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상 속, 크고 작은 깨달음을 나눠요.
엄마의 반쪽짜리 기억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어느 늦은 밤, 갑자기 아랫배가 심하게 아렸습니다. 단순한 체증으로만 생각했는데, 엄마는 증세가 심상치 않다며 저를 응급실에 데리고 갔습니다. 엄마의 예감대로 진단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며칠만 늦었어도 복막염으로 번질 만큼 맹장이 부풀어 올라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고요. 엉겁결에 곧바로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수술대에 누웠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풀리면서 신음이 절로 났습니다. 신음은 곧 비명이 되었습니다. 병실에 다른 환자도 있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의사 선생님의 부탁도 소용없었습니다. 제 비명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병실에 들어오려던 아빠와 남동생이 밖에서 듣고는 차마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엄마가 엄살을 떠는 저를 달래셨지만 저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왜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서 아프게 만들었느냐고 억지를 쓰기까지 했으니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제가 아픈 이유는 엄마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장 먼저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채고 급히 병원에…
한국 서울, 박수빈
보이지 않는 당신의 사랑
어릴 적에는 아빠와 함께 노는 것을 좋아했다. 아빠가 계곡에서 나를 튜브에 태워 놀아주는 시간이 좋았고, 아빠 어깨에 목말 타는 것이 좋았고, 아빠 발등에 앉아 타는 비행기의 스릴이 좋았다. 사춘기가 오면서 달라졌다. 아빠의 관심이 귀찮고 참견으로 느껴졌다. 의견이 다를 때도 많아 아빠와 대화가 줄고 마음마저 멀어져 성인이 되어 타지로 간 뒤에는 연락도 거의 하지 않았다.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어느 날 엄마가 자리를 마련해줘서 아빠와 시간을 보내게 됐다. 아빠는 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해졌고 주름도 늘어나 있었다.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수록 아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지고 점점 죄송한 마음이 생겼다. 지금도 나는 예전과 똑같이 애교 없고 무뚝뚝한 딸이지만 아빠는 멀리 타지에 있는 딸이 힘들진 않을까 늘 걱정하신다. 나를 바라보는 하늘 아버지는 어떠하실까. 하늘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외면했던 자녀를 인내로 기다려주신 우리 아버지⋯. 받은 은혜와…
한국 포항 박예슬
엄마의 기억
딸이 학교에 가져갈 어린 시절 사진을 찾길래 붙박이장 깊숙이 넣어둔 앨범 하나를 꺼냈다. 열어보니 아들 사진첩이었다. 초음파 사진부터 돌 전까지 날짜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었다. ‘이럴 때가 있었지.’ 아빠 품에서 미소 짓는 모습, 내 등 뒤에 업혀 잠든 모습, 두 살 터울 누나와 다정한 모습⋯. 사진 속 아들 모습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추억에 빠졌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에 사진첩을 들고 아들에게 보여주니 “기억 안 나요” 한마디 하고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아이 때 모습은 엄마의 기억 속에만 간직되어 있나 보다. 문득 하늘 어머니 기억에 남았을 내 모습은 어떠할지 궁금해진다. 어머니께서도 다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하늘에서 아름다웠던 자녀들의 모습과 죄를 짓고 회개치 못했던 모습까지도. 우리가 당신의 관심의 전부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께 회개의 열매로 보답해드리고 싶다.
한국 김해 박혜영
진정한 영웅
미국에서는 ‘지하철도(Underground Railroad)’ 안내자들을 영웅으로 평가합니다. 그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노예 해방을 위해 생명의 위험을 감수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1600년대부터 1865년까지 미국에서 흑인 노예 제도는 합법이었습니다. 1800년대에 미국 북부에서는 노예제도가 금지되었지만 남부에서는 여전히 합법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많은 노예들이 자유롭게 살고자 북부로 도망가려 했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노예들을 자유로 인도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많은 흑인과 백인 자유인들은 ‘지하철도’로 알려진 조직을 결성하고 함께 일했습니다. 지하철도는 노예들을 이끌어 북부로 안전하게 탈출시키던 조직으로, 조직원들은 탈출 경로를 ‘코스(trails)’, 숨겨주는 안전가옥을 ‘역(station)’, 북부로 무리를 인솔하여 안전하게 인도하는 사람을 ‘차장(conductor)’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작업은 무척이나 위험해서 지하철로의 차장들은 노예들을 해방시키고자 여러 번 생명의 위험을 무릅썼습니다. 먼저 북부로 도망친 해방 노예들은 다시 노예가 되거나 죽임을 당하는 위험을 감수하며 다른 노예를 해방시키고자 다시 남부로 돌아갔습니다. ‘차장’ 중에서…
미국 코네티컷, 칼리
물의 중요성
얼마 전부터 야래향이라는 꽃을 키우고 있다. 쑥쑥 자라는 야래향을 보다가, 야래향의 줄기를 잘라 다른 곳에 심으면 뿌리를 내린다는 말이 생각났다. 높게 자란 줄기들을 잘라 시험 삼아 물병에 꽂아 두었다. 며칠이 지나도 시들지 않고 건강한 다른 줄기들과 달리 유독 한 줄기만 잎이 축 처져 있었다. 더운 날씨 때문인가 싶어 잎에 열심히 물을 뿌려줘도 변화가 없었다. 걱정스런 마음에 물병에서 꺼내 보니 줄기 끝 부분에 물기가 하나도 없었다. 다른 줄기보다 길이가 짧아서 물에 닿지 않았던 것이다. 아차 싶어서 물병에 물을 가득 담고 다시 꽂았더니 다음 날 아침에 잎이 싱싱하게 살아났다. 물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내 영혼은 생명수를 잘 머금고 있을까?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시는 하나님께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 되기 위해 날마다 생명수인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는 자녀가 되어야겠다.
한국 대구 박율미
아빠의 사랑
어렸을 때 어른이 되면 절대로 사업가는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아빠 때문이었다. 사업을 하셨던 아빠는 너무 바빠서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출장이 잦았고, 출장이 없는 날에도 거래처 사람들과의 식사 약속이 잡혀 있어서 온 가족이 모여 밥을 먹었던 기억이 별로 없다. 어쩌다 집에 계신 날에도 아빠는 늘 통화 중이었다. 이 통화를 끝내면 또 다른 전화를 받느라 때로는 몇 시간씩 수화기를 붙들고 있기도 했다. 아빠가 집에 계시든 안 계시든 불만이었던 나는 엄마에게 투덜거렸다. “아빠는 일밖에 몰라요.” “너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는 거야.” 나는 엄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빠가 가족보다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고, 당신이 좋아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믿었으니까. 아빠가 나처럼 내성적이고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사업적인 대화가 끊이지 않는 식사보다 조용한 곳에서의 독서나 산책을 더 선호하시지만 엄마 말대로…
싱가포르, 웨이웨이
부모이기에 당연한 일
코로나19 사태로 어딜 가나 그에 관한 이야기가 들린다. 최근 지인과 나눈 대화의 주제도 코로나19였다. 지인이 내게 물었다. “만약에 애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어떻게 해?” “9살 이하 어린이는 보호자가 같이 격리된대요.” 방호복을 입고 간호해도 전염될 수 있지만 아이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지인이 “부모가 걸리면? 애들은 누가 봐주지?”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자가 격리를 해야 하니 다른 친척이나 지인이 돌보기는 어려울 텐데, 모르겠네요.” 대답을 하고 나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자녀가 병에 걸렸을 때 부모가 함께하는 것은 당연히 여기면서, 왜 부모가 걸린 경우에는 자녀가 같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까? 하늘의 높으신 하나님께서 이 땅까지 오신 것은 자녀들 때문이다. 영원한 사망이라는 병에 걸려 괴로워하는 자녀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살리는 일이 하늘 부모님께는 당연했던 것일까. 아직 벗지 못한 죄의 허물로 아파하는 자녀들 곁에서 고난을 감내하시며…
한국 김해 박선혜
사랑의 기억
어린 시절, 막내인 저는 항상 엄마의 심부름을 도맡았습니다. 시장에서 사 와야 할 품목을 엄마가 종이에 적어주시면 종이를 쥐고 집 근처에 있었던 시장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팔려고 내다놓은 귀여운 강아지들을 발견했습니다. 조그만 상자 안에 담긴 서너 마리의 강아지들의 목에는 각각 다른 색의 리본이 예쁘게 매여 있었습니다. 까맣고 동그란 눈과 코, 살짝 접힌 귀가 너무 귀여워서 심부름하는 것도 잊고 쪼그리고 앉아 강아지들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아줌마, 강아지들 태어난 지 얼마나 됐어요? 한 마리에 얼마예요?” 그중 연두색 리본을 한 강아지가 유난히 저의 손길을 잘 따랐습니다. 가슴과 발에 흰색 털이 있는 강아지가 너무 예뻐서 제가 사러 올 때까지 절대 팔면 안 된다고 아주머니에게 신신당부한 뒤 집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습니다. “엄마, 엄마. 지금 시장에서 어떤 아줌마가 강아지를 팔고 있는데 너무 귀여워!…
한국 부산, 류미경
의용소방대원
가게에 한 손님이 왔다. 전날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손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그분이 의용소방대원이란 사실을 알았다. 화재 진압, 구조 등 소방 업무를 보조하는 의용소방대원이 있다는 소식을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있다. 평범한 주부처럼 보였는데 의용소방대원이라고 하니 놀라웠다. 의용소방대에 자원했다는 그분은 동네마다 의용소방대원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들 중에는 주부나 자영업자가 많은데, 화재나 큰 사고가 났을 경우 만사 제쳐두고 현장으로 달려가 소방관들을 돕는다고 한다. 산불 진압 후 불이 제대로 꺼졌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하천 등지에서 실종자가 발생했을 때도 풀이 무성한 곳을 꼼꼼히 뒤지면서 실종자를 직접 찾는다. 실종 기간이 길어져 사건이 공식 종료된 후에도 의용소방대원은 계속 실종자 수색에 나선다. 소방관들과 경찰들의 희생과 노고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의용소방대원들이 이렇게 수고를 많이 하는 줄 몰랐다. 그분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웬만하면 실종자를 다 찾는데 못…
한국 부산 서진희
퍼즐
퍼즐은 여러 조각으로 되어 있다. 한 조각만으로는 그림이 완성되지 않고, 한 조각이 없어도 완성할 수 없다. 모든 퍼즐 조각이 모여야 멋진 그림이 완성된다. 우리 개개인만으로는 복음이 이뤄지지 못한다. 누구 한 명이 빠져서도 안된다. 형제자매가 다 모여 하나가 되었을 때 하나님의 구원 사업이 완성된다. 퍼즐 하나하나는 완벽한 도형이 아니다. 들쑥날쑥한 빈 공간은 다른 퍼즐로 메꿔야 하나의 그림이 된다. 우리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다 보면 아름다운 복음의 그림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속히 모든 형제자매를 찾아 구원이 완성되면 좋겠다. 그날,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액자에 꼭 맞는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지리라.
한국 예산 안종곤
싱고니움이 되살아난 이유
몇 해 전, 식물을 키우고 싶어서 화분 가게에 들렀습니다. 정성 들여 키울 자신은 없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 식물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가게 아주머니가 ‘싱고니움’을 권했습니다. 녹색 바탕에 은백색 무늬를 품은 싱고니움의 싱그러운 잎을 보니 기분도 상쾌해지고, 게을러야 잘 키울 수 있다는 말에 자신감을 얻어 그대로 집에 데려왔습니다. 아주머니의 말처럼 싱고니움은 정말 잘 자랐습니다. 햇빛도 바람도 없는 장소에 두고 가끔씩만 물을 줘도 새 잎이 나왔고, 먼저 나온 잎들은 건강한 초록빛을 파릇파릇 뽐냈습니다. 바라던 대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한동안 잘 키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녹색 잎들이 누렇 게 변하면서 축 늘어졌습니다. 반짝이 던 은백색 무늬도 눈에 띄게 흐려졌습니 다. 이유를 몰라서 햇빛이 잘 드는 창가로 옮기고 평소보다 물을 더 자주 주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처음과 달리 몇 개 남지…
한국 서울, 정은정
기억해야 할 공식
세상을 살아가며 힘들거나 지칠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 공식을 생각한다. GOOD – GOD = O O + GOD = GOOD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하나님이 함께하시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반면 내가 가진 게 없더라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면 가장 좋은 것을 가진 것이다. 지금도 우리와 함께해주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 당신이 있어 우리는 언제나 ‘GOOD’입니다!
한국 부산 윤나희
관심으로 되살아난 산세비에리아
텔레비전에 식물을 잘 키우는 한 아이가 나왔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던 저를 집중하게 한 것은 식물을 대하는 아이의 태도였습니다. 아이는 밖에 버려진 죽은 식물을 살리려고 집에 가져오기도 하는 등 식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듯 말을 거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아이의 인터뷰 내용은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식물은 생명이에요. 생명이 죽는 것은 슬픈 일이에요.” 아이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감탄하다가 슬며시 부끄러워졌습니다. 집에 있는 식물들을 건성으로 키우다 얼마 전, 비교적 키우기 쉽다는 산세비에리아를 두 개나 시들게 한 전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거실 한쪽에 힘없이 늘어진 산세비에리아를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저렇게 죽은 식물도 관심을 주면 살아날까?’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기대도 되었고요. 그날부터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산세비에리아에게 가서 인사를 하고 다시 예쁘게 자랄 수 있으니 힘내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한국 부산, 유승희
사랑의 목소리
얼마 전 홍수로 많은 가옥이 무너지고 마을이 통째로 물에 잠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물이 빠진 뒤 마을의 광경은 쓰레기와 흙더미로 처참했다. 사람들이 모두 대피하고 없는 마을에 혼자 남은 개 한 마리가 진흙탕을 향해 울어댔다. 마을을 복구하러 온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진흙을 걷어내자 그곳에 예쁜 강아지들이 있었다. 강아지들의 몸에 묻은 진흙을 씻겨내고 보니 어미 개를 꼭 닮은 백구였다. 사람들은 “강아지가 춥고 힘든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밤낮 없이 짖어대는 어미 개의 목소리 덕분이었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가 어둠 속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외로움에 떨고 있을 때 “조금만 더 힘내라. 내 관심의 전부는 여러분이다” 하며 사랑의 음성을 들려주신 분이 계신다. 하늘 어머니시다. 어머니의 음성이 있기에 우리는 흔들리는 믿음을 붙잡을 수 있고 지쳐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내 영혼을 살리는 따뜻한…
호주 멜버른 박윤주
벌들이 모이는 곳
우리 동네에는 오일장이 선다. 바람도 쐴 겸 오랜만에 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곡물 가게를 지나는데 ‘윙윙’ 소리가 났다. 곡물들 위에서 벌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신기해서 사장님께 여쭤보니 유기농 곡물이라 그런단다. 벌은 농약을 친 곡물에는 안 달려든다면서. 하나님 자녀들도 하나님 말씀이 있고 생명의 향기가 있는 시온으로 달려온다. 악취와도 같은 불법이 가득한 곳에는 자녀들이 모이지 않겠지.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가 있는 시온에 나올 수 있도록 해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한국 순천 구연희
경건에 이르는 연습
나는 꽤 공격적인 사람이었다. 마음먹은 일이 계획대로 잘 풀리지 않으면 금방 답답해하고, 조금이라도 수틀린다 싶을 때는 앞뒤 가리지 않고 들이받기 일쑤였다. 그 탓에 주변 사람들을 무안하게 만든 에피소드는 일일이 손꼽지도 못할 정도다. 학창 시절, 시온에서 동네 인근의 산으로 환경정화활동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쓰레기 수거와 함께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캠페인도 진행됐다. 많은 인원이 모인지라 오가는 이웃들도 관심 있게 지켜봤다. 그런데 이 성격이 또 말썽이었다. 등산로 보수를 위해 흙을 잔뜩 담은 무거운 포대를 계속해서 나르는 일이 힘에 부치자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또래 식구들의 조그마한 장난에도 과하게 반응하다가 기어이 일을 냈다. 묵직한 포대를 지고 오르막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창창한 나이에 그 정도밖에 못 드냐는 어느 식구의 농담에 불끈 화를 내고 만 것이다. 그날 밤 부모님께 흠씬 혼이 나고 방에서 한참을…
한국 서울, 유우승
다툼의 이유
어린이집에서 여섯 살 아이들의 책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우주, 공룡, 자동차 등을 소재로 쓴 여러 가지 책 중에서 한 아이의 2쪽짜리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은 ‘눈사람’이었습니다. “야, 놀리지 마! 그러면 나 속상하다니까!” 눈이 오는 날, 눈사람 마을에 눈사람들의 마음이 서로 달라서 그래요. 나중에는 사이좋게 지내요. 아이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면 하루가, 아니 10분이 멀다 하고 곳곳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납니다. 서로 같은 놀잇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서, 실수로 친구의 것을 망가뜨려서, 같이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등등 다툼의 원인은 다 다르지요. 하지만 다툼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아이가 쓴 책의 내용처럼 ‘서로 마음이 달라서’가 아닐까요. 살다 보면 속상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누군가와 다툴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떠올리려 합니다. 지금은 상대방과 내 마음이 달라서 생기는 상황일 뿐, 나중에는 사이좋게…
한국 서울 박민지
우편함 둥지
아파트 우편함에 새 한 마리가 지푸라기를 물어다가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지나다니면서 몰래 들여다보니 알을 품고 있었다. 어미 새는 인적이 뜸한 시간에 먹이를 찾으러 나가는 일 외에는 6개의 알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따뜻한 품으로 알을 감싸는 모습이 우리 영혼을 늘 품어 안아주시는 하늘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얼마 뒤 아기 새들이 안전하게 부화했다. 눈도 아직 안 떴는데 작은 소리만 들려도 먹이를 주는 줄 알고 입을 벌리는 아기 새들. 어미 새의 지극정성으로 조금 있으면 뽀송뽀송한 깃털이 자라나겠지. 아기 새들이 푸른 하늘을 맘껏 날아다닐 그날을 응원한다.
한국 거제 이선옥
내 죄로 팔아버린 형제
창세기에서 시기심 때문에 동생 요셉을 미디안 사람에게 노예로 팔아버린 야곱의 아들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죄를 지은 그들이 안타깝습니다. “··· 요셉도 없어졌고 시므온도 없어졌거늘 베냐민을 또 빼앗아 가고자 하니 이는 다 나를 해롭게 함이로다” 창 42장 36절 야곱은 라헬이 낳은 요셉과 베냐민만 아끼고 사랑한 것이 아닙니다. 애굽으로 양식을 구하러 갔다가 포로로 잡힌 시므온에 대하여 요셉을 잃은 슬픔과 동일하게 언급하는 장면에서, 이들을 똑같이 사랑한 야곱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들은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위치에 불만을 품어 형제를 팔아버리는 죄를 지었습니다. 사실 제 모습도 야곱의 아들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훌륭한 달란트를 가진 형제자매를 보면 하나님께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듯해 공연히 못마땅했습니다. 야곱의 아들들보다 못한 영적 철부지가 바로 저였습니다. 이야기…
호주 케언스, 김민주
정전
올여름, 장마가 무척 길었다. 모친 집 주변이 홍수 피해를 입었는데 며칠 동안 비가 또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모친을 집으로 모시고 왔다. 모친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모친이 시장해하실까 얼른 저녁을 차려드리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TV가 꺼지고 냉장고가 멈추며 온 집 안이 컴컴해졌다. 정전이 된 것이다. 얼른 차단기를 살펴봤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 손전등과 양초를 꺼내놓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이 타버린 전기선을 교체하고서야 빛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전기 전문가인 남편 후배 말에 의하면 전선에 얽힌 거미줄이 문제였다. 거미가 여기에 거미줄을 치다가 합선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사소한 거미줄 하나가 집 안 전체의 흐름을 멈추게 하다니 의외였다. 내 영혼에 얽힌 사소한 문제들이 결국 믿음의 행보를 멈추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령의 힘을 항상 받을…
한국 순천 구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