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가족 내 범죄. 소통의 부재는 가장 사랑하고 아껴주어야 할 가족까지 범죄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만든다. 특히 갈등은 오랫동안 쌓일수록 감정대립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할 뿐 아니라 극단적인 행동을 유발시키는 주범이 된다.
누군가 ‘가정은 정원을 가꾸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정원이라도 잡초를 제때 뽑아주지 않으면 결국 무성한 잡초 밭이 되고 만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잡초 같은 존재가 바로 갈등이다. 행복한 가정, 이상적인 가정일지라도 가족 간의 갈등은 늘 고개를 든다. 갈등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서로 사랑한다는 증거이다. 갈등이 있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사랑한다고 갈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갈등을 귀찮은 골칫거리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면 삶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갈등이 생길 때마다 현명하게 대처하면 오히려 가족 간의 결속력과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갈등을 예방하려면
갈등이 생겼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서로 조심하고 노력해서 미연에 예방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1. 틀린 것은 없다, 다를 뿐
갈등은 ‘나는 옳고 남은 틀리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먼저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자.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단정 짓는 생각이야말로 틀린 것이다. 똑같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누군가는 만유인력 때문이라 하고, 누군가는 떨어질 때가 되었기 때문이라 하고, 어떤 이는 맛있겠다 하고, 혹자는 떨어지는 사과에 맞으면 아프겠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틀렸을까? 어느 생각도 틀린 것은 없다. 다만 생각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특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면서 하루아침에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한 배에서 나온 아이들조차 성격이 제각각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불만이 싹튼다. 그런 불만이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가치관을 토대로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말고 가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자.
2. 딴청 말고 경청
갈등을 겪고 있는 가족의 대다수가 대화의 기본이 되는 ‘듣기’를 잘못하고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말을 자르거나 귀 기울여 듣지 않거나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말해버리면 가족 간의 대화는 점점 사라진다. 대화가 줄어드는 것은 관계가 나빠질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가족이 이야기할 때 ‘딴청’ 피우지 말고 ‘경청’하자. 경청은 상대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하고 힘이 솟게 한다. 비록 요구사항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것만으로도 불만의 90%는 해소된다.
3. 내게도 잘못이 있다
나의 기억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 나의 판단력에 허점이 있을 수 있고 내 사고방식이 어리석을 수도 있다는 것, 내 행동의 앞뒤가 맞지 않을 수 있으며 내가 지혜라 생각하는 것들이 지혜가 아닐 수도 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내게 이런 오류와 한계와 모순이 있을 가능성을 늘 인식하자.
4.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자
사람들은 옳은 말을 하는 사람보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자기를 이해해주는 사람이라면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그 말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만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듣고 싶지 않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상대방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100%는 아니더라도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갈등 해소는 반드시 승-승(win win)으로
가족 간의 다툼은 이기고 지는 경기가 아니다. ‘승-승’ 혹은 ‘패-패’만 있을 뿐이다.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예전보다 더욱 친밀한 관계로 다져졌다면 모두가 승자이지만 화해하지 않고 마음에 응어리를 남긴 채 등을 돌린다면 모두가 패자이다. 가족에게 이긴다고 해서 월계관을 얻는 것도 아니요, 진다고 큰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가족 모두 승자가 되는 갈등 해소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다툼의 목적은 분풀이가 아니라 문제 해결
감정에 휩싸이다 보면 불평만 쏟아내는 분풀이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분풀이성 다툼만큼 소모적이고 서로를 아프게 하는 것은 없다. 화가 나서 다투더라도 다툼의 목적이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분풀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 즉 ‘좋은 관계 유지’에 있음을 인지하자.
2. 공격의 대상자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
가족과 의견 차이로 인해 마찰을 빚을 때, 상대방을 공격의 대상자로 삼기 쉽다. 상대방 자체를 문제 삼으면 싸움만 더 커질 뿐이다. 특히 가족의 성격이나 됨됨이, 약점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이 아닌 문제에 초점을 두고 합의점을 찾아나가자.
3. 현재의 문제만 다루기
화가 나면 과거의 불쾌했던 일들도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미 끝나버린 얘기까지 끄집어내서 지적하다보면 갈등 해소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내가 하는 말이 현재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의식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4. 적극적인 자세 취하기
상대방이 불만을 제시하고 해결하고자 하는데 이를 회피하거나 무성의하게 대한다면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튼튼한 가정은 불만을 쌓아 두었다가 나중에 무기로 사용하지 않는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서로 마주하기까지, 또는 상대방의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능한 하루가 지나기 전에 해결하는 것이 좋다.
5. 한 발짝 물러나기
갈등과 마찰이 일어났을 때 최선의 해결책은 뭐니 뭐니 해도 서로 양보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제 탓입니다’, ‘당신을 존중합니다’, ‘우리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라는 세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한다. 가족 간 다툼은 대부분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이 나로 인해 화가 났을 땐 변명하고 이해시키기보다는 먼저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해명은 그다음 순서다. 사과 한마디면 끝날 일을, 괜한 자존심 때문에 큰 싸움으로 끌고 가지 말자.
가속화되는 가족해체, 가족 간 갈등이 도를 넘어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요즘. 그러한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소통’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가정이 행복해지기를 원하지만 행복한 가정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힘쓰고 노력하는 만큼 행복해진다.
- 참고
- 『가까운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법』 (김선희 著)
-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이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