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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복구 현장에서

한국 부산, 왕가람

760 읽음

여름의 끄트머리, 남부 지방에 국지성 호우가 발생했습니다. 부산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조차 “이런 비는 난생처음”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비가 내렸지요.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였던 만큼 침수 피해는 막심했습니다. 집집마다 가구와 가전제품을 비롯한 온갖 집기들이 모조리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렸고, 지하에 있던 가게들은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물이 빠지지 않아 주인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지역주민센터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 때문에 빗발치는 주민들의 요청을 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진땀을 빼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인근 시온의 가족들과 함께 곧바로 피해지역 주민센터와 연계해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피해 지역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어느 하나 성한 구석이 없었습니다. 주민들도 ‘누가 오든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나’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주황색 조끼를 입은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수해 복구를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습니다. 무거운 문짝을 들어내고 장판을 걷어내고 가구를 옮기며 다 함께 외치는 “하나 둘 셋 으쌰!” 구호가 골목 곳곳에서 울렸습니다.

한 집의 수해 복구를 마치면 지체 없이 다음 집으로 향했습니다. 옮겨가는 자리마다 수북이 쌓인 골칫거리들이 말끔히 정리되고 집은 예전의 모습을 갖추어갔습니다.

진흙물을 다 퍼내고 난 자리에는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각종 쓰레기와 오물과 진흙이 뒤엉켜 있는 곳을 걸레로 몇 번씩 닦고 또 닦았습니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온몸은 진흙물에 젖었지만, 함께 힘을 모아 일하니 지치지 않았습니다.

전기가 끊어진 지하 가게에 들어설 때였습니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주인아주머니조차 들어가길 꺼리는 곳에 작은 손전등을 들고 씩씩하게 걸어 내려갔습니다. 계단을 한참 오르내리며 물에 젖은 쓰레기와 각종 물건을 꺼내고 나니, 가게 앞에는 커다란 흙색 산이 하나 생겼습니다.

물을 빼낼 때는 일렬로 나란히 계단에 서서 가게 안 가득히 찬 진흙물을 통에 옮겨 담아 바깥으로 쏟아 부어냈습니다. 그러기를 수차례, 바닥까지 깨끗이 씻어내고 말끔히 청소를 마치자 지켜보시던 주인아주머니는 이내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이렇게 봉사하는 사람들을 살면서 본 적이 없어요. 하나님의 교회가 어디 있죠? 꼭 감사 인사드리러 찾아갈게요. 세상에, 어디에서 이런 사람들이 왔는지.”

감격에 겨워 말을 맺지 못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저희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습니다. 멀리서 지켜만 보시던 동네 어르신들도 며칠 동안 이어진 봉사활동에 감동하신 듯했습니다. 한 번은 지나가는 저희에게 손 한번 잡아보자 하시더니 손을 붙잡고 연신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고맙다” 하시더군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극찬을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요. 이래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 하신 거였구나 새삼 깨달아졌습니다.

저희가 손으로 퍼낸 진흙물 한 통, 걸레질 한 번, 주민들에게 건넨 “힘내세요” 한마디가, 세상 사람들이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감사하는 목소리로 돌아올 것을 생각하니 온몸에 전율마저 느껴집니다. 주신 사명을 받들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선한 행실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수재민 모두 힘내시고 빨리 다시 일어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