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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한국 광주, 김신형

1852 읽음

지리산과 섬진강 사이에 위치한 구례는 감이 유명합니다. 그런데 장마로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는 바람에 감 농장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빨리 복구 작업을 해야 감나무를 살리고 남은 감이나마 수확할 수 있지만 연이은 폭염 때문에 농장을 운영하는 어르신들은 오래 일하기가 힘든 형편이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도와드리려고 하나님의교회 직장인청년봉사단 아세즈 와오(ASEZ WAO) 식구들과 함께 구례를 찾았습니다. 마을 이장님은 무더운 날씨에 찾아줘서 고맙다며 저희를 반겨주셨습니다.

밭의 규모도 크거니와, 나무들이 거의 다 쓰러져 완벽히 복구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도저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밭 주인 할아버지가 어떻게든 나무를 살리려 손을 쓰다 그만두신 흔적도 보였습니다.

심한 홍수를 겪고도 몇몇 나무들은 초록색 대봉감을 달고 있었습니다. ‘이번 복구 작업이 곧 다가올 수확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어느 분의 말이 귀에 맴돌아, 저희는 나무에 달린 감들이 잘 익어 수확되길 바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구역을 나누어 작업을 시작한 저희는 썩거나 심하게 휘어 일으킬 수 없는 가지는 톱으로 자르고, 가까스로 살아 있는 가지에 걸린 부유물과 진흙을 빼내고, 밭까지 쓸려 온 크고 작은 쓰레기는 포대에 담아 밖으로 옮겼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청년인 저희도 땀이 뻘뻘 나는데, 밭 주인 어르신 중 한 분이 쉬지 않고 함께 일하고 계셨습니다. 걱정이 되어 좀 쉬면서 하시라고 했더니 “봉사하는 분들이 무거운 비닐과 호스를 옮기고 옷에 진흙이 묻는 것도 상관없이 열심히 일하는데 내가 어떻게 쉴 수 있겠느냐”며 고마워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함께하는 식구들이 없었더라면 작업을 마칠 때까지 땡볕 아래서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식구들은 자신이 힘들어하면 주변 사람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 한마디를 하더라도 배려하는 말, 힘주는 말로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수해를 입은 농민들께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웃으며 일하는 모두의 모습은 큰 감동이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가을, 연합과 배려로 정비된 농장에서 탐스럽게 익은 감이 어르신들의 마음을 위로해드리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