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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

한국 인천, 최은혜

3909 읽음

제게는 한 살 차이 나는 언니가 있습니다. 터울이 얼마 안 지다 보니 친구처럼 티격태격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부모님은 저만 야단치셨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부모님이 아무리 잘해주셔도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생활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가서 부모님을 뵙고는 했는데, 언젠가 오랜만에 만난 엄마, 언니와 함께 백화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엄마는 언니의 낡은 신발을 보더니 신발 코너로 가서 신발을 골랐습니다. 저는 ‘내 신발도 사주시겠지?’ 하고 내심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언니 신발만 사고 곧바로 식재료 코너로 가는 것이 아닌가요. 반찬거리를 사서 돌고 돌아 다시 신발 코너를 지나게 되자 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습니다.

“엄마, 나도 신발 살래.”

“넌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여기서 못 살 텐데.”

엄마 말대로 저는 발이 작아서 제 발에 맞는 신발이 있는 매장이 드뭅니다. 그래도 신발이 너무 사고 싶어, 기어코 마음에 드는 신발을 골라 신었습니다. 엄마 짐작이 맞았습니다. 신발이 너무 컸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매장을 나오면서 제 입은 오리만큼 삐죽 튀어나왔습니다.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습니다.

“미안해. 다음에 다니던 매장에 가서 사줄게.”

집으로 가는 내내 엄마는 미안하다는 말만 했습니다. 그래도 제 기분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언니만 금이야 옥이야 키우고 나는 찬밥 신세였던 걸 보면 내가 엄마 핏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도중 언니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엄마가 신발 다른 데서 사주신다잖아. 기분 풀어라.」

기분이 더 울적해지려는데, 언니의 다음 문자에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너는 엄마가 저번에 비싼 운동화 사줬잖아.」

아 참, 그랬었지. 갑자기 엄마에게 화낸 것이 미안해졌습니다. 그러면서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지난 일이 떠올랐습니다.

몸무게 미달로 태어난 언니는 한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자랐습니다. 이후로도 잔병치레가 잦아 엄마 애를 많이 태웠지요. 반면 저는 아주 튼튼하고 건강한 체질입니다.

부모님이 언니에게 신경을 많이 쓴 것은 자주 아픈 언니가 걱정되어서였을 뿐 제게 무심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언니보다 제게 잘해주실 때도 많았습니다.

언니 신발이 너무 낡아서 구두 한 켤레 사주신 것뿐인데 그걸 가지고 삐친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사과할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엄마에게 바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엄마, 미안해요. 제가 사랑하는 거 알죠?」

몇 분이 지나자 문자 보내기가 서툰 엄마에게서 답장이 왔습니다.

「 ^^ 」

간단한 이모티콘 안에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늘 내 입장만 내세우고 엄마에게 투정만 부리는 철없는 저의 모습은 하늘 어머니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화내고 혼내도 모자랄 상황에 되레 미안해하시고 사랑으로 보듬어주시는 어머니의 모습 또한 영육 간에 다르지 않습니다. 매번 깨달음이 한 박자씩 늦어 큰일입니다. 이제라도 철 좀 들어야겠습니다. 어머니께 먼저 웃음을 드리는 자녀가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