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상 속, 크고 작은 깨달음을 나눠요.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라
필리핀에 온 지도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하나님 은혜와 시온 가족들의 사랑 안에서 제가 외국인이라는 것도 잊을 만큼 무탈하게 적응해 절로 감사가 나옵니다. 하지만 때로는 제 마음을 식구들에게 온전히 전하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 영어를 어려워하는 식구에게는 간단한 현지어를 섞어서…
필리핀 라스피냐스 정은서
예언의 주인공의 자세
성경의 예언에 따라 세계 무대 위에서 복음에 헌신하는 청년들은 제게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어느덧 청년이 되어 축복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드디어 그 대열에 설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예언의 주인공’. 이보다 더 축복된 표현이 있을까요. 주인공은 무대에서 빛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인천 박채운
아빠를 닮은 아들
“아들이 아빠를 참 많이 닮았네요.” 아빠의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말이다. 그렇게 좋아할 일인가 싶을 만큼 환하게 웃으신다. 사실 어렸을 때는 엄마랑 판박이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나는 엄마를 닮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언젠가 “아빠랑 아들이 똑같네요”라는 말을 처음 들은 아빠가 집에…
스페인 마드리드 김승혁
엄마의 사랑
얼마 전 고향에 계신 모친을 찾아뵈었습니다. 저를 보고 좋아하시는 모친의 표정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모친과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데 모친이 눈물을 닦으며 돌아섰습니다. 어릴 적에는 이런 모친의 마음을 몰랐습니다. 일을 다니시느라 매일 늦게 오는…
한국 서울 김국화
날마다 새로이 주시는 선물
“하나님께서 항상 새로운 날과 새로운 힘을 주시잖아요. 만약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날, 새로운 힘을 주시지 않는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감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피로가 누적돼서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믿음 생활과 직장 생활, 살림까지 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는 한 자매님의 말을 듣고…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한민지
연습 벌레
저희 시온에는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주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유아가 있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 꼬물거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목을 가누고 허리에 힘을 주고 앉더니 이제는 혼자 일어서서 걸으려고 애를 씁니다. 중심을 잡으려고 비틀대다 얼마 못 가 넘어지는 모습이 어찌나…
한국 전주 고수정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가을절기를 기점으로 당회 식구들과 의기투합해 많은 사람에게 진리를 전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가정을 건사하는 가장의 입장에서 따로 시간을 내어 말씀을 전한다는 게 쉽지 않을 듯했지만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 퇴근 후 시온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식구들과 함께 복음의 발걸음을 내딛기는 했지만 차마…
한국 성남 장성민
엄마와의 추억
지난겨울 엄마가 미국에 사는 저를 보러 오셨습니다. 7년 만에 만난 엄마와 아침부터 밤까지 모든 일상을 함께하며 참 행복했습니다. 엄마와 지낸 3개월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헤어져야 하는 날이 됐습니다. 공항에서 눈물을 쏟을 것 같아 웃으며 손 인사만으로 작별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
한국 화성 이소영
한 몸, 한 지체
목덜미와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더니 목 디스크 파열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간단한 시술로 치료가 가능했지만, 컴퓨터 작업이나 집안일을 할 때 목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허리에 힘을 주게 되면서 목 통증이 가실 무렵에는 허리 디스크까지 파열됐습니다. 허리 치료를…
한국 순천 구연희
어머니의 기억
저에게는 열 딸 부럽지 않은, 애교 많은 고등학생 아들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제 품에서 잠들기 좋아하고 저와 떨어질 줄 몰랐던 아들이 어느새 제가 올려다볼 만큼 키가 컸습니다. 훌쩍 자란 아들을 보면 뿌듯하지만 제 도움을 필요로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한국 고양 윤은주
안갯속 빛
지난 명절, 남편은 일이 있어 하루 먼저 고향으로 내려가고 아들과 나는 다음 날 출발했다. 가족과 즐겁게 명절을 보낸 뒤 역시 각자의 차를 끌고 나란히 귀경길에 올랐다. 이른 새벽의 고속도로는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려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옆 차선을 달리던…
한국 군포 김현수
노래 불러주는 언니
시온 화장실에서 초등학생 자매의 대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언니, 노래 불러줘!” 언니는 동생의 말이 끝나자마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조용하고 차분하게만 보이던 언니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에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잠시 후 사정을 알고 적잖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동생이 화장실에 혼자 있는 것을…
한국 성남 이혜경
스스로에게 묻기
예배 때 피아노 반주를 하는 아내가 이번 성가 곡은 너무 어려워 걱정이라고 하기에, 무심결에 “100번 쳐보고도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뭐”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실제로 100번은 족히 넘을 만큼 반복해서 연습했고, 예배 때 성가대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잘…
한국 안양 정재필
필요한 것들을 풍족히 주실지라도
지난겨울, 한파 경보가 내린 날이었습니다. 씻고 있던 아내가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보일러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보일러 작동기에 빨간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전원을 껐다가 켜보았지만 작동이 멈춰버린 상태라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보일러가 있는 베란다로…
한국 대전 여인원
치료의 시기
언제부터인가 오른쪽 치아 하나가 시렸습니다. 시린 증상이 잠깐 있다 사라졌기에 ‘치과에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뤘습니다. 시간이 지나 통증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서야 치과를 찾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렸던 부위의 치아에 충치가 심했습니다. 다른 치아들도 약간씩 충치가 있어 이참에 다…
한국 세종 김세훈
행복은 지금 이 순간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강사를 초빙해 직원 교육을 합니다. 이번 달에 온 강사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의하며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죽은 사람들이 우리가 누리는 시간 중 언제를 가장 부러워하는지 아십니까? 바로 현재입니다. 지금 이 순간, 현재라는 소중한…
한국 부산 박금령
새벽이슬
성경에서 청년들을 ‘새벽이슬’ 같다고 하지요(시 110편 3절). 저도 청년이라 ‘새벽이슬’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들으면서도 정작 무슨 뜻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저 ‘모두가 잠든 새벽에 맺히는 이슬처럼 무슨 일이든 먼저 앞장선다는 뜻인가?’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내용은 이렇습니다. 성경의 배경이…
한국 제주 연보라미
작고 사소한 것
혼자 음식점을 운영하는 시누가 식당 홀 벽지 도배 작업을 도와달라고 했다. 일하기 편한 복장을 하고 시누 가게로 갔다. “저 위쪽 벽지들부터 떼어야겠는데요.” 내 말에 시누가 창고에서 작은 사다리를 하나 들고 왔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벽지를 떼려는 순간이었다.…
한국 대구 김임숙
엄마의 행복
퇴근길,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 안은 수업을 마친 학생들, 퇴근하는 직장인들, 장을 보고 돌아가는 어르신 등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그중 자리에 앉아서 토스트를 먹고 있는 초등학생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 옆에는 엄마가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는데, 양팔에 아이의 짐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짐을 잔뜩 안은…
한국 남양주 고지혜
할머니와 깨 털던 날
수확기를 앞두고 외할머니 댁을 찾았다. 보통은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일찍 돌아가는 편인데, 그날은 할머니의 들깨 터는 일을 도와드리고 조금 늦게 올라가기로 했다. 곳곳에 홍시가 떨어진 감 밭을 조심조심 가로질러 들깨 밭에 들어선 순간, 예상보다 일이 많겠구나 싶었다. 산비탈에 넓게…
한국 안양 전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