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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3일

기쁨 주는 ‘웃는 얼굴’

한국 대전, 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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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현기증이 일며 몸에 힘이 빠지고 메스껍기까지 했습니다. 워낙 체격이 좋은 데다 힘이 없거나 입맛이 떨어진 적이 없었기에, 갑자기 이런 증상이 찾아오니 당황스럽고 걱정됐습니다. 망설이다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찾아간 병원은 예전에 아버지가 진료를 받으시던 곳이었습니다. 의사는 저의 증상에 대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제가 아버지 보호자로 왔던 기억이 나는지 아버님은 잘 계시느냐고 물었습니다. 외출은 잘 하시는지도 궁금해하며, 워낙 말수가 없고 조용하셔서 집에만 계시면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으니 많이 웃게 해드리라고 일렀습니다.

의사의 말을 듣고 뜨끔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를 웃게 해드릴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날부터 의사의 당부대로 어떻게 아버지를 웃게 해드릴지 고민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거울신경’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우리 뇌에는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을 거울처럼 따라 하는 거울신경이 있어서 상대방의 미소를 보면 같이 웃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웃으면 아버지도 자연스레 웃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아버지 방문을 열기 전 미리 웃는 연습을 했습니다. 한번은 기분이 어떠시냐고 여쭈자, 아버지는 늘 같은 내용의 옛날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하셨던 이야기라 건성으로 들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웃게 해드리려고 마음먹어서 그런지 얘기 듣는 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자서전을 써보고 싶다고 하신 말씀이 불현듯 생각나 아버지 말씀을 하나하나 받아 적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질문도 많이 하게 되고, 아버지와 더욱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가 즐거워 음성파일로 남기려고, 녹음 준비를 한 뒤 다시 기분이 어떠신지 여쭈었습니다. 아버지는 “네가 환한 미소로 나와 대화한 적이 처음이다. 나도 기분이 좋아 계속해서 입이 열리고, 생각지 못했던 일도 기억나서 좋았다” 하셨습니다. 그동안 아버지의 이야기를 마지못해 들으며 지루해했던 모습을 들킨 것 같아 너무 죄송했습니다.

여든일곱의 아버지 앞에 이제야 진정한 딸로 선 느낌입니다. 부모님께 웃는 얼굴로 대하는 것만으로도 기쁨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부모님 표정도 밝아지셨거니와 저도 왠지 건강해진 것 같아 감사합니다. 앞으로 모든 사람을 ‘웃는 얼굴’로 대하여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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