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랑 수기
잔잔하면서도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붕어빵 아빠와 딸
“엄마! 왜 나는 엄마 안 닮았어?” “무슨 소리! 엄마 딸인데 왜 엄마를 안 닮아?” “거짓말! 오늘도 동네 아줌마가 ‘딸들이 다 엄마를 닮아 이쁘네요’ 하면서 언니들한테는 엄마 닮았다 하고 나 보고는 ‘아이고, 막내는 아빠를 닮았나 보네요’ 했잖아. 그래서 엄마랑 언니들이 다…
한국 전주 고수정
찹쌀도넛 두 개
교회에서 학생부 모임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집에 계신 엄마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나 모임 끝나서 집에 가고 있어.” “응. 서현아, 근데….” “응?” “엄마 찹쌀도넛이 너무 먹고 싶다.” 저는 알았다며 전화를 끊고 가방을 뒤졌습니다. 가방에서는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한국 서울 김서현
내게 힘이 되는 사람
근래에 개인적으로 준비할 일이 있어 며칠을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잠은 잠대로 못 자고, 집안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루는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8시쯤 집에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니 불이 켜져 있고, 식탁에는 마트 전단지가 활짝 펼쳐져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퇴근하고 먼저…
한국 화성 안하정
비바람이 부는 날이면
나는 비가 오는 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중충한 날씨를 보면 기분이 가라앉는 것도 그렇지만 옷과 신발이 젖어 축축하기 때문이다. 기상청도 울고 갈만큼 정확하게 비를 예보하는 관절 때문에 신경통에 시달리는 것도 싫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런 내가 빗속을 걸으며 피식 웃음…
한국 군포 최재정
엄마를 대신한 사랑
“미숙아, 딸기 먹으러 와.” “미숙아, 옥수수가 너무 맛있게 됐어. 쪄 놓을 테니 와서 먹어.” “미숙아, 산에 가서 두릅이랑 취나물 뜯었는데 너무 맛있어. 먹으러 와.” 먹을 것이 생길 때마다 부르는 큰언니. 육 남매의 맏이인 큰언니는 내가 바쁘다는 걸 알면서도 맛있는 것이…
한국 서울 권미숙
행복한 과제
방학이 끝나기 전에 중학교 2학년 아들에게 뜻깊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부모님 직업 체험’. 유통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한 통에 18㎏이나 되는 식용유를 하루에 수백 개씩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 매우 고된 일이라 남편은 잠시 망설이다 동의했고,…
한국 의정부, 권성은
아들이 차려준 저녁을 먹으며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뜬금없이 말했습니다. “엄마, 내가 엄마 밥 한 끼 차려주고 싶어.” “학교에서 요리하는 법 배웠니?” “아니, 엄마는 나한테 밥 많이 차려줬는데, 나는 엄마한테 밥을 한 번도 차려준 적이 없어서 밥 한 끼 차려주고 싶어.” 아들은 오므라이스를…
한국 파주, 박경숙
가장 큰 선물
며칠 전, 제 생일이었습니다. 바쁜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집에 돌아왔는데, 어쩌다보니 하루 종일 식사도 제대로 못 했습니다. 집에 들어서자 딸아이가 쏜살같이 뛰어나와 그림 편지를 내밀며 “엄마, 생일 축하해요”라고 하더군요. 노란색 종이에 볼펜으로 얼굴은 크고 몸은 작은 사람을…
한국 대구, 최윤희
엄마의 편지
“엄마, 저예요. 뭐하고 계셨어요?” “어, 나 숙제하고 있어.” “무슨 숙제요?” “받아쓰기 틀린 문제 세 번씩 쓰기.” “엄마, 딱 세 번만 쓰셔요. 열심히 하려다 몸에 무리 갈까 걱정돼요.” “이미 몇 번 더 썼는데?” 엄마에게 전화를 드리면 한동안 되풀이되던 통화 내용이다. 어려운…
한국 수원, 황주희
행복한 요리 시간
지난 명절, 중학생이 되는 저는 음식 준비로 바쁘신 엄마를 조금이라도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은 명절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장을 보러 가시는 엄마를 따라나서서 카트를 끌고 졸졸 붙어 다녔습니다. 그리고 음식 만드는 날이 되었을 때, 저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엄마를…
한국 용인, 문강산
불효자는 웁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아들 하나, 딸 셋을 홀로 키우셨습니다. 새벽이면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을 궤짝으로 사 와 동네에서 소매로 파는 등, 엄마는 안 해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하셨습니다. 엄마는 늘 밤늦게 들어오셨기에 큰언니와 작은언니가…
한국 서울, 최영진
어려울 때 하나 된 가족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이 다리를 절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작은 교통사고로 넘어졌다며, 다리가 욱신거린다고 했습니다. 괜찮은 것 같아서 병원에 안 가고 바로 왔다는데 후유증이 있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간단하게나마 무릎에 타박상 약을 발라주고 얼음찜질을 해주었습니다. 하루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남편의 말대로 아무 일이…
한국 서울, 계경남
형제를 내 몸과 같이
저희 집은 언제나 왁자지껄 소란스럽습니다.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연년생 아들과 딸입니다. 둘은 틈만 나면 붙어서 장난치다 결국에는 싸움으로 이어지기 일쑤입니다. 보다 못해 서로 1미터 접근 금지령을 내리기도 하지만, 식사 준비나 청소에 신경 쓰고 있노라면 어느새 또다시 장난을 치곤 합니다. 이런…
한국 김천, 박정아
만능 엄마
“엄마, 나는 커서 엄마가 될 거야.” “왜?” “엄마는 한 손으로는 휴지를 들고, 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을 수 있잖아.”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네 살 때 엄마에게 한 말이란다. 시장에 다녀오는 길, 엄마는 한 손에 두루마리 화장지 세트를 들고 한 손으로는…
한국 부천, 이정연
닮고 싶은 엄마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롤모델이 있으며 그 롤모델을 닮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닮고 싶은 사람은 저의 엄마입니다. 늘 가족을 돌보고 사랑해주는 엄마를 보면서 엄마가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배우고 싶었습니다. 제가 열두 살이 되었을 때 주방에서 엄마를 도우며 집안일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학업을 위해…
인도 바도다라, 비니
어머님의 며느리 사랑
저희 가정은 6년 동안 시댁에서 살다 분가했습니다. 어머님은 한집에 살 때도 잘해주셨지만, 분가하고 나서는 더욱 잘 챙겨주셨습니다. 하루는 어머님이 전화하셔서 저희 집에 들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약속한 날, 집을 방문하신 어머님 손에는 짐이 한가득 들려있었습니다. 그날이 제 생일인 것을 기억하시고는 갓 끓여…
한국 대구, 정혜수
나의 세 살 적 모습
가깝게 지내는 지인의 세 살배기 아이를 잠깐 돌봐주게 되었습니다. 마침 함께 외출 중이던 부모님 차로 아이를 태워 집으로 향했습니다. 어린아이를 돌볼 기회가 많이 없어서 그런지 부모님도 매우 반기셨지요. 도착 후, 집이 3층이어서 아이를 안고 계단을 올라야 했습니다. 그때 아빠가 아이에게…
한국 성남, 박윤정
미안해요, 고마워요!
하루는 초등생 딸이 달고나를 만들어 먹어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집 청소를 마친 터라 어지르는 게 마뜩잖았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서만 지내는 아이가 안쓰러워 허락해 주었습니다. 동생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는지, 처음엔 안 한다고 하던 중학생 아들도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사춘기라 예민한 두 아이가…
한국 안양, 조은영
부모님을 대신해
8남매 중 맏이인 저는 어릴 적, 일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집안일을 하고 동생들을 돌보았습니다. 엄마는 간호조무사로 교대근무를 했는데, 한번 출근하면 32시간, 때로는 68시간 동안 엄마를 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엄마가 퇴근하면 편히 쉴 수 있도록 식사를 차려드리고 간호복을 빨아서 다렸습니다. 엄마는…
미국 CA 샌디에이고, 라일라니
당연하지 않은 일상
우리 집은 집안일을 부모님이 나눠서 하신다. 청소는 아빠가, 빨래는 엄마가, 식사 준비는 두 분이 함께. 나도 이제 성인인데 부모님만 일하시는 게 민망해 돕겠다고 나서면, 부모님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며 말리신다. 휴일인 어느 날, 부모님이 외출하셔서 집에 혼자 남았다. 집안일을…
한국 안양, 김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