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앤디 서키스’가 누군지 아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할지 몰라도 ‘골룸’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앤디 서키스는 자신의 이름과 얼굴보다는 캐릭터로 더 유명한 배우입니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반지의 제왕>에 캐스팅되었지만 맡은 역할이 ‘모션 캡쳐’로 하는 연기다 보니 영화는 흥행했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모션 캡쳐란 몸에 부착한 센서로 표정과 동작을 따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이미지에 덧입히는 기술입니다. 한마디로, 배우가 연기는 해도 실제 모습은 드러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영화 <킹콩>의 출연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또다시 모션 캡쳐로 하는 역할에 그는 배우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렸지만 고민 끝에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골룸이 반지를 쫓아가듯 스타가 되기만을 바라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혹성탈출>에서도 그는 모션 캡쳐로 고릴라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그러자 언제부턴가 그에게 ‘모션 캡쳐의 거장’, ‘가상의 캐릭터에 영혼을 불어넣는 배우’, ‘얼굴 없는 명배우’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배우라면 탐낼 만한 멋있는 배역을 맡아서가 아니라,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그는 명배우의 반열에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