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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성 수감자

한국 울산, 조은영

3825 읽음

철컹.

둔탁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

한 다큐멘터리에서 여자 교도소 수감자들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았다. 과연 그들의 생활은 어떨까. 내 시선은 화면에 집중되었다.

하루 30분의 운동 시간. 유일하게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수감자들은 웃고 이야기하며 운동을 하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햇볕을 쬐기도 했다. 죄수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수감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지극히 평범해 보였다.

한 수감자가 카메라를 보며 방송에 얼굴이 나가는지 물었다. 걱정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집에만 돌려 보내주면 얼굴이 나가도 상관없어요.”

밝게 웃는 웃음소리가 왠지 서글프게 들렸다.

새벽 4시. 교도소의 하루를 여는 이들은 취사를 담당하는 수감자들이었다. 640여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손길은 쉴 틈 없이 분주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40킬로그램짜리 쌀가마니를 들고 나르는 중노동이 쉽지는 않지만,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밥을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식사 시간이 되자 각각의 방 앞에 배달된 식판들이 문 아래쪽 작은 구멍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마친 수감자들은 작업장으로 이동해 일하거나 직업훈련을 받았다. 해 질 무렵, 인원 점검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뒤 교도소의 하루가 끝났다.

제한된 스케줄, 한정된 자유 속에서 그들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현재 자신의 처지는 과거의 잘못 때문이고 그저 죗값을 치르는 것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중 한 무기수의 사연이 소개됐다. 바른 생활로 모범수가 된 그녀에게 13년 만에 1박 2일 동안 부모님과 지내는 특권이 주어졌다. 교도소 안의 작은 사택 앞에서 수감자와 엄마는 서로 얼굴을 보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가 부둥켜안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손을 맞잡고 사택에 들어가자 부모가 가지고 온 물품을 점검한 교도관은 사택 밖에서 문을 잠갔다. 수감자가 아닌 자유인이 있어도 교도소 원칙상 무조건 문을 잠가야 한다는 것. 자신들마저 자유를 저당 잡힌 수감자나 다름없었지만 그래도 부모의 얼굴은 밝기만 했다. 죄인이든 아니든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한 듯한 표정이었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 부모님은 몇 날 며칠 먹고도 남을 음식과 선물을 잔뜩 싸왔다. 시장에서 파는 만 원짜리 옷을 입은 엄마는 딸에게 비싼 스웨터를 건넸다. 자신은 아무거나 입어도 상관없지만 딸은 추우면 안 된다는 말에 딸은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 침묵을 지키던 아빠는 “내가 못나서 딸이 이 고생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닦았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식사하는 평범한 일상이 이 가족에게는 다시 없을 소중한 시간”이라는 내레이션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수감자의 모습은 나의 모습이었다. 나 또한 하늘에서 죄를 짓고 지구 도피성에 갇힌 죄인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긴 세월 이곳 지구 도피성에서 나와 같은 죄인의 삶을 사셨다. 그 일생을, 그 사랑을 너무 자주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집에만 보내준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던 수감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나 역시 하늘 고향에 돌아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련다. 내 죗값으로 당하는 시련을 꿋꿋이 이겨내고, 자녀들과 다시 한 상에서 먹고 마실 기쁨의 자리를 준비하고 계시는 하늘 부모님을 생각하며 온전한 회개의 시간을 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