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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 살 적 모습

한국 성남, 박윤정

1181 읽음

가깝게 지내는 지인의 세 살배기 아이를 잠깐 돌봐주게 되었습니다. 마침 함께 외출 중이던 부모님 차로 아이를 태워 집으로 향했습니다. 어린아이를 돌볼 기회가 많이 없어서 그런지 부모님도 매우 반기셨지요. 도착 후, 집이 3층이어서 아이를 안고 계단을 올라야 했습니다. 그때 아빠가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삼촌이 안아줘도 돼요?”

저는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아저씨도 할아버지도 아닌 삼촌이라는 호칭도 그렇고,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하는 아빠의 모습이 재밌었거든요. 아이를 안고 계단을 올라가는 아빠의 발걸음이 매우 신나 보였습니다. 아이도 기분이 좋은지 뒤따라 올라가는 제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집에 온 아이는 낯선 공간에 장난감 하나 없는 데도 잘 놀았습니다. 아이의 간식을 준비하다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기에 가 보았더니, 세상에! 아빠가 묘기 수준의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시범을 보이면 그대로 따라 하셨는데, 아빠는 괴로운 듯 보였지만 웃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장바구니 안으로 쏙 들어가자 아빠는 놀이기구를 태우듯 장바구니를 번쩍 들어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적으로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에 내심 놀랐습니다.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는 사이, 저는 간장 떡볶이를 완성했습니다. 엄마가 아이 몫으로 떡을 잘라 그릇에 담았는데, 새모이처럼 잘게 자르고도 아이의 목에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습니다. 식사하는 내내 아이한테 신경 쓰느라 잘 드시지도 못했지요.

그렇게 아이가 집에 와 있는 동안 부모님의 색다른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세 살 때 부모님이 일하시느라 저와 많이 놀아주지 못했고, 추억도 많이 만들지 못해 아쉬웠다고 합니다. 세 살배기 여자아이를 보니 저의 세 살 적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기억 너머 저편에 있던, 저의 어릴 적 모습을 그날 본 것 같습니다. 온몸으로 놀아주는 아빠와 함께 근심 걱정 모르고 깔깔거리던 나, 잘 먹고 건강하길 바라는 엄마의 따스한 보살핌으로 부족할 것 없었던 나.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밝고 건강하고 씩씩한 내가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