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선택

Close

시점을 바꾸면 보이는 것들

조회 4,097

소설에서 이야기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시점이 달라진다. 화자가 이야기 안에 등장하면 1인칭, 이야기 안에 없다면 3인칭이다. 그중에서도 화자가 주인공인지, 관찰자인지,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다 아는 서술자인지에 따라 시점이 결정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하는 경우, 주인공의 내면을 생생하게 드러내 독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은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인물의 심리를 속속들이 묘사하고 상황까지 분석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삶을 바라보는 시점은 어떨까. 사람은 대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살아가고 판단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집중해 맡은 일을 주체적으로 처리하는 건 중요하다. 다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 입장만 고려하다 보면 책임의 화살을 타인에게 돌리기 쉬워진다. 힘든 일은 나만 하고 다른 사람은 편하게 일하는 것 같다거나 자신의 실패 이유를 제도나 주변 환경에서만 찾는 식이다.

상황을 3인칭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미국 미시간주립대 심리학과 제이슨 모저 교수는 실험을 통해,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면 심리적 거리가 확보돼 감정 조절에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를 소설 속 등장인물 중 하나라 생각하고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이 감정을 불러일으킨 원인은 무엇인지, 다른 등장인물들의 역할이 무엇이고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 발짝 떨어져 전체를 둘러보면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이는 상황을 이해하고 보다 열린 마음으로 문제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성경에는 포도원의 품꾼 비유가 나온다(마 20장 1~16절). 포도원 주인은 밖에서 놀던 사람들을 불러 포도원에 들어가 일하게 한다. 날이 저문 뒤 주인은 이른 아침부터 일한 사람이나 중간에 투입된 사람, 일을 마치기 한 시간 전에야 농장에 들어온 사람까지 모두 똑같은 품삯을 준다. 아침부터 일한 사람의 1인칭 시점에서 보면 자신이 오래 일한 만큼 더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잠깐 일한 사람과 같은 품삯을 받으니 억울하고 원망스럽다. 같은 상황을 다른 시점으로 판단해 보자. 주인은 애초 약속한 대로 모두에게 삯을 주었다. 또한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일자리를 제공해 준 주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 종일 일할 양을 단시간에 채웠을지도 모른다.

복음 직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수고가 다른 식구들보다 더 커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전지적’ 존재가 아닌 이상 모든 상황을 알 수는 없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는 씨를 뿌리는 자나 물을 주는 자나 복음을 위해 애쓰는 모두가 사랑스럽다. 맞닥뜨린 시험을 이겨내고 하나님께 충성한 모든 노고를 기억하시고 행한 대로 상을 주신다(계 22장 12절). 감사하게도, 보이지 않는 수고는 있어도 헛된 수고는 없다(고전 15장 58절). 죄인들을 불러 귀중한 직무를 맡겨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땀방울의 결실을 기다리는 주인의 시점을 가져보자.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형제자매와, 함께 받을 생명의 면류관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