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

깨달음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상 속, 크고 작은 깨달음을 나눠요.

공기

나는 몸을 많이 움직이는 일을 한다. 요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일하니 조금만 움직여도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잠깐 자리를 옮겨 마스크를 벗고 숨을 크게 들이마실 때면 폐를 가득 채우는 신선한 공기에 이보다 더 기쁠 수 없었다. ‘만약 지금보다 훨씬 공기가 제한적인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까?’ 생각을 바꾸니 짜증이 아닌 감사가 나왔다. 오늘도 우리에게 숨 쉴 수 있는 행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한국 수원 김민성

감사하면 할수록

무더운 여름날, 전력 과다 사용으로 아파트에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4시간 만에 비상 발전기를 가동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정전되었습니다. 냉장고 외에는 전력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친정집에서 가져온 짐을 주차장에서 옮겨야 해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운행되어 감사했습니다. 아파트 계단 전등도 켜져서 어둡지 않아 감사했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 휴대폰 플래시를 사용할 수 있고, 수돗물이 나와 씻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냉장고 안 음식물이 상하지 않아 감사했습니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거기에 부채질까지 하면 더 시원해져 감사했습니다. 남편과 딸이랑 나란히 누워, 인도에서 지낼 당시 무더웠던 밤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습니다. 인도에서는 바닥에 물을 뿌린 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을 잤습니다. 선풍기를 켤 수 없을 때는 남편이, 저와 딸이 편히 잘 수 있게 부채질을 해주었지요. 얼린 물병을 수건으로 감싸서 안고 잘 수 있도록…

한국 광주 임경아

하나님과 함께 하는 열방의 선지자

하나님 은혜로 일본에서 선교하고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다 보면 안타까운 순간이 많습니다. 말씀 듣기를 거절하거나 전도를 훼방하는 사람들 때문이라기보다 제가 일본어에 능숙하지 못해서입니다. ‘조금 더 전하면 이분이 하나님께 나아올 것 같은데⋯.’ ‘내 일본어가 서툴러 진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건 아닐까?’ 해외 복음의 기회를 주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하면서도 제 부족함 때문에 죄송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자 성경을 읽다가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너를 복중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태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구별하였고 너를 열방의 선지자로 세웠노라 하시기로 내가 가로되 슬프도소이다 주 여호와여 보소서 나는 아이라 말할 줄을 알지 못하나이다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아이라 하지 말고 내가 너를 누구에게 보내든지 너는 가며 내가 네게 무엇을 명하든지 너는 말할지니라 너는 그들을 인하여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하여 너를 구원하리라 나 여호와의…

일본 센다이 백수연

세상에 우연은 없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대전에서 안양으로 이사했다. 2년 만에 다시 안양에서 다른 도시로 이사하면서 등하교 시간이 길어졌다. 학교까지 한 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고 다니며 비로소 안양이 생각보다 넓은 도시임을 알았다. 안양에 있었을 때 내 행동 반경은 그리 넓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온, 지하철역, 시외버스 터미널. 내가 다니는 곳은 모두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었다. 이런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 그저 안양이 좁은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이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데,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예비해주셨기 때문이었다. 항상 기억해야겠다. 내가 지금 하나님의 은혜 속에 살아간다는 사실을.

한국 청주 배수진

그리움을 달래는 소리

“좌회전하세요.” “직진 방향입니다.” 목적지로 가는 길을 아주 잘 알면서도 언제부터인가 목적지 주소를 굳이 입력해 내비게이션 안내를 들으며 운전하기 시작했다. 아마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포함된 내비게이션을 차에 달면서부터인 것 같다.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지낸 세월이 20년 가까이 되니 이제 하루하루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처음 정착할 때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사방에서 들려오는 낯선 언어로 종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대화 내용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두뇌 회전을 빠르게 해 대화를 따라가기 바빴다. 그것도 안 되면 아예 두뇌 스위치를 끄고 이해하기를 포기할 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라는 벽 하나를 넘었나 했는데 사고방식과 문화 차이라는 또 다른 벽을 맞닥뜨렸다. 하나님 향한 믿음을 중심 삼고 상대를 이해하며 포용하려 노력하니 외국인을 대하는 일도 이제는 더 이상 힘든 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미국 CA 프레즈노 권순영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숱한 고난과 핍박을 견디며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새 언약 복음을 전한 사도 바울을 닮고 싶었습니다. 그의 행적을 살피다 우연히 이 구절을 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신 것은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성을 이방인에게 전하게 하시고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취었던 비밀의 경륜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 엡 3장 8~9절 사도 바울은 로마의 시민권을 가졌으며, 저명한 율법학자인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공부한 당대의 엘리트였습니다. 하지만 복음 일을 하면서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다’고 말하며 자신을 낮추었지요. 복음 전할 사명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늘 겸손했기에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열매, 직분, 직책 등 복음 안에서 받은 축복을 내가 잘해서 얻은 것으로 여기며 교만하지 않았나 반성했습니다. 사도…

에콰도르 과야킬 이우림

엄마라서 감사합니다

어느 일요일이었다. 아침잠을 자고 눈을 떴는데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잠든 아들 옆에서 나도 더 자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아침밥을 해야 하는 엄마니까. 아들을 깨워 속없는 농담을 했다. “아들, 엄마가 이제 엄마 그만하고 싶어.” “왜요?” “너무 오랫동안 엄마를 한 거 같아서. 이제 아들이 엄마 해줘.” “제가 천국 가면 엄마의 엄마 해줄게요.” 아들의 말에 하늘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오늘도 어머니께서는 이 땅에서 자녀를 위해 여명을 여시고 기도하시며 우리를 돌보시고 지키신다. 그 희생에는 끝이 없다. 하지만 나는 잠시 힘들다고 엄마라는 무게를 내려놓고 싶어 했으니 참 부끄러웠다. 얼른 몸을 일으켜 아침밥을 지었다. 하늘 어머니의 희생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는 ‘엄마’라서 새삼 감사했다.

한국 서울 정미영

좋은 땅에서 얻는 좋은 결실

강화도에 있는 동생네 주말농장으로 마늘과 양파를 캐러 갔습니다. 지난가을, 한 쪽씩 심은 마늘은 수확할 때 보니 육쪽마늘이 되었습니다. 동생 부부는 작년에 비해 마늘과 양파 농사가 아주 잘 되었다며 매우 흡족해했습니다. 작년에 농사가 잘되지 않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좋은 결실을 거두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요. 제일 먼저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천연 거름을 만들었습니다. 커피박, 깻묵, 이엠(EM, 유용 미생물), 왕겨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숙성시킨 후 땅에 뿌려주었지요. 그런 수고로 얻어낸 농작물들은 튼실하고 맛도 좋았습니다. 수확한 마늘을 바구니에 담으며 생각했습니다. ‘농작물도 몇 달 만에 몇 배의 결실로 농부에게 기쁨을 주는데 나는 그동안 하나님께 어떤 결실을 안겨드렸나.’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씨 뿌리는 비유에서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은 30배, 60배, 100배로 결실합니다. 좋은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좋은 땅을 만들어야 하듯, 저 또한…

한국 서울 안희연

인간관계의 황금률

예수님의 산상 교훈을 살폈습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 7장 12절 대접받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대접을 받으려면 지켜야 할 법칙이 있습니다. 타인에게 존중받고, 사랑받고, 칭찬받고, 이해받고, 위로받고, 섬김받고 싶다면 나도 상대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칭찬하고, 이해하고, 위로하고, 섬기면 됩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비판이나 미움을 받기 싫다면 나 또한 상대를 비판하지 말고 미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결국 나를 대하듯 상대를 대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황금률입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져 가는 성도라면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이 기본 법칙을 하루하루 잘 실천해서 시온의 형제자매와 더욱 사랑하고 화합하는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겠습니다.

한국 서울 조문경

아프기 전까지는

나는 어릴 적부터 건강하게 자랐다. 그래서인지 누가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거나 직장에 결근한다는 말은 그저 핑계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나에게 어느 순간 복통이 찾아왔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거나 신경이 곤두설 때면 어김없이 통증이 시작됐다. 일하는데 좀 불편했지만 견딜 만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 날, 정말 심각한 복통이 일어났다. 앉아 있을 수도, 일어서 있을 수도, 심지어 누워 있을 수조차 없었다. 밥은 물론이고 억지로 삼킨 약마저도 도로 뱉어버렸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그저 아픔을 견뎌야 했다. 아빠와 있었던 일이 머리를 스쳐갔다. 위가 좋지 않은 아빠는 종종 위경련에 시달리고는 했다. 하루는 주무시던 아빠가 새벽에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가신 적이 있다. 밤 새워 과제를 하고 있던 나도 아빠의 위경련이 다시 시작됐음을 알 수 있었다. 나가서 아빠의 상태를 한번 볼 법도 한데 나는 과제를…

러시아 모스크바 한소희

하늘의 계산법

군에서 전역한 아들이 복무할 때 부은 적금 때문에 함께 은행을 방문했습니다. 순서를 기다리며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15년 정도 지났지만 제 마음에 꼭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기억입니다. 아들이 일고여덟 살쯤이었습니다. 그때도 함께 은행에 들렀는데 사람이 많아 한참을 대기한 끝에야 제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아들은 이미 오랜 시간 기다리느라 심심하다고 보채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원과 상담하는 동안 얌전히 기다려줄지 걱정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아들은 여기저기 기웃대며 흥밋거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용무가 끝나고 돌아보니 예상 외로 가만히 앉아 독서 중인 아들이 보였습니다. 아들이 읽는 것은 다름 아닌 은행 상품 소개 팸플릿이었습니다. 잡지나 일반 책을 놔두고 상품 소개 팸플릿을 보고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났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가득 적혀 있어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조용히 있어줘 고마웠습니다. 집에 가자고 아들을 불렀습니다. 저를 본…

한국 고양 윤은주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는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으로 보살펴준 설리번 선생님의 도움으로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해 점자로 된 책을 읽으며 의사 표현도 할 수 있게 됐다.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겠다. 둘째 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리라. 셋째 날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 싶다. 만지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즐거운데 직접 본다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그녀가 남긴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 일부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그녀에게는 엄청난 축복이었다. 영혼 세계를 문자적으로 알고 마음으로 믿는 우리도 두 눈으로 하늘나라를 본다면 말로 다 하지 못할 만큼 기쁠 것이다. 얼른 천국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하나님을 뵙고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고 싶다.

한국 부천 김진

기다리는 이유

“엄마는 너를 기다려서 낳았어.” 예전부터 엄마한테 자주 들어온 소리다. 엄마는 결혼하고 아이가 빨리 생기길 바랐지만 기대와 달리 오랜 기다림 끝에 나를 가졌다고 한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의 축하도 많이 받았고, 만삭 때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부른 배를 더 내밀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꺼내 놓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는 정작 별 감흥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엄마의 마음이 그랬다는 거니까. 가끔은 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어느 날, 대화법에 관한 책을 읽다가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었다. 어르신들이 특정한 일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 사건이 자신의 인생에서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글을 읽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너를 기다려서 낳았다’는 엄마의 말이었다. 엄마가 일평생 겪은 수많은 일 중에서 나의 탄생이 특별하게 각인되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도 그때 일을 어제 일처럼 말하는 엄마만…

브라질 쿠이아바 조성예

순종

“사무엘이 가로되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 목소리 순종하는 것을 좋아하심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 이는 거역하는 것은 사술의 죄와 같고 완고한 것은 사신 우상에게 절하는 죄와 같음이라 왕이 여호와의 말씀을 버렸으므로 여호와께서도 왕을 버려 왕이 되지 못하게 하셨나이다” 삼상 15장 22~23절 인테리어 업종에 종사할 당시, 사장님은 저보다 저와 함께 일하던 다른 직원에게 일 맡기기를 더 좋아했습니다. 그 직원이 저보다 경력이 많거나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어서 사장님에게 서운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육을 받고 나니 당시 사장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전체 진행 상황을 보고 작업 지시를 하던 사장님 입장에서는 사사건건 개인적인 생각을 내세우던 저보다는 늘 사장님의 지시를 순순히 따르던 그 직원이 더 믿음직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작은 공사 현장에서도 순종이 중요한데 하나님의 구속 사업은 어떨까요. 미래를…

한국 인천 유남철

도착지까지 무사히 가려면

러시아로 가는 첫 비행기를 탈 때가 생각난다. 혼자 장시간 비행을 하고 경유도 2번이나 해야 해서 혹여 잘못될까 걱정을 많이 했다. 두려운 마음만큼 하나님께 매달려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경유지에 도착해서 잘 찾아갈 수 있게 인도해주세요. 제발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도와주세요.’ 자정이 넘은 어두운 밤이라 표지판도 잘 읽을 수 없었지만 무사히 러시아에 도착했다. 1년 후, 다시 러시아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지난번 경험이 있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게 웬일? 경유지에서 갑자기 비행기가 사라져 다음날 비행기가 뜬다는 것이다. 다행히 승무원이 묵는 숙소에 방을 얻긴 했지만, 38시간 동안이나 대기를 해야 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 작년에 비행기를 탔을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문득 하나님께 기도드리지 않고 스스로 잘 찾아갈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어떤 일이든 하나님께 먼저 구해야 하는데 내 능력에…

호주 멜버른 박윤주

해녀

가족과 함께 제주도를 여행했다. 푸른 바다, 청명한 하늘,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검푸른 바다를 감상하다가 바다 위에 주황색 공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해녀들이 물질할 때 몸을 뜨게 하는 기구였다. 수영을 못하는 나로서는 깊고 넓은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마냥 신기했다.
 다음 일정인 수족관에서 해녀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해녀는 산소통의 도움 없이 잠수복과 물안경, 오리발 같은 간단한 도구만을 착용하고 바닷속에 들어가 해삼, 전복, 미역 등을 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성을 말한다. 깊게는 수심 15미터까지 내려가서 해산물을 채취하는데, 농구공이 찌그러질 정도의 압력이 가해진다고 한다. 해녀들은 어떤 마음으로 물질을 할까. 해녀들은 보통 누군가의 어머니이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고요한 바다 밑에서 외로이 전복 하나 성게 하나를 찾아내는 해녀들은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내로서 폐가 일그러질 듯한 수압을 견디며 물질을 하는 것이다.…

한국 인천 김서연

올바르게 정직하게

휴학계를 내고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다. 한가한 오후 시간, 딸랑딸랑 울리는 소리에 졸음이 달아났다. 분명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는데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낌새에 CCTV로 시선을 돌렸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뒷문으로 살금살금 들어오고 있었다. 누가 봐도 행동이 수상했다. 계산대에서 보면 뒷문 쪽에 진열된 과자류는 매대에 가려져 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뒷문에 CCTV가 2대나 설치되어 있는데,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아이들은 소시지와 과자를 수두룩 담아 달아났다. 이내 추격전(?)이 벌어졌다. 얼마 못 가 붙잡힌 아이들은 서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편의점 사장님과 통화하고, 어린아이들이기에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리기로 했다. 나름대로 ‘도둑질은 나쁜 것’이라며 알아듣게 충고했지만 겁먹은 아이들은 우느라, 아니면 변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편의점을 찾아온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에 나도 숙연해졌다. 한 어머니는 아이를…

한국 속초 박채운

잠자는 순간에도

새벽에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갔다. 오랜 시간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니?” 깜짝 놀랐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이었고 누군가가 잠에서 깰 만큼 큰 소리가 나지도 않았는데 엄마는 내가 화장실에 장시간 있던 것을 어떻게 아셨을까. 잠자는 순간조차도 온 신경과 관심이 저에게 있다는 것이 느껴져 마음이 뭉클했다. 하늘 어머니께서도 잠도 쉼도 잊으신 채 우리 영혼을 돌봐주신다. 누구나 편히 쉬는 시간인 잠자는 순간조차 온 신경과 관심을 자녀에게 쏟으시느라 단잠 이루지 못하시는 하늘 어머니. 천국에서는 하늘 어머니께서 편안히 쉬실 수 있도록 효도하는 아들이 되고 싶다.

멕시코 제2푸에블라 장동건

내게 필요한 것

“간수가 자다가 깨어 옥문들이 열린 것을 보고 죄수들이 도망한 줄 생각하고 검을 빼어 자결하려 하거늘 바울이 크게 소리 질러 가로되 네 몸을 상하지 말라 우리가 다 여기 있노라 하니 간수가 등불을 달라고 하며 뛰어 들어가 무서워 떨며 바울과 실라 앞에 부복하고 저희를 데리고 나가 가로되 선생들아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얻으리이까 하거늘 가로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하고 주의 말씀을 그 사람과 그 집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전하더라” 행 16장 27~32절 바울의 행동에 깜짝 놀랐습니다. 저라면 이런 상황에서 간수의 자결을 말리기는커녕 그의 눈에 띌까 두려워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을 겁니다. 우리를 가두었으니 응당 받을 죗값을 받았다고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바울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간수의 생명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바울에게 있지만 저에게는 부족했던…

한국 청주 배수진

선물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모이기만 하면 가위바위보로 편을 갈라서 했던 놀이가 주먹 야구다. 고무공이나 테니스공을 주먹으로 치고 맨손으로 잡는 야구 놀이인데, 주먹만 한 공만 있으면 해가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골목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주먹이 얼얼할 때까지 공을 때리며 놀던 우리의 공통 소원은 야구방망이와 글러브를 갖는 것이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야구 선수들처럼 폼 나게 방망이로 공을 때리고, 글러브로 멋지게 공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야구방망이와 글러브는 매우 비쌌고, 우리 집은 그런 사치품(?)을 살 만한 형편이 아니었다. “아빠가 빠따(배트) 하나 깎아줄까?” 야구방망이를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내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었다. 어쩌면 막내아들을 달래려는 농담이었을지도 모를 그 말을 나는 진심으로 받아들였고, 그때부터 매일같이 퇴근하는 아버지를 조르고 보챘다. 아버지가 목재 가공 회사에서 일했기에 하루아침에 방망이가 뚝딱 만들어질 줄 알았다. 바람과 달리 몇 달이 가도록 감감무소식이던 아버지는, 부푼…

한국 용인 박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