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 또 다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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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접하지 못했던 경관이나 풍경을 볼 때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새롭고 아름다운 것을 볼 때면 심신이 재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세계를 접하며, 날마다 반복되는 삶에 찌든 스트레스나 권태감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여행을 나선다. 힘들게 산을 오르는 이유도, 추운 극지방에서 오로라를 보고자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구의 경치보다 더욱 마음을 동요시키는 것이 있으니 바로 우주의 모습이다.

빛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우주는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는 창조의 공간이며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미지의 세계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래서 우주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원한 시공간이 펼쳐져 있는 우주는 과연 어떤 곳일까?

광활한 공간과 영원의 시간이 펼쳐진 우주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가 수십 년의 긴 비행 끝에 태양계 끝자락에 도달했다. “보이저 1호가 태양권을 벗어나 항성 간 공간에 들어섰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13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우주의 미세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태양계를 벗어나는 데만 약 40년의 세월이 걸린다니 우주의 크기를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뿐만 아니라 보이저 1호가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켄타우리(Proxima Centauri)’까지 가는 데만도 10만 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1. 지구에서 이 별에 도착하려면 빛의 속도로도 4년이 넘게 걸린다. 이런 별들이 우리 은하에만 수천억 개가 있고, 또 우주에는 우리 은하와 같은 은하가 수천억 개 존재한다.

1. 보이저 1호의 비행 속력은 대략 시속 60,000km다.

이처럼 광활한 우주의 크기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 문제는 20세기 초까지 과학계의 가장 큰 화두였다. 1929년 에드윈 허블은 우주 저편 은하에서 오는 별빛을 관측하던 도중 은하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정밀한 관측 장비로 측정한 결과, 거리가 먼 은하일수록 그에 비례하여 멀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마치 우주가 풍선처럼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 중요한 사실로부터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나이와 크기까지 추론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우주의 나이는 약 137억 년이며, 크기는 약 137억 광년이다. 더군다나 우주의 끝은 빛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이는 그 크기를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관측하고 있는 우주가 현재 우주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도 무척 신비하다. 예를 들어 태양에서 방출한 빛이 지구까지 오는 데는 약 8분이 걸린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가 보는 태양은 약 8분 전의 태양이라고 할 수 있다. 250만여 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은하의 모습 또한 250만 년 전의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들은 모두 먼 옛날 과거의 장면을 보는 셈이다.

1990년 4월, NASA는 우주를 관측할 최첨단 장비인 허블 우주 망원경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어 우주로 날려 보냈다. 허블 망원경이 찍어 보내온 사진들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우주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중 세계를 놀라게 한 사진이 있었으니 바로 ‘허블 울트라 딥 필드(Hubble Ultra Deep Field)’다.

허블 울트라 딥 필드

보름달 면적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어둡고 조그마한 영역을 찍은 이 사진 속에는 수만 개의 은하가 포착되어 있었다. 지구에서 이 은하들까지의 거리는 50억 광년에서 100억 광년이나 된다. 결국, 이 사진 속 은하들은 50억 년에서 100억 년 전의 모습인 것이다.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임을 고려한다면 비교적 초창기 우주의 모습이다. 이처럼 광대한 우주는 과거와 현재가 함께 펼쳐져 있는 미지의 공간이다. 우주를 통해 과거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미지의 우주와 또 다른 차원의 세계

우주 공간에는 영원에 비유될 만큼 오랜 세월을 이겨낸 많은 별과 은하 들이 존재한다. 별은 드넓은 우주 공간에 있는 기체와 먼지 들로부터 탄생한다. 이 물질들이 서서히 중력을 받아 성운과 원시별로 발전하고, 온도가 계속 높아져 절대온도 천만 켈빈2 에 가까워지면 드디어 수소 핵융합 반응을 통해 별이 만들어진다. 하나의 별이 탄생하는 데에도 수천만 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탄생한 별들은 짧게는 수억 년에서 길게는 100억 년의 일생을 보낸다. 현재 나이가 약 50억 년인 태양은 앞으로 50억 년을 더 살 수 있다.

2. 절대온도란 물질의 특이성에 의존하지 않는 절대적인 온도로, 단위는 K(켈빈)이다. 절대온도는 섭씨온도와 눈금 간격이 같고 섭씨온도보다 273.15℃ 높으므로 천만K는 약 천만℃에 해당한다.

수명이 다 된 별들은 마지막 단계로 진입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블랙홀이다. 거대한 별이 변한 블랙홀은 밀도가 매우 커 엄청난 중력으로 빛까지 흡수하는 천체다. 강한 중력 때문에 블랙홀 부근의 시공간은 매우 왜곡되어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일 것으로 예측한다. 또 아직까지 그 존재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블랙홀로부터 유추된 화이트홀과 웜홀3 도 다른 시공간과 다른 차원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3. 블랙홀이 모든 물질과 빛까지 빨아들이는 천체라면 그 반대로 물질과 빛을 모두 방출하는 천체가 있으리라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화이트홀’이라 하며,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을 ‘웜홀’이라 한다. 하지만 아직 그 존재 여부는 불투명하다.

블랙홀과 화이트홀, 웜홀 상상도

오래전부터 인류는 시간 여행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만약 우리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여행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과거의 장면들이 담긴 빛이 우주 어딘가를 진행하고 있을 것인데 그 빛만 따라잡으면 과거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우리가 보는 우주의 모습은 과거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구로부터 먼 곳에서 지구를 본다는 것은 지구의 과거를 보는 것과 다름없다. 무한히 펼쳐져 있는 우주 공간에서 시간을 거스른다는 것은 그저 막연한 상상만은 아닌 것이다. 어쩌면 우주 저편 어딘가에는 과거의 모습뿐만 아니라 느껴보지도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펼쳐져 있을지 모른다.

은하와 성운, 성단 등의 아름다운 천체사진은 우리의 상상을 자극한다. 오색찬란한 빛들의 향연이 펼쳐진 우주. 과연 우리가 가볼 수 있을까? 그곳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우주의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봄 직한 생각들이다.

인류가 선명하고 아름다운 우주 사진을 보게 된 지는 불과 수십 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과학 기술의 성장으로 관측 장비와 제작 기술이 발달하여 나타난 결과물이겠지만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망이 실재가 되는 것은 한순간의 일이며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