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

깨달음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상 속, 크고 작은 깨달음을 나눠요.

아버지 어머니의 음성

코로나19로 인해 아직도 통행 제한이 지속되는 나라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이 하늘 아버지께서 쓰신 진리 책자를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은혜로운 소식도 많이 들려옵니다. 참을 거짓이라 여기고 거짓을 참으로 여기는 흑암한 세상에 친히 오시사 구원에 이르게 하는 진리의 도를 가르쳐주신 하늘 아버지! 37년간 밤을 지새우시면서 쓰셨던 진리 책자 한 말씀 한 말씀에, 자녀들이 참과 거짓을 잘 분별하여 꼭 구원받기를 바라시는 아버지의 간절하고 애절한 사랑이 녹아 있습니다. 이번에 하늘 아버지의 진리 말씀을 상고하던 중 떠오른 성경 구절이 있습니다. “시온에 거하며 예루살렘에 거하는 백성아 너는 다시 통곡하지 않을 것이라 … 네 스승은 다시 숨기지 아니하시리니 네 눈이 네 스승을 볼 것이며 너희가 우편으로 치우치든지 좌편으로 치우치든지 네 뒤에서 말소리가 네 귀에 들려 이르기를 이것이 정로니 너희는 이리로 행하라 할 것이며” 사 30장 19~21절…

네팔 고카르네슈워르 수샨

그리스도인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를 시련하려고 오는 불시험을 이상한 일 당하는 것같이 이상히 여기지 말고 오직 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예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 이는 그의 영광을 나타내실 때에 너희로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려 함이라 너희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욕을 받으면 복 있는 자로다 영광의 영 곧 하나님의 영이 너희 위에 계심이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살인이나 도적질이나 악행이나 남의 일을 간섭하는 자로 고난을 받지 말려니와 만일 그리스도인으로 고난을 받은즉 부끄러워 말고 도리어 그 이름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 ‭ 벧전‬ ‭4장 12-16절 우리는 때때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명예로운 직함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이라는 가장 명예로운 직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에서도 직함을 얻기 위해서는 충족해야 할 기준이 있듯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직함을 얻기 위해서도 필요한 자격 요건이 있습니다. 하늘 어머니의 성품을 닮아 헌신적인 희생의 면모를…

미국 WA 시애틀 앨리사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노니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극복할 힘을 달라고 기도드렸습니다. 어느 날, 식구가 읽어준 구절이 제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시몬아, 시몬아, 보라 사단이 밀 까부르듯 하려고 너희를 청구하였으나 그러나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니 너는 돌이킨 후에 네 형제를 굳게 하라” 눅 22장 31~32절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세 번이나 당신을 모른다고 부인할 것을 아셨지만 미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새 언약을 전하는 사도의 사명을 완수하기를 기도해주셨습니다. 이 말씀을 들으며 하늘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당신을 배반한 죄인을 구원하시려 오늘도 쉼 없이 기도하시는 하늘 어머니.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니⋯.’ 이 말씀이 계속 머릿속에 맴돕니다. 어머니의 간절하신 기도가 있기에 우리는 시험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칠 때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필리핀 만달루용 아르날도

빚 탕감법

때때로 마음속 상처를 잊지 못합니다. 상처를 저 아래 깊숙이 가라앉혔다고 생각했는데, 상처받은 감정은 어느새 수면 위로 떠오르고 또 떠올랐습니다. “그 종이 엎드리어 절하며 가로되 내게 참으소서 다 갚으리이다 하거늘 그 종의 주인이 불쌍히 여겨 놓아 보내며 그 빚을 탕감하여 주었더니 그 종이 나가서 제게 백 데나리온 빚진 동관 하나를 만나 붙들어 목을 잡고 가로되 빚을 갚으라 하매 그 동관이 엎드리어 간구하여 가로되 나를 참아주소서 갚으리이다 하되 허락하지 아니하고 이에 가서 저가 빚을 갚도록 옥에 가두거늘” 마 18장 26~30절 하나님께서는 갚을 수도 없는 우리의 큰 죄를 용서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에게 그러지 못했습니다. 자비 없는 종처럼 제 감정의 작은 부분까지 모두 갚을 것을 요구하고 있었으니까요.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축복으로 천국 유업을 이을 상속자가 되었으니, 사랑의 빚 외에는 피차 어떤 빚도 형제자매에게…

미국 CA 로스앤젤레스 킴벌리

어디로 인도하든지

“다윗이 여호와께 물어 가로되 내가 블레셋 사람에게로 올라가리이까 여호와께서 저희를 내 손에 붙이시겠나이까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말씀하시되 올라가라 내가 단정코 블레셋 사람을 네 손에 붙이리라 하신지라 … 블레셋 사람이 다시 올라와서 르바임 골짜기에 편만한지라 다윗이 여호와께 묻자온대 가라사대 올라가지 말고 저희 뒤로 돌아서 뽕나무 수풀 맞은편에서 저희를 엄습하되 … 이에 다윗이 여호와의 명대로 행하여 블레셋 사람을 쳐서 게바에서 게셀까지 이르니라” 삼하 5장 19~25절 블레셋과의 전투에 나가기 전 다윗이 하나님께 여쭙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에게 승리를 약속하시며 올라가라고 하십니다. 이후 블레셋 사람이 다시 르바임 골짜기에 침범했을 때 다윗은 또 하나님께 여쭙니다. 하나님께서 지난번과 달리 정면으로 나가지 말고 그들의 뒤로 가서 습격하라는 말씀을 주셨고, 말씀대로 준행한 결과 큰 승리를 얻었습니다. 같은 적군이 같은 장소에 침범했지만 다윗은 자신의 생각이나 이전의 경험을 의지하지 않고 매번 하나님께 여쭈었습니다.…

페루 리마 이형희

통회하는 마음을 멸시치 않으시는 하나님

매달 복음의 열매를 맺는 식구들을 보며, 이렇다 할 결실이 없던 저는 애가 탔습니다. ‘내가 아직 하나님 앞에 합당한 마음을 갖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치 아니하시리이다 주의 은택으로 시온에 선을 행하시고 예루살렘 성을 쌓으소서” 시 51장 17~18절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로 인정받은 다윗은 늘 통회하고 회개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뿐 아니라 예루살렘 성전 건축을 간절히 소망하고 그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다윗을 무척 사랑하셨습니다. 다윗처럼 이제 저도 제가 근본 죄인임을 깨닫고, 겸손과 회개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하늘 어머니의 세마포 장식이 될 영혼을 찾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복음을 전하겠습니다. 멕시코를 비롯해 전 세계에 있는 형제자매님들도 충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에 합한 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멕시코 톨루카 안드레아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요 13장 1절 ‘끝까지 사랑하시니라’는 말씀을 저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운명하시는 그 시간까지 사랑하신다고 이해했었습니다. 그런데 영어 성경(NIV)을 보고 이 구절의 ‘끝까지’가 ‘the full extent of his love’ 즉 ‘사랑의 범위 끝까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100퍼센트 완전하게 사랑하셨기에 목숨도 아끼지 않으신 것입니다. 하늘 어머니께서도 자녀들에게 “여러분은 나의 삶의 전부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를 어머니 삶의 전부로 채우시고 사랑의 범위 끝까지 사랑하심을 깨닫습니다. 제 마음도 하나님으로 온전히 채워서 하늘 아버지 어머니를 100퍼센트 사랑하겠습니다.

필리핀 케손시티 이의선

못난이 손가락

“조금만 더 일찍 발견했으면, 그때 수술을 시켜주었다면⋯.” 오늘도 어머니는 제 손가락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십니다. 어릴 적 추운 겨울이면 어머니는 다가올 명절에 먹을 떡을 만드시느라 밤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하셨습니다. 일곱 살 개구쟁이였던 저는 어머니가 음식 준비를 하시는 틈을 타서 부엌에서 쇠젓가락 한 벌을 슬며시 가지고 나왔습니다. 안방 벽에는 장난꾸러기의 관심을 끌 만한 두 개의 작은 구멍이 있었습니다. 유심히 들여다보다 그 구멍에 젓가락을 꽂는 순간, 퍽! 누군가에게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큰 충격이 느껴졌습니다. 그 후로 드문드문 기억나는 것은 어머니 품 그리고 술에 손을 담그고 있던 장면 정도입니다. 나중에 들은 말을 조합해보고서야 제가 콘센트 구멍에 쇠젓가락을 끼워 전기에 감전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양손은 젓가락을 쥐고,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채로 정신을 잃은 막내아들을 뒤늦게 발견한 어머니가 세찬 발길질로 얼른 벽에서 떼어내셨다고요. 화상을 입은 제…

한국 화성 이제봉

영원한 삶을 위해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는 1부 ‘작은 사람들의 나라’를 시작으로 총 4부까지 이어지는 기행문 형식의 풍자 소설이다. 이 책은 동화로 각색되어 아이들에게 많이 읽혔다. 청소년 시절, 걸리버 여행기 완역판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매우 인상 깊게 본 내용이 있다. 소인국과 거인국의 여행을 마친 걸리버는 또다시 항해에 나서는데, 세 번째로 가게 된 나라가 바로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였다. 이 나라에서 걸리버는 한 고관으로부터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들인 ‘스트럴드블럭’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걸리버는 그들의 존재를 알고 동경심을 갖지만 오래지 않아 생각이 바뀐다. 걸리버가 그들을 부러워한 이유는 언제나 젊고 건강한 모습으로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스트럴드블럭’들은 늙은 채로 영원히 살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노쇠해진 스트럴드블럭들은 늘 병마에 시달렸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자주 겪어야 했다. 기억도 온전치 못해…

한국 인천 최재웅

엄마와 빛

어릴 적 우리 집은 깊은 산골짜기에 있었다. 열네 가구가 전부인 마을에는 버스도 들어오지 않았다. 초등학교까지 가려면 걸어서 사십 분, 중학교는 자전거를 타도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고등학교는 도저히 집에서 다닐 수 없어 학교 기숙사로 들어갔다. 주중에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주말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서 쌀과 반찬, 용돈을 받아와 일주일을 보냈다. 집에 가는 토요일은 서둘러야 했다. 그나마 동네 가까이 가는 몇 안 되는 버스를 놓치기라도 하면 막차를 타야 하는데 엄청난 담력이 필요했다. 버스에서 내려 가로등도 없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삼십여 분 동안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신경을 쓴다고 써도 어쩔 수 없이 막차에 올라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면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하지만 막상 산길에 접어들면 마음의 준비 같은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군데군데 나타나는 무덤들, 새까만 개울가에서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

한국 양산 주점열

엄마가 되어서야

저는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태어났습니다. 시골이라 좋은 점도 많았지만 시내에서 파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기다리던 날은, 도시에 있는 작은아버지가 종합과자 선물세트를 사서 들르는 명절과 제 생일이었습니다. 엄마는 특별한 음식을 기대하는 제 마음을 아시고 해마다 생일이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들로 맛있는 생일상을 차려주셨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고부터 도시에 나가 두 살 위 언니와 자취하며 결혼 전까지 지냈습니다. 엄마는 막내딸을 어린 나이에 떼어놓아 잘 챙겨주지 못했다며 저를 무척 안쓰러워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결혼한 후에도 생일이 되면 손수 장을 봐서 생일상을 차려주시곤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엄마가 차려주는 생일상이 정말 좋았습니다.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저는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상하게도 딸들의 생일이면 몸이 너무 아픈 겁니다. ‘엄마도 내 생일에 이렇게 아프셨을까?’ 제 자신이 엄마가 되기 전에는 한 번도 해본…

한국 춘천 기금주

서로 다른 우리가 연합할 때

냉장고 문을 열어보고는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쫄면을 만들 때 썼던 깻잎과 콩나물 약간, 비빔밥을 해먹고 남은 당근과 베이비채소 몇 줌, 미나리와 쑥갓과 알배기 배추 1통. 음식 재료로 쓰고 조금씩 남은 채소와 나물들이 냉장고 한편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두었다가는 시들어버릴 자투리 재료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부침개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해 날씨와 어울리는 음식이 될 것 같았습니다. 부추전, 김치전, 배추전, 감자전, 파전 등 보통 부침개에는 주 종목 재료가 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쑥갓처럼 씁쓸한 맛을 지닌 나물이 향이 진한 깻잎과 어울릴까? 독특한 맛이 나는 당근과 고소한 콩나물이 서로 맞을까? 미나리와 배추는?’ 채소들의 향과 맛과 모양이 워낙 제각각이라 걱정은 됐지만 싱싱할 때 한번에 먹으려면 부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냉장고 안에 있던 채소와 나물들을 몽땅 꺼내 다시 한 번…

한국 서울, 이혜경

산행

“엄마, 내 배낭 엄마가 들어주면 안돼?” 남편이 출장을 간 휴일,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궁리하다 산행을 택했다. 그런데 아이가 시작부터 보챈다. “많이 무겁니? 금방 약수터 나오니까 조금만 참아. 거기서 좀 쉬자.” 등산에 익숙지 않은 아이는 마실 물과 과자 등 자기 몫만 든 배낭마저 짐스러운 눈치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 내 모습과 꼭 닮았다. 둘째가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 쌍둥이 동생까지 생긴 우리 집은, 갓난아이 우는 소리부터 엄마를 도우러 오신 할머니까지 북적거리는 식구들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아빠는, 집에 있어 봐야 별 도움도 안되는 큰딸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 엄마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일요일이면 나를 데리고 동네 뒷산에 자주 오르셨다. 아빠는 내 몸에 딱 맞는 배낭 속에 작은 물병, 초코파이 두 개, 사탕 한 줌, 수건 등을 넣어 메어주었다. “산에 올라갈 때는 아무리…

한국 창원, 조은진

내 영혼의 호흡

“엄마, 나 기흉이라는데? 빨리 수술 안 하면 죽을 수도 있대.” 숨쉬기가 불편하고 힘들다며 병원에 간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곧바로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머니, 방금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는데요, 아드님이 무척 위험한 상황입니다. 지금 바로 수술해야 합니다. 입원부터 시키고 수술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요, 서둘러 와주세요. 수술은 오시는 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정신이 멍했다. ‘기흉?’ 정신을 가다듬고 기흉이 어떤 병인지 급히 알아보았다. 폐에 구멍이 나서 공기가 새고, 그로 인해 늑막강에 공기나 가스가 고이게 되는 질환이란다. 곧장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아들은 이미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에 들어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수술이 시작되기 전, 의사 선생님과 면담했다. 엑스레이 사진으로 본 아들의 폐는 양쪽의 모양이 달랐다. 한쪽은 혈관도 잘 보이고 건강한 반면 다른 한쪽 폐는 쪼그라든 채 먹물을 먹여 놓은 듯 새까맸다. 아무것도…

한국 청주, 김은미

군대에서 알게 된 행복

내가 군에 입대할 때 부모님은 슬픈 기색 없이 나를 배웅해주셨다. 그 모습에 ‘우리 엄마 아빠는 안 슬퍼하셔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훈련소로 들어갔었다. 몇 주가 지나 훈련소 수료식을 하던 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달려와 안아주시는 부모님을 뵈었다. 나는 그제야 부모님이 입소식 때는 일부러 내색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로 내가 힘들어하면 부모님께서 많이 속상해하실 것을 알기에 힘든 훈련도 열심히 소화하며 군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일주일에 적어도 4~5일은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면서 안부를 여쭈고 내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렸다. 시간이 흘러 첫 휴가를 신청했다. 휴가 소식을 전한 뒤로, 부모님은 전화를 드릴 때마다 “먹고 싶은 건 없어?”, “시간이 너무 안 간다”, “아들 빨리 보고 싶어” 하며 나보다 더 휴가 날을 손꼽아 기다리셨다. 드디어 돌아온 휴가 날. 조금이라도 빨리 부모님을 뵙고 싶었지만 강원도 화천에서…

한국 부산, 김승혁

엄마에게 중요한 것

일요일 저녁, 친구를 만나고 집에 와보니 엄마의 새끼손가락에 반창고가 여러 겹 붙어 있었다. “엄마, 손 왜 그래요?” “응, 뭐 좀 하다가 살짝 베였어.” 한눈에 봐도 살짝 벤 정도가 아니라서 빨리 병원에 가보자고 했지만 엄마는 별것 아니라며 내일 가도 된다고 했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서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다음 날 퇴근하고 집에 와서 본 엄마의 상태는 심각했다. 엄마는 손가락 하나가 아닌 손 전체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늦게 병원에 왔다고 나무랄 정도로 상처가 컸던 것이다. 까딱하면 다친 부위를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는데 엄마는 나의 놀란 표정을 보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걱정 마. 끄트머리만 살짝 베여서 잘라도 조금밖에 안 자를 거야.” 태연한 엄마의 태도에 더 속이 상해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느냐, 왜 빨리 병원에 가지…

한국 서울, 이선미

고향 그리고 어머니

모처럼 쉬는 날, 미뤄둔 집안일을 정신없이 하느라 휴대폰 벨이 울리는 것도 몰랐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친정엄마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전화하셨네요?” “그래, 자는 걸 깨운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일어났니?” “그럼요. 지금이 몇 신데요.” 엄마는 애들 교육비에 보탤 겸 몇 년째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나를 몹시 안쓰러워하셨다. 엄마는 윗집에서 실한 무를 두어 개 얻었는데 내 생각이 나서 깍두기를 담가 택배로 보냈다며 물건을 받으면 확인 전화를 달라고 했다. “힘들게 뭐하러 하셨어요. 나도 낼모레면 오십이구만. 저는 제가 해먹을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너는 일하느라 바쁘고… 음식도 잘 못하고 그래서 그러지.” 다음 날 택배가 도착했다. 꼼꼼하게 붙인 테이프 사이로 고향 집 주소와 엄마 이름이 보였다. 기분이 묘했다. ‘엄마가 있는 곳. 그래 여기가 우리 집이었지. 여기서 함께 살았었지.’ 떠나온 고향이 그립고, 오늘도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홀로…

한국 의정부, 김향순

잃어버린 추억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 나오는 만화를 무척 좋아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만화를 볼 생각에 늘 설렜다. 만화 상영이 끝나면 아쉽기 짝이 없었다. 재미있는 만화를 두고두고 볼 방법을 궁리하다가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면 앞부분에 네모난 구멍이 있는데, 그 구멍을 막으면 테이프에 원래 있던 내용이 삭제되고 보고 싶은 만화가 녹화됐다. 집에는 내 유치원 재롱 잔치, 볼링 가이드, 해외 영화, 부모님의 결혼식 등 여러 종류의 비디오테이프가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가지고 녹화를 시작했다. 물론 부모님께 허락받은 비디오테이프에만 녹화가 가능했다. 녹화해둔 만화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만화 비디오테이프의 양은 늘었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만화를 한 편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비디오테이프가 부족했다. 급기야 허락받은 것 외에 필요 없어 보이는 비디오테이프를 내 마음대로 골라서 녹화하기에 이르렀다. ‘해외 영화는 많이 봐서 내용을 다 아니까 더…

한국 강릉, 홍순태

어머니의 심부름

저는 삼 형제 중 둘째입니다. 저희 형제들은 호주 멜버른에 흩어져 살고 있고, 부모님은 멜버른에서 차로 아홉 시간 걸리는 애들레이드에 거주하십니다. 저희는 일 때문에 자주 부모님을 뵈러 가지 못하지만 어머니는 저희가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와서 돌봐주십니다. 한 날은 형이 심한 감기 몸살에 걸렸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어머니가 당장 형 집으로 가셨을 텐데 하필 당신도 몸이 편찮으신 데다 바쁜 일까지 겹쳐서 움직이기가 힘든 처지였습니다. 늦은 밤, 어머니는 저에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연욱아, 혹시 엄마 대신 형한테 죽 좀 쑤어서 갖다줄 수 있을까?” “죽이요?… 네, 알았어요. 그런데 내일 제가 일찍 일어나야 해서 지금은 곤란해요. 내일 해서 갖다 줘도 되죠?” “지금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내일이라도 꼭 부탁한다, 아들.” 사실 귀찮았습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었지만…

호주 멜버른, 정연욱

진정한 휴식

많은 직장인들이 새해 달력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연휴 날짜를 세어 보는 것이다. 그만큼 연휴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행복을 준다.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2018년 가을은 행복의 절정이었다.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추석 연휴가 5일, 뒤이어 개천절과 한글날이 있어 장장 7일이나 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터로 복귀했다. ‘충분히 쉬었으니 오늘부터 열심히 일해보자’는 각오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거뜬히 해결하던 일이 갑자기 헷갈리고, 여러 절차를 거쳐서 진행해야 할 일을 그냥 처리하다 반려가 됐다. 서류를 작성할 때는 주요 업무 내용을 빼먹어서 상사에게 혼나기도 했다. 예전의 빠릿빠릿하던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며칠 고생했다. ‘내가 요즘 왜 이러지?’ 퇴근하고 나서 대충 씻은 뒤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봤다. 추석 연휴 때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면서 TV를 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한국 사천, 이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