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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심부름

호주 멜버른, 정연욱

2025 읽음

저는 삼 형제 중 둘째입니다. 저희 형제들은 호주 멜버른에 흩어져 살고 있고, 부모님은 멜버른에서 차로 아홉 시간 걸리는 애들레이드에 거주하십니다. 저희는 일 때문에 자주 부모님을 뵈러 가지 못하지만 어머니는 저희가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와서 돌봐주십니다.

한 날은 형이 심한 감기 몸살에 걸렸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어머니가 당장 형 집으로 가셨을 텐데 하필 당신도 몸이 편찮으신 데다 바쁜 일까지 겹쳐서 움직이기가 힘든 처지였습니다. 늦은 밤, 어머니는 저에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연욱아, 혹시 엄마 대신 형한테 죽 좀 쑤어서 갖다줄 수 있을까?”

“죽이요?… 네, 알았어요. 그런데 내일 제가 일찍 일어나야 해서 지금은 곤란해요. 내일 해서 갖다 줘도 되죠?”

“지금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내일이라도 꼭 부탁한다, 아들.”

사실 귀찮았습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었지만 몹시 피곤해서 꼼짝하기가 싫었습니다. 시간을 벌어서 잘됐다는 생각도 잠시, 어머니의 근심 가득한 목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가만히 있기가 죄송스러워 피곤을 무릅쓰고 곧바로 죽을 끓여서 형을 찾아갔습니다. 몸은 좀 힘들어도 마음이 한결 편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어머니께 전화로 안심을 시켜드렸습니다.

“방금 형한테 죽 갖다 줬어요. 형 죽 먹고 쉬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정말? 아이고, 고마워라. 엄마가 해야 할 일인데 네가 해줘서 정말 고마워. 수고 많았다. 얼른 집에 들어가서 쉬려무나.”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다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마지못해 한 심부름에 이토록 기뻐하시다니….

문득 엘로힘 하나님께 복음 전할 부탁을 받은 아들로서 그 심부름을 과연 잘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았습니다. 부끄럽게도 영혼이 아픈 하늘 형제자매들에게 하나님을 대신해 생명의 양식을 전할 사명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룬 적이 많았습니다. 하늘 어머니께 기쁨 드리고 싶다고, 어머니의 사랑을 실천하고 싶다고 말은 많이 하면서도 정작 어머니께서 좋아하실 일은 하지 않은 것입니다.

회개의 기도를 올리며 다짐했습니다. 지치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잃은 자녀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환하게 웃으실 어머니를 생각하며 힘내서 복음을 전하겠다고요. 더 이상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어머니께 근심이 아닌 기쁨을 드리고 싶다면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어머니께서 기뻐하실 일을 열심히 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