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모두 깊이 잠들어 있던 새벽 5시 무렵, 자동차가 충돌하는 듯한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비몽사몽간에 이번에는 총소리 같은 것이 들렸습니다. 정신이 번쩍 든 저는 남편을 깨웠습니다. 바깥에서는 몇 번의 총격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고함 소리 그리고 누군가가 빠르게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소리로 점점 어수선해졌습니다.
집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저희 부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남편은 “아무래도 싸움이 일어난 것 같아. 무서운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으니 밖으로 나가면 절대 안 돼” 하고 저를 단속했습니다.
잠시 후, 사람들이 저희 집 마당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군가 저희를 해치려고 집 마당을 둘러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웠습니다. 어느새 엄마도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숨죽이고 있는데 펑 하면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어보았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저희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저희 집을 향해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그 순간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죽음밖에 없었습니다.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고 있는 장면은 생전 처음 보았으니까요.
“불이야, 가까워지고 있어! 빨리!”
남편이 다급하게 소리쳤습니다. 저희는 중요한 서류들과 소지품들을 급하게 챙겼습니다. 그러고는 몸이 불편한 엄마를 모시고 길가로 나갔습니다. 불길은 이웃집을 완전히 에워싼 상태였습니다.
불은 순식간에 저희 집 마당에 있는 나무로 옮겨붙었습니다. 그다음이 나무로 지은 저희 집이었기에 상황은 뻔했습니다.
“포치(다 끝났어)!”
낙심한 저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우리 집도 분명 우리 눈앞에서 타고 말 거야.”
남편의 목소리에도 절망이 가득 배어 있었습니다. 불길이 전깃줄과 옆집에 있던 가스 용기들에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희망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달랐습니다.
“아니, 걱정하지 마.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우리와 우리 집까지도 보호해 주실 거야!”
확신에 찬 엄마의 말을 듣고 약해지려던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소방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불길이 더 번지지 않기를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하고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인력이 부족했습니다. 또다시 엄습해 오는 두려움에 손이 떨렸습니다. 그래도 제 입술은 남편을 향해 “아버지 어머니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실 거야. 우리에게 속한 모든 것들도”라고 말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소방차들이 더 도착했고 화재는 아침 7시경 완전히 진압됐습니다. 마지막 불꽃이 꺼진 곳은 저희 집 앞이었습니다. 남편은 “이렇게 큰 화재에서 우리 집이 남아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며 놀라워했습니다.
8시쯤 집으로 들어가면서 저는 수리가 필요한 곳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불에 탄 주변 집들과 가장 가까운 부엌으로 가보았습니다. 하지만 부엌뿐만 아니라 2층짜리 나무 집 어느 곳에도 불에 탄 흔적이 없었습니다. 뉴스에 보도될 만큼 큰 화재였는데도 저희 집에는 그 어떤 피해도 없었습니다.
저희는 지난 몇 시간 동안 목격했던 것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불길이 얼마나 거셌는지 똑똑하게 기억났습니다. 그런데 그 불은 단지 저희 집 울타리 밖에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이웃집 6채를 집어삼킨 불이 저희 집은 태우지 못했습니다.
남들은 우연이라고 할지 몰라도 저희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허락하신 유월절의 권능이 우리를 보호해 주었다는 것을 압니다. 큰 재난에서 저희 가족과 집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가족이 유월절의 기적과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산 증인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