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주인, 영혼의 주인이신 하나님과 함께

한국 성남, 장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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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태양보다 뜨거운 복음 열정을 뿜어내는 아프리카 대륙. 학생 때부터 막연히 그려왔던 아프리카 복음의 기회를 청년이 되어 얻었습니다. 단기선교를 가게 된 곳은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 에티오피아를 경유해 꼬박 하루를 날아서 앙골라에 도착했습니다.

루안다에 이르자 거창한 환영식이 저희를 기다렸습니다. 현지 식구들이 행인처럼 태연히 있다가 공항에서 나온 저희를 갑자기 둘러싸더니 환영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입니다. 공연장을 방불케 한 분위기에 아프리카에 왔음을 실감했습니다. 단기선교팀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을 담은 노래 가사에 이어 한국어로 “아버지 감사합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현지 식구들을 껴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처럼 멋진 식구들과 힘을 모아 아버지 어머니께 기쁨 드리는 열매를 맺겠다는 각오로 전도를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는 더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앙골라 날씨는 시원했습니다. 한국의 초가을 날씨와 비슷해 활동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날씨 대신 저희를 괴롭힌 것은 매캐한 공기였습니다. 수도인 루안다에는 한국의 대도시만큼 차가 많았습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차에서 나온 매연으로 하늘은 온통 회색이었고, 도로 옆 큰길에서 전도하다 보면 매연과 비포장도로의 모래들이 코와 목으로 들어와 기침이 터져 나왔습니다. 식구들이 걱정할 것 같아 참으려 해도 쉽지 않았습니다. 기침으로 고생하는 저를 보고 식구들은 몹시 미안해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식구들이 계속 미안하다고 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누군가에게 잘못해서 용서를 구할 때 쓰는 단어라 제가 잘못 들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2주쯤 지나 비아나 지역으로 선교를 갔을 때였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전도가 마쳐질 무렵, 종일 건조한 모래에 시달린 탓에 또다시 기침이 나왔습니다. 옆에 있던 현지 식구가 제게 또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궁금해서 이유를 물으니 식구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복음을 전하지 않아서 자매님을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잖아요. 여기 오지 않았다면 자매님이 아프지도 않았을 텐데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생각지 못한 대답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단기선교단이 오면 현지 식구들은 그저 기뻐하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자신들로 인해 한국에서 이곳까지 와 고생한다는 생각에 마음 아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현지 식구들은 복음 전파하는 일에 결코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하우스처치인 루안다교회에는 아직 선교사가 파송되지 않아 280명가량 되는 성도들이 스스로 믿음을 지키며 하나님께서 주신 가르침대로 행하기 위해 함께 애썼습니다.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즐거이 복음에 헌신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느 앙골라의 젊은이들처럼 청년들은 학업과 생업을 병행하면서 거기에 전도하는 시간을 추가했습니다. 아침에 학교에 갔다가 오후에 전도하고 밤에 일하느라 새벽에나 귀가하면 얼마 못 자는데도 피곤한 기색 없이 웃는 얼굴로 복음에 임했습니다.

하나님을 교회의 주인, 영혼의 주인으로 모시고 묵묵히 믿음의 길을 걸어가는 현지 식구들과 연합해 귀한 결실을 허락받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세 차례 단기선교를 다녀왔지만 결실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부터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진정 바라시고 기뻐하시는 알곡 열매를 맺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해 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 기도에 응답해 주셨습니다. 주인공은 교회 근처 터미널에서 만난 알베르토(Alberto) 형제님이었습니다. 1시간이 넘게 진리 말씀을 듣고 교회까지 온 형제님은 성경 말씀을 더 상고한 뒤 순한 양처럼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침례를 받은 후로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하나님의 규례를 지켰고 친구에게 구원의 소식을 전해 시온으로 인도하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앙골라에 머물면서 복음의 자세에 대해 참 많이 배웠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몸에 배어 있는 루안다교회 식구들을 보고 다짐했습니다. 제 영혼의 주인이신 아버지 어머니를 의지해 믿음의 길을 더 힘차게 걸어가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