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직장인들이 새해 달력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연휴 날짜를 세어 보는 것이다. 그만큼 연휴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행복을 준다.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2018년 가을은 행복의 절정이었다.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추석 연휴가 5일, 뒤이어 개천절과 한글날이 있어 장장 7일이나 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터로 복귀했다. ‘충분히 쉬었으니 오늘부터 열심히 일해보자’는 각오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거뜬히 해결하던 일이 갑자기 헷갈리고, 여러 절차를 거쳐서 진행해야 할 일을 그냥 처리하다 반려가 됐다. 서류를 작성할 때는 주요 업무 내용을 빼먹어서 상사에게 혼나기도 했다. 예전의 빠릿빠릿하던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며칠 고생했다.
‘내가 요즘 왜 이러지?’
퇴근하고 나서 대충 씻은 뒤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봤다. 추석 연휴 때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면서 TV를 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낮잠을 자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 연휴 동안 게으름과 나태함에 빠진 몸이 바쁜 일상에 적응을 못한 것이었다.
사실 전쟁터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직장 일이 힘들긴 해도, 그 시간들은 내가 게으름에 빠지지 않고 성실하고 부지런한 삶을 살게 해주었다. 정해진 목표를 가지고 일하다 보면 노력의 결과물이 눈앞에 나타났기에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연휴가 되자 그동안 고생했으니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보상심리에 긴 시간을 너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다. 쉬면서도 명절 일로 정신없는 가족들을 도와주거나, 평소 시간이 없다고 제쳐두었던 자기계발을 하면서 알차게 보낼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결국 게으르게 보낸 연휴가 내게는 독이 되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 끝으로 깨달음이 왔다. 우리 시온 가족들은 복음 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일상에 재충전을 위한 휴식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휴식을 취한다고 모든 일을 당장 멈춰버린다면 그것이 독이 되어 영혼을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만을 휴식이라 한다면 게으름이 휴식을 가장하고 다가와 그동안 성실히 쌓아 올린 복음의 결실을 한순간에 무너뜨려 버릴지도 모른다.
“게으름이 사람으로 깊이 잠들게 하나니 해태한 사람은 주릴 것이니라” 잠 19장 15절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 롬 12장 11절
이런 성경 말씀이 왜 있는지 알 것 같다.
누군가는, 휴일이라고 무조건 빈둥대기보다 몸을 많이 움직이더라도 시간의 주인이 되어 하루의 리듬을 스스로 결정짓는 사람이 진짜 휴식을 취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공감이 간다. 나도 내게 맡겨진 영육 간의 일들은 부지런히 하면서 쉬는 시간들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는, 진정한 휴식을 가져야겠다. 휴식기가 끝나면 몸도 마음도 재충전되어 다시 힘차게 달려나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