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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전에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기

영국 맨체스터, 김두리

2559 읽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올 때쯤 영국 모든 도시에 록다운(lockdown, 봉쇄)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연일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회사도 재택근무를 시행해 평소 같이 모이는 시간이 적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과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편하다는 이유로 툭툭 던지는 말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고 하루는 사소한 일로 시시비비를 가리다 언성이 살짝 높아졌습니다. 집 안에 감도는 불편한 공기를 애써 모르는 체하며 ‘그래도 내가 옳았어’ 하는 마음으로 창밖을 응시하는데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며칠 전 설교 영상에서 들은 어머니 말씀이 제 가슴을 찔렀습니다.

“해가 질 때까지 분을 품지 말고 해가 지기 전에 미안하다고 말해보세요.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어도 먼저 미안하다고 해봅시다. 상대방이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닌데 왜 미안하다고 하느냐 해도 ‘그냥 미안해서요’ 하고 말해보세요.”

지금이야말로 이 말씀을 실천할 때였지만 제 자존심은 아직도 ‘나는 옳았어,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말씀으로 자존심을 꾹꾹 누르며 남편에게 다가갔습니다. 미안하다고 말할 적당한 타이밍을 찾으려고 곁을 뱅뱅 도는데 왠지 민망해 망설여졌습니다. 그사이 해는 서녘으로 더 기울어 있었습니다. 이날따라 해 지는 속도가 야속하리만치 빨라 마음이 초조해졌습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 겨우 입술을 뗐습니다.

“…미안해요.”

일단 말하고 나니 뭐가 그리 어려웠나 싶을 만큼 다음 말이 술술 나왔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더 미안했다고 도리어 제게 사과했습니다. 저희 부부를 지켜보던 아이가 물었습니다.

“왜 갑자기 서로 미안하다고 말해요?”

“응, 잘못한 일이 있으면 해가 지기 전에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야.”

제 대답을 들은 아이는 다음부터 해가 지려고만 하면 빨리 미안하다고 말하라고 알려줍니다.

어머니 말씀을 실천하며, 왜 해가 지기 전에 미안하다고 말하라 하셨는지 깨달았습니다.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을 낮추며 먼저 사과했더니 서로 간에 굳었던 마음이 봄눈 녹듯 부드러워졌고, 한층 끈끈해진 가족애가 저희를 온전히 하나로 엮어 주었으니까요.

복음을 위해 바쁘게 달려가다 보면 알게 모르게 형제자매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마음에 미움, 원망을 덕지덕지 붙인 상태로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겠지요. 그런 불상사를 예방하는 방법이 바로 해가 지기 전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아직 기회가 있을 때 굳은 마음과 자존심을 버리고 먼저 다가가 미안하다고 말하며 형제자매와 사랑으로 하나 되겠습니다. 머뭇거리다 복음의 해가 지고 나면 회개할 기회마저 사라져버릴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