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

깨달음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상 속, 크고 작은 깨달음을 나눠요.

사랑의 기억

어린 시절, 막내인 저는 항상 엄마의 심부름을 도맡았습니다. 시장에서 사 와야 할 품목을 엄마가 종이에 적어주시면 종이를 쥐고 집 근처에 있었던 시장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팔려고 내다놓은 귀여운 강아지들을 발견했습니다. 조그만 상자 안에 담긴 서너 마리의 강아지들의 목에는 각각 다른 색의 리본이 예쁘게 매여 있었습니다. 까맣고 동그란 눈과 코, 살짝 접힌 귀가 너무 귀여워서 심부름하는 것도 잊고 쪼그리고 앉아 강아지들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아줌마, 강아지들 태어난 지 얼마나 됐어요? 한 마리에 얼마예요?” 그중 연두색 리본을 한 강아지가 유난히 저의 손길을 잘 따랐습니다. 가슴과 발에 흰색 털이 있는 강아지가 너무 예뻐서 제가 사러 올 때까지 절대 팔면 안 된다고 아주머니에게 신신당부한 뒤 집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습니다. “엄마, 엄마. 지금 시장에서 어떤 아줌마가 강아지를 팔고 있는데 너무 귀여워!…

한국 부산, 류미경

의용소방대원

가게에 한 손님이 왔다. 전날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손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그분이 의용소방대원이란 사실을 알았다. 화재 진압, 구조 등 소방 업무를 보조하는 의용소방대원이 있다는 소식을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있다. 평범한 주부처럼 보였는데 의용소방대원이라고 하니 놀라웠다. 의용소방대에 자원했다는 그분은 동네마다 의용소방대원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들 중에는 주부나 자영업자가 많은데, 화재나 큰 사고가 났을 경우 만사 제쳐두고 현장으로 달려가 소방관들을 돕는다고 한다. 산불 진압 후 불이 제대로 꺼졌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하천 등지에서 실종자가 발생했을 때도 풀이 무성한 곳을 꼼꼼히 뒤지면서 실종자를 직접 찾는다. 실종 기간이 길어져 사건이 공식 종료된 후에도 의용소방대원은 계속 실종자 수색에 나선다. 소방관들과 경찰들의 희생과 노고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의용소방대원들이 이렇게 수고를 많이 하는 줄 몰랐다. 그분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웬만하면 실종자를 다 찾는데 못…

한국 부산 서진희

퍼즐

퍼즐은 여러 조각으로 되어 있다. 한 조각만으로는 그림이 완성되지 않고, 한 조각이 없어도 완성할 수 없다. 모든 퍼즐 조각이 모여야 멋진 그림이 완성된다. 우리 개개인만으로는 복음이 이뤄지지 못한다. 누구 한 명이 빠져서도 안된다. 형제자매가 다 모여 하나가 되었을 때 하나님의 구원 사업이 완성된다. 퍼즐 하나하나는 완벽한 도형이 아니다. 들쑥날쑥한 빈 공간은 다른 퍼즐로 메꿔야 하나의 그림이 된다. 우리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다 보면 아름다운 복음의 그림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속히 모든 형제자매를 찾아 구원이 완성되면 좋겠다. 그날,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액자에 꼭 맞는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지리라.

한국 예산 안종곤

싱고니움이 되살아난 이유

몇 해 전, 식물을 키우고 싶어서 화분 가게에 들렀습니다. 정성 들여 키울 자신은 없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 식물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가게 아주머니가 ‘싱고니움’을 권했습니다. 녹색 바탕에 은백색 무늬를 품은 싱고니움의 싱그러운 잎을 보니 기분도 상쾌해지고, 게을러야 잘 키울 수 있다는 말에 자신감을 얻어 그대로 집에 데려왔습니다. 아주머니의 말처럼 싱고니움은 정말 잘 자랐습니다. 햇빛도 바람도 없는 장소에 두고 가끔씩만 물을 줘도 새 잎이 나왔고, 먼저 나온 잎들은 건강한 초록빛을 파릇파릇 뽐냈습니다. 바라던 대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한동안 잘 키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녹색 잎들이 누렇 게 변하면서 축 늘어졌습니다. 반짝이 던 은백색 무늬도 눈에 띄게 흐려졌습니 다. 이유를 몰라서 햇빛이 잘 드는 창가로 옮기고 평소보다 물을 더 자주 주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처음과 달리 몇 개 남지…

한국 서울, 정은정

기억해야 할 공식

세상을 살아가며 힘들거나 지칠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 공식을 생각한다. GOOD – GOD = O O + GOD = GOOD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하나님이 함께하시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반면 내가 가진 게 없더라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면 가장 좋은 것을 가진 것이다. 지금도 우리와 함께해주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 당신이 있어 우리는 언제나 ‘GOOD’입니다!

한국 부산 윤나희

관심으로 되살아난 산세비에리아

텔레비전에 식물을 잘 키우는 한 아이가 나왔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던 저를 집중하게 한 것은 식물을 대하는 아이의 태도였습니다. 아이는 밖에 버려진 죽은 식물을 살리려고 집에 가져오기도 하는 등 식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듯 말을 거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아이의 인터뷰 내용은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식물은 생명이에요. 생명이 죽는 것은 슬픈 일이에요.” 아이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감탄하다가 슬며시 부끄러워졌습니다. 집에 있는 식물들을 건성으로 키우다 얼마 전, 비교적 키우기 쉽다는 산세비에리아를 두 개나 시들게 한 전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거실 한쪽에 힘없이 늘어진 산세비에리아를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저렇게 죽은 식물도 관심을 주면 살아날까?’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기대도 되었고요. 그날부터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산세비에리아에게 가서 인사를 하고 다시 예쁘게 자랄 수 있으니 힘내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한국 부산, 유승희

사랑의 목소리

얼마 전 홍수로 많은 가옥이 무너지고 마을이 통째로 물에 잠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물이 빠진 뒤 마을의 광경은 쓰레기와 흙더미로 처참했다. 사람들이 모두 대피하고 없는 마을에 혼자 남은 개 한 마리가 진흙탕을 향해 울어댔다. 마을을 복구하러 온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진흙을 걷어내자 그곳에 예쁜 강아지들이 있었다. 강아지들의 몸에 묻은 진흙을 씻겨내고 보니 어미 개를 꼭 닮은 백구였다. 사람들은 “강아지가 춥고 힘든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밤낮 없이 짖어대는 어미 개의 목소리 덕분이었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가 어둠 속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외로움에 떨고 있을 때 “조금만 더 힘내라. 내 관심의 전부는 여러분이다” 하며 사랑의 음성을 들려주신 분이 계신다. 하늘 어머니시다. 어머니의 음성이 있기에 우리는 흔들리는 믿음을 붙잡을 수 있고 지쳐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내 영혼을 살리는 따뜻한…

호주 멜버른 박윤주

벌들이 모이는 곳

우리 동네에는 오일장이 선다. 바람도 쐴 겸 오랜만에 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곡물 가게를 지나는데 ‘윙윙’ 소리가 났다. 곡물들 위에서 벌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신기해서 사장님께 여쭤보니 유기농 곡물이라 그런단다. 벌은 농약을 친 곡물에는 안 달려든다면서. 하나님 자녀들도 하나님 말씀이 있고 생명의 향기가 있는 시온으로 달려온다. 악취와도 같은 불법이 가득한 곳에는 자녀들이 모이지 않겠지.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가 있는 시온에 나올 수 있도록 해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한국 순천 구연희

경건에 이르는 연습

나는 꽤 공격적인 사람이었다. 마음먹은 일이 계획대로 잘 풀리지 않으면 금방 답답해하고, 조금이라도 수틀린다 싶을 때는 앞뒤 가리지 않고 들이받기 일쑤였다. 그 탓에 주변 사람들을 무안하게 만든 에피소드는 일일이 손꼽지도 못할 정도다. 학창 시절, 시온에서 동네 인근의 산으로 환경정화활동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쓰레기 수거와 함께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캠페인도 진행됐다. 많은 인원이 모인지라 오가는 이웃들도 관심 있게 지켜봤다. 그런데 이 성격이 또 말썽이었다. 등산로 보수를 위해 흙을 잔뜩 담은 무거운 포대를 계속해서 나르는 일이 힘에 부치자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또래 식구들의 조그마한 장난에도 과하게 반응하다가 기어이 일을 냈다. 묵직한 포대를 지고 오르막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창창한 나이에 그 정도밖에 못 드냐는 어느 식구의 농담에 불끈 화를 내고 만 것이다. 그날 밤 부모님께 흠씬 혼이 나고 방에서 한참을…

한국 서울, 유우승

다툼의 이유

어린이집에서 여섯 살 아이들의 책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우주, 공룡, 자동차 등을 소재로 쓴 여러 가지 책 중에서 한 아이의 2쪽짜리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은 ‘눈사람’이었습니다. “야, 놀리지 마! 그러면 나 속상하다니까!” 눈이 오는 날, 눈사람 마을에 눈사람들의 마음이 서로 달라서 그래요. 나중에는 사이좋게 지내요. 아이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면 하루가, 아니 10분이 멀다 하고 곳곳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납니다. 서로 같은 놀잇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서, 실수로 친구의 것을 망가뜨려서, 같이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등등 다툼의 원인은 다 다르지요. 하지만 다툼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아이가 쓴 책의 내용처럼 ‘서로 마음이 달라서’가 아닐까요. 살다 보면 속상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누군가와 다툴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떠올리려 합니다. 지금은 상대방과 내 마음이 달라서 생기는 상황일 뿐, 나중에는 사이좋게…

한국 서울 박민지

우편함 둥지

아파트 우편함에 새 한 마리가 지푸라기를 물어다가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지나다니면서 몰래 들여다보니 알을 품고 있었다. 어미 새는 인적이 뜸한 시간에 먹이를 찾으러 나가는 일 외에는 6개의 알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따뜻한 품으로 알을 감싸는 모습이 우리 영혼을 늘 품어 안아주시는 하늘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얼마 뒤 아기 새들이 안전하게 부화했다. 눈도 아직 안 떴는데 작은 소리만 들려도 먹이를 주는 줄 알고 입을 벌리는 아기 새들. 어미 새의 지극정성으로 조금 있으면 뽀송뽀송한 깃털이 자라나겠지. 아기 새들이 푸른 하늘을 맘껏 날아다닐 그날을 응원한다.

한국 거제 이선옥

내 죄로 팔아버린 형제

창세기에서 시기심 때문에 동생 요셉을 미디안 사람에게 노예로 팔아버린 야곱의 아들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죄를 지은 그들이 안타깝습니다. “··· 요셉도 없어졌고 시므온도 없어졌거늘 베냐민을 또 빼앗아 가고자 하니 이는 다 나를 해롭게 함이로다” 창 42장 36절 야곱은 라헬이 낳은 요셉과 베냐민만 아끼고 사랑한 것이 아닙니다. 애굽으로 양식을 구하러 갔다가 포로로 잡힌 시므온에 대하여 요셉을 잃은 슬픔과 동일하게 언급하는 장면에서, 이들을 똑같이 사랑한 야곱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들은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위치에 불만을 품어 형제를 팔아버리는 죄를 지었습니다. 사실 제 모습도 야곱의 아들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훌륭한 달란트를 가진 형제자매를 보면 하나님께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듯해 공연히 못마땅했습니다. 야곱의 아들들보다 못한 영적 철부지가 바로 저였습니다. 이야기…

호주 케언스, 김민주

정전

올여름, 장마가 무척 길었다. 모친 집 주변이 홍수 피해를 입었는데 며칠 동안 비가 또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모친을 집으로 모시고 왔다. 모친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모친이 시장해하실까 얼른 저녁을 차려드리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TV가 꺼지고 냉장고가 멈추며 온 집 안이 컴컴해졌다. 정전이 된 것이다. 얼른 차단기를 살펴봤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 손전등과 양초를 꺼내놓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이 타버린 전기선을 교체하고서야 빛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전기 전문가인 남편 후배 말에 의하면 전선에 얽힌 거미줄이 문제였다. 거미가 여기에 거미줄을 치다가 합선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사소한 거미줄 하나가 집 안 전체의 흐름을 멈추게 하다니 의외였다. 내 영혼에 얽힌 사소한 문제들이 결국 믿음의 행보를 멈추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령의 힘을 항상 받을…

한국 순천 구연희

아비 그리운 때 보아라

학교 과제를 하다가 ‘필사본’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못해 책이 귀했던 조선시대에는 책을 손으로 베껴 쓰는 필사가 빈번했습니다. 이렇게 필사로 만들어진 책이 ‘필사본’입니다. 필사는 필사를 직업으로 하는 이들이 주로 했지만, 가족 단위 특히 자녀를 둔 부모와 조부모들에의해 행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제 막 글을 배우는 자녀들은 부모님이 직접써준 글씨체를 따라 적으며 글을 익히고, 책에 담긴 교훈적인 메시지를 배울 수 있어 필사본은 교육 자료로 곧잘 쓰였다고 합니다. 멀리 사는 자녀들은 필사본을 통해 자주 뵙지 못하는 부모님의 향취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임경업전 필사본’입니다. 많은 필사본 중에서도 이 필사본이 특별한 것은 소설 끝에 쓰인 필사 후기 때문입니다. 한 아버지에게 소설을 매우 좋아하는 딸이 있었습니다. 딸은 멀리 시집을 갔다가 집안에 일이 있어 친정에 잠시 들렀습니다. 온 김에 아버지가…

한국 서울, 이선미

습관

나는 늘 안경을 써왔다. 요즘 마스크를 쓰다 보니 안경이 김이 서려 여간 불편해 일회용 렌즈를 착용해보았다. 그런데 주의를 집중하는 일이 생기자 나도 모르게 엄지와 검지를 콧등에 올렸다. 안경을 끌어 올리던 평소 습관이 그대로 나온 것이다. 멋쩍게 손을 내리다 문득 영적 습관은 어떤지 돌아보았다. 기도 습관, 말씀 상고 습관, 전도 습관, 감사의 습관, 봉사의 습관, 친절의 습관, 인내의 습관, 양보와 화합의 습관 등등 천국 사람이면 마땅히 갖추어야 할 습관이 아직 덜 갖춰진 것 같았다. 이런 습관들이 포기하지 않고 몸에 밸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실천하려 한다. 어색하지 않고 온전히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한국 성남 이소영

화음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피아노가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교 때 잠깐 배우고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새노래를 연주하고 싶어서였다. 반주용 책을 사서 코드를 익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코드가 조금만 틀려도 음이 어색하게 들렸다. 코드에 해당하는 음을 정확하게 눌려줘야 아름다운 화음이 완성되고 아름다운 노래가 완성됐다. 하나님께서 복음 안에서 왜 화합하고 연합하라고 하셨는지 이해가 됐다. 각자 주어진 자리에 맞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아름다운 복음의 하모니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리라.

한국 성남 전상희

어머니의 빨래

저는 학업상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갈 때면 밀린 세탁물을 들고 갑니다. 집에서 몇 시간 머무는 동안 빈둥대거나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다가 엄마에게 일거리를 남겨두고 기숙사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점점 집은 기숙사처럼 느껴지고 기숙사가 집처럼 느껴질 무렵, 한번은 집에 오래 머물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때 집에서도 선한 행실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집에 도착해 짐을 풀면서 제 빨랫감을 접어 차곡차곡 포개놓았습니다. 쌓인 빨래더미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들 옷만 해도 많은데 엄마는 매주 내 빨래까지 어떻게 다 하셨을까?’ 엄마는 60세를 넘긴 나이에도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면서 집안일까지 다 하시느라 자정이 지나 잠자리에 드십니다. 그러고는 새벽에 일어나 집 안을 정돈하고 음식을 만들고 쌓인 빨래를 하시지요. 그런 엄마에게 딸이 또 얹어준 짐은 무척 힘이 드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돌아보면 저는 부모님께…

필리핀 케손시티, 마리

서로를 돌아보는 시간

코로나 사태로 밖에 나가지 못하면서 매일 집에서 무엇을 해 먹을지가 고민이 생겼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김치를 담가 보겠어요.” 같이 생활하는 자매님의 말에, 러시아에 살아 먹기 어려웠던 김치를 양배추로 담그기로 했다. 소금에 절인 양배추에 고춧가루를 버무리고 양파와 쪽파를 넣었더니 제법 모양이 배추김치와 비슷해졌다. 오랜만에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는 자매님을 위해 양배추김치에 고기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자매님은 진짜 김치찌개 맛이 난다면서 밥 두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 평소에는 자매님과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부족했다. 이번 기회에 밥 먹을 때마다 얼굴을 마주하고 담소를 나눴더니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 물론 집에만 있는 건 답답하지만 이 시간을 통해 서로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다.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호주 멜버른 박윤주

칠 년을 수일같이 여겼더라

올해 세운 성경 통독 목표를 실천하던 중 야곱과 라헬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야곱이 라헬을 위하여 칠 년 동안 라반을 봉사하였으나 그를 연애하는 까닭에 칠 년을 수일같이 여겼더라” 창 29장 20절 《현대인의 성경》에는 “그래서 야곱은 ⋯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7년이란 세월이 불과 며칠처럼 여겨졌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구절을 읽고, 한 퀴즈가 생각났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한 최고의 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었지요. 하늘 본향으로 돌아가는 믿음의 길을 어떤 마음으로 걸어가야 할지 하나님께서 답을 주시는 듯합니다. 사랑하는 하나님만 바라보며 나아간다면 훗날 이와 같이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천국으로 가는 시간이 불과 며칠처럼 느껴졌다.”

한국 장호원 안상욱

연합과 화합의 열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매실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맺혔다. 장마가 오기 전에 매실을 따기로 마음먹고 이른 아침, 손이 잘 닿는 매실부터 따기 시작했다. 가득 쌓여가는 매실을 보니 신이 났다. 매실을 따다 보니 어느새 높은 가지에 달린 매실만 남았다. 까치발을 딛고 위쪽으로 팔을 뻗어보았다. 닿을 듯 말 듯, 아무리 애써도 눈앞에 있는 튼실한 매실을 딸 수 없었다. 조금씩 힘에 부쳤다. 이러다가 힘만 빠지고 휘청거리다 넘어질 것 같아 옆에 있던 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언니가 흔쾌히 가지를 잡아 당겨주어 금세 크고 예쁜 매실을 딸 수 있었다. 복음의 열매를 맺고 하늘 가족을 찾는 과정에도 연합과 화합이 필요하겠지. 혼자서는 기운이 빠지고 어려운 일도, 같이 하면 거뜬히 해낼 수 있고 서로 힘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서울 계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