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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반대말, ‘불평’

불평은 문제만 키울 뿐,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불평을 차단하는 방법은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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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모처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첫 해외여행에 가족 모두 마음이 들떴다.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자 아내가 온갖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하필 이런 날 비가 오고 난리야!” 공항으로 가는 길, 아내는 또다시 툴툴거렸다. “시간도 없는데, 차는 왜 이렇게 막혀? 앞차는 또 왜 이리 느려터진 거야? 속 터져!”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아내의 불만은 그치지 않았다. ‘숙소가 마음에 안 든다’, ‘음식이 입맛에 안 맞는다’, ‘오래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다’ 등등. 끊임없이 쏟아지는 불평에 남편은 참다못해 화를 냈고, 결국 여행을 망친 가족은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와야 했다.

같은 상황이라도 긍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평거리를 찾아내는 사람이 있다.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은 어디에서든 환영받지 못한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기업의 인사 담당자 1,159명을 대상으로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1위가 ‘매사 불평불만이 많은 직원’(53.7%)으로 조사되었다.

회사에서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피하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그럴 수도 없다. 더구나 불평불만을 가장 쉽게 토로하는 대상은 가족이다. 가정이든 사회든 불평불만이 넘쳐나면 조직의 힘은 약화되고 결속력이 떨어진다. 불평은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언제나 감사의 문으로 들어와서 불평의 문으로 나간다’는 서양 속담처럼, 처해진 상황에 만족하고 감사하면 계속해서 감사할 일들을 찾고 그 속에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지만, 부정적인 생각으로 불평만 쏟아내면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혹자는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평’이라 했다.

불평이 문제를 만든다

불평이란, ‘마음에 들지 아니하여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 또는 ‘못마땅한 것을 말이나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나는 왜 더 좋은 집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우리나라는 어째 이 모양인가’, ‘우리 애는 누굴 닮아서 공부를 지지리도 못할까’⋯. 물건, 상황, 사람에 대하여, 불평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불평불만 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계속 불평거리가 생긴다.

뇌는 불평을 하면 할수록 더욱 부정적으로 사고한다. 즉, 불평을 잘하는 뇌가 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불만을 품고 할 때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할 때 능률이 더 오른다. 불만이 가득하면 일이 잘 안 풀리는 까닭은 좋은 해결 방법이 있어도 뇌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정적이고 불평하는 태도는 자신의 뇌가 제대로 일할 수 없게 만든다.

불평불만은 일을 그르칠 뿐 아니라 건강까지 해친다. 불평을 하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과도한 코르티솔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심장병과 비만, 당뇨 등 여러 가지 병을 유발시킨다. 불평은 듣는 사람까지 불평하게 만들거나 우울하게 한다. 결국 자신의 건강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건강까지 해친다.

불평과 사실

사람들은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자신이 불평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평이 아니라 명확한 사실을 지적한다고 생각한다. 불평을 만성적으로 하면 자신이 늘 피해자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조금이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면 자신을 적대시한다고 오인하기도 한다. 특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일수록 불평불만이 많다. 자신의 생각이 우선이므로 거기에 어긋나면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말하는 내용이 불평인지,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인지는 내적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달려 있다. 즉,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내 뜻대로 변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불평에 해당된다. 가령 집에 쌀이 없을 때 “쌀이 떨어졌네”라고 한다면 사실을 말하는 것이지만 “쌀이 왜 이렇게 빨리 떨어지는 거야”라고 말한다면 쌀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과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빈 코발스키 박사는 “대다수의 불평은 어떤 대상이나 사람에 대한 진정한 태도를 반영한다기보다 다른 이에게 특정한 반응을 끌어내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특정한 반응’은 주목 끌기, 책임 회피, 질투 유발, 권력 행사, 제대로 못 한 일에 대한 변명, 이렇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불평불만이 나오려 할 때 이 중 한 가지 의도는 아닌지 스스로 파악해보라.

‘왜?’보다 ‘어떻게 하면?’

불평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무조건 속으로 삼키기만 할 수도 없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도 대안이 있는 비판,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비판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불평은 그것을 표출하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건설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공자는 “어둡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촛불 하나라도 켜는 게 낫다”고 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랜디 포시 교수 역시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강의를 하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놓고 불평하며 인생을 허비한다. 불평하는 데 쏟는 에너지의 10분의 1만 문제 해결에 쏟아도 얼마나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지 스스로도 놀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불평보다는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왜?’ 대신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자. 식당에 갔는데 테이블이 깨끗하지 않다면 “왜 이렇게 지저분해?” 하고 볼멘소리를 하기보다 종업원에게 테이블을 좀 닦아달라고 부탁하면 그만이다. 나의 의지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이처럼 해결책을 찾아 불만을 해소해야겠지만,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불평해도 아무 소용없다. 그 일로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불평에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불평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다른 사람의 불평과 하소연은 피곤하게 여긴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족, 친구, 이웃 등 다른 사람의 불평과 불만 섞인 소리를 끊임없이 들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 불만을 토로할 땐 같이 불평하거나 짜증내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불만’, ‘불평’이라는 단어는 어감부터 부정적으로 들리므로 “뭐가 불만이야?”, “불평하지 말고 말해”라는 말 대신 “무엇이 불편해요(불편하니)?” 식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불평을 들어주는 것 또한 대화이며 소통이므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먼저다. 상대의 말을 끊거나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고 다그치지 않아야 한다.

불평을 듣는 사람의 역할은 문제 해결이 아닌 ‘공감’이다. 공감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면 대부분 불평도 사라진다. 아내가 집안일이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 남편이 “그렇게 힘들면 차라리 하지 마”라고 하는 건 아내의 불만만 더 커지게 할 뿐이다. 아내는 집안일이 하기 싫은 게 아니라 공감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아내가 정말로 집안일을 힘들어하는 것이라면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강구하면 된다.

비록 상대방의 말이 옳다고 여겨지지 않거나 자신에 대한 오해로 불만을 터뜨리더라도 그의 감정을 인정해 주어야 불필요한 말다툼이 없고 원만한 관계가 유지된다. 불만에 대한 변론은 그다음 순서다.

조선 세종 때 우의정을 지낸 유관(柳寬, 1346~1433)은 검약과 절제를 실천한 청백리로 잘 알려져 있다. 한번은 낡은 집에 장맛비가 줄줄 새자 아내에게 우산을 가져오게 했다. 방에서 우산이라도 써서 비를 피할 요량이었다. 벼슬을 하면서도 궁색하게 사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아내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부인, 우리는 그나마 다행이지 않소? 우리에겐 우산이라도 있으니 말이오. 우산 없는 집은 어찌 견디겠소?”

이 이야기가 전해지자 사람들은 유관이 살던 집을 ‘우산각(雨傘閣)’이라 불렀다.

자신의 힘들고 불편한 점만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사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단칸방에 사는 사람에게 자기가 사는 큰 집이 좁아서 못 살겠다고 한다거나, 철야 근무로 밤을 꼬박 샌 배우자에게 불면증을 호소하는 격으로, 때에 따라 나의 불평이 다른 사람에게는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불평을 삼가야 한다.

행복의 반대말이 불평이라면 행복의 동의어는 ‘감사’다. 감사는 불평을 철통 방어해 준다. 행동하지 않을 거라면 불평하지 말고, 해결할 수 없는 불평이라면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