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좌충우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와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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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잠시라도 떨어지면 하늘이 떠나갈 듯 울다가도 엄마가 나타나면 금세 생글생글 웃고, 엄마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었던 아이. 그런 아이가 커서 학교에 가더니 고학년이 될수록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하고, 시시콜콜한 것까지 얘기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엄마에게 비밀이 생긴다. 거기다 짜증 부리기를 밥 먹듯 하고, 외모에 부쩍 신경을 쓰며, 방문까지 걸어 잠근다. 바야흐로 사춘기가 온 것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사춘기는 대체로 초등학교 5학년 즈음에 시작해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최고조에 이른다. 오죽하면 북한이 남침하지 못하는 이유가 중2가 무섭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겨났을까. 신조어로 사춘기를 ‘중2병’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일본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 사용한 말로,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 외에도 반항과 일탈을 일삼거나 허세에 빠진 사람을 가리킨다.

사춘기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가는 성장통이다. 그 통증은 부모도 함께 겪는다. 아이는 아이대로 육체적, 정신적 변화에 따른 혼란으로 고민하고, 부모는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자녀의 행동에 좌불안석, 눈치를 보게 된다. 그렇다고 사춘기가 오면 느닷없이 반항아가 되는 건 아니다. 이 시기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에 예민하고 부모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가 강할 때라, 잔소리나 복종을 요구하는 권위적인 태도에 반감을 표출하는 것이다. 그런 행동을 단순히 ‘반항아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인다면 자녀와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 자녀가 아무리 밀어낸다 해도 실상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늘 곁에서 받쳐주고 지지해줄 부모다.

10대의 뇌는 공사 중, 좋은 경험을 하게 하라

사춘기는 신체의 2차 성징과 함께 두뇌가 새롭게 리모델링 되는 시기다. 만 12~17세에 이르면 전두엽에서 신경 뉴런 등의 폭발적인 발달이 일어난다. 어린아이의 뇌가 어른의 뇌처럼 성숙한 사고력과 판단력을 가지기 위해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춘기 아이들의 뇌는 10평짜리 원룸을 뜯어 50평짜리 아파트를 만드는 공사와 같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충동을 억제하고 분노를 조절하며 기억, 이성적 사고, 판단 등을 주관하는 반면, 편도핵은 공포,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을 담당하는데, 사춘기 아이들은 불안정한 상태인 전두엽 대신 전두엽보다 일찍 발달한 편도핵의 반응이 더 빠르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반항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정에서 게임 중독이나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은 전두엽 발달에 큰 장애물이 된다. 청소년의 스마트폰·게임 중독은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학업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 왕성한 호기심, 현실 세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사고와 행동을 가상 세계에서 해소하고 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구글과 야후 등 세계를 주름잡는 IT업계 종사자 자녀들이 주로 다니는 학교에서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대신 책을 읽고 자연을 느끼며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한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야 비로소 디지털 교육을 하는데, 이는 책 읽기와 운동의 즐거움을 아는 학생만이 IT기기를 사용해도 중독되지 않는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사춘기 아이에게 무엇이 큰 만족과 즐거움을 주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게임, 인터넷, 폭력, 충동적인 행동 등에서 쾌감을 느끼는지 운동이나 등산, 독서, 악기 연주, 선행 등으로 즐거움을 느끼는지에 따라 뇌가 달라진다. 자녀가 행복한 사춘기를 보내고 성숙한 인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즐거움을 얻게 하자.

부모는 관리자에서 조언자로

인생을 식사에 비유하자면 초등학생 때까지는 부모님이 차려준 밥을 먹는 때이고, 십대에 들어서면 자신이 밥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시기다. 조리법, 조리도구, 재료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하다못해 반찬이라도 만들려고 덤빈다. 가스 불에 델까, 칼에 베일까 걱정되어 주방에 못 들어가게 하면 숨어서 하거나 또래끼리 어울려 하다가 재료를 망치기도 한다.

자녀가 스스로 밥을 지어 보려고 하는 나이가 되면 부모는 관리자에서 조언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판단력이 미숙하고 경험이 부족한 아이를 믿고 지지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가 지름길을 두고 멀고 험한 길로 가는 것이 눈에 빤히 보여도 아이에게는 정답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부모가 십대 자녀에게 지나친 관심을 갖고 자신의 뜻대로 하려고 억압하다 보면 오히려 적대적인 관계가 되고, 반대로 ‘말해도 안 듣는다’는 생각에 자포자기하여 자녀를 방임하면 억압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녀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인내심으로 지켜봐주는 것이 좋다.

청소년들은 아이 취급 받기를 싫어하고 어른 대접 받기를 원하면서도 때로는 부모에게 보호받기를 원한다. 부모의 훈육을 겉으로는 환영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기대하고 의지하기도 한다. 이런 양면적인 모습에 부모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아무리 지치고 힘들더라도 자녀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을 때 자녀는 부모의 지혜와 경험에서 우러나는 조언에 귀 기울인다.

사춘기 자녀와 소통하기

1. 아이는 존중받고 싶어 한다

어느 교육출판 전문기업에서 중학생 4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사춘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43.8%가 ‘가족 및 친구 간의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자녀가 사춘기가 되면 더 이상 아이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느낌, 생각,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어린아이 다루듯 부모의 뜻대로 하려고 하면 반항심만 키울 뿐이다. 그렇다고 자녀를 친구처럼 대하라는 뜻은 아니다. 부모의 자리를 지키면서 감정과 생각은 말하되, 독선과 일방적인 명령은 삼가라는 것이다.

2. 자녀의 장점을 발견하자

사춘기 때에는 이성보다 감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사소한 말 한마디에 펄쩍 뛰기도 하고, 작은 지적에 깊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때 좋은 방법은 자녀의 잘못은 조용히 지적하는 대신 장점에 대해서는 크게 칭찬하고 자주 말하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을 칭찬하는 부모에게 거부감 없이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게 된다. 칭찬은 뜻밖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짚어줄 때 더욱 효과적이다. 다른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했던 것을 눈여겨 봐두었다가 칭찬해주면 훨씬 기분 좋게 받아들인다.

3. 진실한 대화를 나누자

부모와 대화를 거부하는 아이들 중 대다수는 부모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잔소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말하기 싫다고들 한다. 자녀와 자주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경우,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려다 보니 잘못을 지적할 가능성이 높다. 평소 너그러운 태도로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는지 등을 물어보고 진실한 대화로 풀어 나가야 한다. 꼭 무거운 주제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건 아니다. 날마다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 대한 가벼운 대화를 많이 나누고, 무엇보다 자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TIP
사춘기 자녀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너는 왜 그 모양이니?” – 자녀로 하여금 극심한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게 한다.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 자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극단적인 표현은 금물이다.
“그것 봐라. 엄마 아빠 말 안 들으니까 그렇게 되지!” – 의욕을 꺾고 자녀를 좌절하게 만든다.
“뭐가 그리 불만이니?” –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만큼 종종 슬플 수도, 분노하거나 무기력함을 느낄 수 있다. 힐책하는 말은 그런 감정을 갖는 것 자체를 무시하는 소리로 들린다.
이 외에도 폭언, 잔소리, 일방적인 명령 등 자존감을 떨어뜨리게 하는 말들은 대화를 단절시키므로 삼가자.

4. 사랑을 표현하자

사춘기 아이에게 가장 큰 도움은 부모가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이다. 마음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녀가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말이나 행동으로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포옹, 악수, 어깨를 살짝 두드리는 등 부모의 손길은 자녀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누가 뭐래도 넌 내게 가장 소중해!” “그래도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네 덕분에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와 같이 말로 사랑을 표현하며 아이에게 언제라도 ‘엄마 아빠는 내 편’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자.

5.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하자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아이는 자신감을 가질 뿐만 아니라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 등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슬기롭게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하려면 부모가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부부 간 불화, 애정 결핍, 부모와의 대화 단절 등은 청소년기 자녀를 혼란과 갈등으로 내몰기 쉽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비행 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5배나 더 높다고 한다.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면 자녀 역시 부모를 존중하게 된다. 화목한 가정, 다정하게 대화하는 부부의 모습이 자녀들로 하여금 세상과 잘 소통하도록 이끌어준다.

십대는 평생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시기다. 미국의 교육 전문가 마이크 리에라 박사는 십대 부모의 성공 키워드로 인내, 신뢰, 유대감을 뽑는다. 열매가 익으려면 작열하는 태양열과 혹독한 비바람을 견뎌내야 하듯,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발달 과정 중 가장 예민하고 불안정할 때, 언제나 자신의 편에서 격려해줄 수 있는 부모가 있다면 아이는 사춘기를 잘 마무리하고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