 런던을 동경하게 되고 난생처음 여행을 시도한다. 들뜬 마음으로 옷을 차려입고 짐을 꾸린 그는 파리 시내로 가서 런던 안내 서적을 한 권 사고, 기차 시간까지 영국식 식당에 앉아 한껏 여행 기분을 즐긴다.
그러나 식사를 마친 그는 이내 고민에 빠진다. 여행길에서 찾아올 피로, 낯선 잠자리의 불편, 약한 몸에 파고들 추위 등 여행지에서 맞닥뜨릴 이런저런 일들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의자에 앉아서도 아주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데 구태여 직접 다닐 필요가 뭐가 있나.’
데제생트 공작은 그길로 식당을 나와 집으로 돌아간다. 새로운 세계를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할 기회를 잃고 만 것이다.
조리 카를 위스망스의 소설 《거꾸로》의 줄거리다. 데제생트 공작처럼 누구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늠하며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시작하기도 전에 지레 겁먹고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운동, 외국어 공부, 자격증 취득 등 ‘올해는 달라져야지’ 하는 각오로 야심차게 세운 새해 계획과 목표는 어떤가. 작은 것 하나라도 시작하려 하면 ‘걸림돌이 많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어김없이 들려온다. 달콤하고, 합리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계획은 흐지부지되고 어느새 아쉬움으로 가득한 연말이 다가와 있다.
어떻게 하면 유혹과 망설임을 떨쳐내고 과감히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까? 간단한 방법이 있다. 계획을 실천할 때 따르는 현실적인 장애물이나 어려움이 아닌, 그 과정에서 얻을 즐거움과 교훈, 원하던 것을 이뤘을 때의 성취감을 자꾸 상상해 보는 것이다. 꾸준히 운동하면서 더 건강해진 내 모습, 마침내 외국인과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광경을 떠올려 보는 식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무슨 일이든 시작이 어렵지 막상 시작하면 일을 끝마치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새해를 맞아 세운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일단 조금씩 실천해 보자.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에 빠지는 대신, 원하던 것을 이뤘을 때의 기쁨과 행복을 마음껏 상상하면서. 그 여정에 만물의 시작과 끝을 주관하시고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니 망설이고 주저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