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상 속, 크고 작은 깨달음을 나눠요.
최고의 코디네이터
어렸을 때 엄마는 언제나 제 마음에 쏙 드는 옷을 사주셨습니다. 옷뿐만 아니라 신발과 벨트도 엄마가 사준 것들은 항상 제 몸에 딱 맞았습니다. 엄마가 골라준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춘기에 들면서 제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이 사고 싶어졌습니다. 용돈을 아껴두었다가 난생처음 혼자 옷을 사러 가게에 갔습니다. 여기저기 신나게 구경하다가 깔끔한 셔츠와 바지를 멋지게 차려입은 마네킹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 저거 진짜 내 스타일이다!’ 마네킹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저를 보고 점원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저 옷을 입으면 정말 신사처럼 보일 거예요.” 점원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네킹이 입고 있던 옷을 벗겨서 제게 건넸습니다. 신사 같은 내 모습을 사람들이 부럽게 쳐다보는 상상을 하니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습니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옷을 사서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새로 산 옷으로 갈아입고 마네킹처럼…
짐바브웨 하라레, 타피와
해가 지기 전에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기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올 때쯤 영국 모든 도시에 록다운(lockdown, 봉쇄)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연일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회사도 재택근무를 시행해 평소 같이 모이는 시간이 적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과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편하다는 이유로 툭툭 던지는 말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고 하루는 사소한 일로 시시비비를 가리다 언성이 살짝 높아졌습니다. 집 안에 감도는 불편한 공기를 애써 모르는 체하며 ‘그래도 내가 옳았어’ 하는 마음으로 창밖을 응시하는데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며칠 전 설교 영상에서 들은 어머니 말씀이 제 가슴을 찔렀습니다. “해가 질 때까지 분을 품지 말고 해가 지기 전에 미안하다고 말해보세요.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어도 먼저 미안하다고 해봅시다. 상대방이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닌데 왜 미안하다고…
영국 맨체스터, 김두리
조건 없는 탕감
회계·금융 분야에서는 ‘부채’와 관련된 내용을 다룰 때가 많다. 여기서 부채는 대출 가치와 이자의 합계이며, 이자는 채무자에게 할당된 시간과 관련된 이자율로 계산한다. 만약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빚을 지녔다면, 경제적 활동을 회복하게 해주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부채 탕감 제도’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채무자는 특정 금액의 채무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탕감받는다. 결국 모든 금액을 변상하는 것이 아니기에 채권자는 탕감된 만큼 손해를 입는다. 물론 부채를 탕감받을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신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 법원이 채무자의 태도를 지켜보고 탕감을 확정 짓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채 탕감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채무자에게는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하다. 성경에도 이런 제도가 기록되어 있다. “이러므로 천국은 그 종들과 회계하려 하던 어떤 임금과 같으니 회계할 때에 일만 달란트 빚진 자 하나를 데려오매 갚을 것이 없는지라 … 그…
모잠비크 마푸투, 엘리아스
도피성 수감자
철컹. 둔탁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 한 다큐멘터리에서 여자 교도소 수감자들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았다. 과연 그들의 생활은 어떨까. 내 시선은 화면에 집중되었다. 하루 30분의 운동 시간. 유일하게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수감자들은 웃고 이야기하며 운동을 하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햇볕을 쬐기도 했다. 죄수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수감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지극히 평범해 보였다. 한 수감자가 카메라를 보며 방송에 얼굴이 나가는지 물었다. 걱정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집에만 돌려 보내주면 얼굴이 나가도 상관없어요.” 밝게 웃는 웃음소리가 왠지 서글프게 들렸다. 새벽 4시. 교도소의 하루를 여는 이들은 취사를 담당하는 수감자들이었다. 640여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손길은 쉴 틈 없이 분주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40킬로그램짜리 쌀가마니를 들고 나르는 중노동이 쉽지는 않지만,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밥을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식사 시간이 되자 각각의…
한국 울산, 조은영
불꽃이 너를 사르지 못하리니
가족 모두 깊이 잠들어 있던 새벽 5시 무렵, 자동차가 충돌하는 듯한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비몽사몽간에 이번에는 총소리 같은 것이 들렸습니다. 정신이 번쩍 든 저는 남편을 깨웠습니다. 바깥에서는 몇 번의 총격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고함 소리 그리고 누군가가 빠르게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소리로 점점 어수선해졌습니다. 집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저희 부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남편은 “아무래도 싸움이 일어난 것 같아. 무서운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으니 밖으로 나가면 절대 안 돼” 하고 저를 단속했습니다. 잠시 후, 사람들이 저희 집 마당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군가 저희를 해치려고 집 마당을 둘러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웠습니다. 어느새 엄마도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숨죽이고 있는데 펑 하면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어보았습니다.…
말레이시아, 스타팍 셀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