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한국 서울, 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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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 한동안 집에서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학했습니다. 몸이 힘든 것은 둘째 치고 길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복음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자취를 결심했습니다.

처음 하는 자취 생활이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시온이 가까워 자주 모임에 참석하고, 원하던 청년 복음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몸이 편하니 정신이 게을러진 것입니다.

‘이게 아닌데….’

차츰 영혼을 살리는 일보다 친구들이 눈앞의 인생을 즐기며 사는 모습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스스로도 싫었고, 엄마 품을 떠난 내 신앙은 이것밖에 되지 않는구나 싶어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새 예루살렘 전도축제가 선포되고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아버지 강탄 100주년을 기념해 선포된 전도축제인 만큼 100퍼센트 믿음으로, 100퍼센트 복음에 헌신하자고 뜻을 모으는 식구들의 열정이 제 심령에도 불을 붙였습니다. 이번 전도축제가 하나님께서 저를 위해 주신 마지막 기회처럼 여겨졌습니다.

사실 저는 해외 단기선교에 참여했을 때를 제외하고 대학 생활 3년 동안 열매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이번에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하늘 가족을 세 명이나 찾았습니다. 그중 두 명은 외국에서 온 유학생인데, 국교가 기독교가 아닌 나라에서 나고 자라 교회와 성경이 생소할 법한데도 진리 말씀을 잘 이해했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말씀의 꼴을 먹으며 시온의 문화와 진리를 배워가고 있고요.

나머지 한 명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친해진 한 살 아래의 동생입니다. 간간이 진리 말씀을 알려줄 때마다 “언니가 다니는 교회는 요즘 보기 드물게 개혁적인 교회 같다“며 감탄하던 동생은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에서도 감동을 받아 이내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한 달 만에 세 영혼을 시온으로 인도한 경우가 없어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한편으로 하나님께서 늘 주셨던 “하면 된다, 믿음을 가지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하지 않고, 믿음을 갖지 못해 지금까지 축복을 받지 못했구나 싶어 그간 부족하게 행한 일들이 부끄러웠습니다.

남은 대학 생활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영혼 구원하는 일에 더욱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위해 예비하신 축복의 기회를 이제는 놓치지 말아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