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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3일

해보면 아는 것

한국 서울, 안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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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고 보니 세상은 그야말로 전쟁터였습니다. 나를 지켜줄 이 하나 없는 비정한 생(生)의 현장에서 남들에게 밀려나지 않으려 물불 안 가리고 악착같이 일했지요. 느지막이 가정을 꾸리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장에서 납품 사업을 하며 밤낮이 뒤바뀐 생활이 어느덧 십수 년째. 아이들 얼굴 한번 보기도 어려운 일상에서 유일한 낙은 시장 사람들과 술자리에 앉아 회포를 푸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부대끼며 거칠게 살아온지라 저처럼 성격이 불같고 말과 행동이 험하기는 해도 다들 가족처럼 끈끈한 사이였습니다. 밤새 일하고 퇴근하는 오전 시간이나 일이 없는 주말마다 모여 웃고 떠들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집사람은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을 데리고 하나님의 교회를 다녔습니다. 딸내미들이 저한테도 교회에 가자고 조를 때면 “아빠는 안 가, 천당에는 너희끼리 가” 하며 손을 내저었습니다. 학창 시절 미션스쿨에 다녀 성경과 종교에 관심은 있었지만 술 좋아하고 막말도 함부로 내뱉는 제가 신앙생활을 한다니 스스로도 가당찮았습니다.

그랬던 저에게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은 일생일대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사실 별 기대 없이 찾은 전시회였습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서인지 모성애는 다른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글 한 편 한 편을 읽으면서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잊고 살아왔을 뿐 ‘어머니’는 제 본성이 사랑하고 그리워해온,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오십 줄을 바라보는 나이에 남들 앞에서 목 놓아 울 수는 없어서 몰래 눈물을 훔치다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펑펑 울었습니다.

‘지금껏 왜 이렇게 살았지?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살았구나. 귀한 딸을 나한테 시집보내주신 장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이제 달라지자. 가정에 더 충실하고.’

굳게 결심한 뒤 아내와 아이들이 바라던 대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증표인 침례를 받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가족들 손잡고 교회에 가기로 약속하고요. 좋은 아빠, 좋은 가장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 첫걸음을 뗐던 셈인데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당회장님의 권유로 말씀 공부를 시작하고 하나님의 뜻을 알아가다 보니 도저히 한 달에 한 번만 예배를 드릴 수가 없는 겁니다. 시온에서 보는 말씀은 소싯적 배웠던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단순히 듣기 좋은 교훈이 아니라, 실존하시는 아버지 하나님과 어머니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반드시 지키고 따라야 할 법이었습니다.

매주 안식일 예배를 꼬박꼬박 지켰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자녀라면 경건하고 겸손하게 생활하고 온유한 성정을 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선한 행실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며 부지런히 복음을 전해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는 일도 마땅히 이뤄야 할 사명이었습니다. 반평생 길들여진 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무절제한 생활 습관과 험한 말버릇을 고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이 컸습니다. ‘사람이 너무 무르게 보이면 어쩌지? 일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까? 거래처가 끊기면 큰일인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리라는 믿음으로 눈 딱 감고 시온에서 배운 말씀을 실천해보았습니다. 희한했습니다. 염려했던 것과 정반대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남들이 저를 비웃거나 무시할 줄 알았는데 “교회를 다니는 사람은 역시 다르다”며 오히려 신뢰가 쌓였고, 제 언행이 유순해지자 사람들도 저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해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거칠게 대하니 그들도 반사적으로 똑같이 대했었나 봅니다.

전쟁터 같던 일상은 어느새 양 떼가 풀을 뜯는 초원처럼 평온해졌습니다. 한 주 동안 기쁨과 감사 속에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다 안식일 날 시온에 가면 감사는 배가 됐지요. 가식 없이 서로에게 사랑을 베푸는 시온 식구들과 함께 있노라면 행복하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왔습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손에 잡히지 않던 행복은 무지개처럼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는 시온에 행복이 있고 집에 행복이 있고 일터에 행복이 있었습니다.

최고로 좋은 말씀, 더없이 따뜻한 시온, 사랑이 넘치는 하늘 가족들. 예전의 저처럼 먹고사는 데 치여 행복이 무엇인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제가 깨닫고 누리는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일을 마치면 집에 와서 잠자기 바쁘고, 일터에서는 주문 받고 물건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볼까 봐, 그들과의 관계가 멀어질까 봐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성경 이야기를 해도 싫어하지 않는 지인들에게만 가끔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렇다 할 결실 없이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다 일 년 전쯤이었을까요. 휴대폰으로 매일 틈틈이 들은 설교 말씀이 제 영혼의 보약이 되어주었습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더니 말씀을 들을 때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너무나 확실한 새 언약의 진리를 70억 명이 넘는 사람 중에 제가 깨달았다는 사실이 새삼 너무 감사했습니다. “참 하나님을 영접한 우리는 최고로 행복한 사람입니다”라는 말씀도 가슴에 확 와닿았고요.

시간이 없다고, 용기가 부족하다고 전하지 않기에는 이 진리가 너무나 귀했습니다. 더 이상 핑계 대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도 바울은 당장 살려야 할 영혼을 눈앞에 두고 이것 때문에 못 한다, 저것 때문에 어렵다고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그 역시 천막 만드는 일을 하면서 자비량으로 전도했습니다.

‘나도 바울처럼 살아보자.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이 하루 수십 명이고, 10년 넘게 시장에서 알고 지낸 이들까지 더하면 말씀을 알려야 할 사람이 주위에 차고 넘친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듣도록 하루 한 명에게라도 이 좋은 소식을 알려주자.’

복음의 열정이 불붙은 이후로 형님 동생 들을 만나면 수시로 성경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처음 한두 번이 어렵지, 다음부터는 대화가 술술 이어졌습니다. 관심이 없거나 가족들이 믿는 종교가 따로 있다고 불편해하던 이들도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 앞에서는 대부분 진지해졌습니다. 제 연배가 으레 그렇듯 말은 안 해도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더 적다 생각하면 괜히 가슴이 먹먹하고 막연해지지 않습니까. 그런데 성경에 삶과 죽음의 비밀은 물론이고 천국 가는 길까지 명확하게 나와 있으니 귀가 번쩍 열리는 모양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형, 교회 다니고 하나님 믿으니까 마음이 너무 편해요”, “아무개야, 너도 나랑 같이 교회 한번 다녀봐. 사는 게 달라질 거야” 하고 진심을 전하면 지인들은 “안 그래도 사람을 이렇게 달라지게 한 교회가 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했었다”며 본격적으로 진리 말씀을 살폈습니다.

그중에는 술을 사 마시려고 일한다던 후배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달리 마음 붙일 데가 없어 술에 더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선뜻 진리를 영접한 후배는 그 좋아하던 술도 끊고 말씀을 더 알려달라고 당회장님을 한참 쫓아다니더니 요즘 저와 같이 꼬박꼬박 규례를 지킵니다. 하나님을 믿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면서요.

개신교 교회에 가족과 20년 넘게 다녔던 형님도 진리를 영접했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교회는 다 다녀봤다며 선을 긋다 어머니 하나님에 대해 듣고 깜짝 놀란 형님은 한 달 정도 말씀을 살피고는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그렇게 인도된 영혼이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60명이 넘습니다. 제 주위에 하늘 가족이 이렇게나 많은지 미처 몰랐습니다. 겉보기에는 다들 남부럽지 않게 살고 교회나 성경에는 관심도 없는 줄 알았으니 말씀을 전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몰랐겠지요.

얼마 전에는 6개월 넘게 전화로 말씀을 전해 듣던 고향 친구가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직접 만나지 못해도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을 전할 수 있고, 듣는 이들마다 마음을 열고 하나님께 나아오니 더 열심히 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피곤한 줄도 모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그렇습니다. 날마다 하나님께서 성령을 넘치도록 부어주시니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면 눈이 절로 떠지고 가슴에는 설렘이 가득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행복합니다. 가족과 함께 하나님 안에 있어서 행복하고, 그 행복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두 배로 행복합니다.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가치입니다.

전 세계 모든 시온 가족들이 이 감동을 함께 누리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하늘 가족을 다 찾는다면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더 바랄 것이 없으시겠지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내가 받은 축복과 그 축복을 받는 방법을 주위에 자랑하는 겁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좋은 음식을 권하듯이요. 그다음에는 권능의 하나님께서 다 도와주십니다. 해보면 압니다. 해봐야 압니다. 내 주위에 잃은 형제자매가 이렇게 많았는지, 하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많은 축복을 예비해주셨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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