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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1일

김밥을 싸면서

한국 수원, 김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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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 김밥을 좋아했습니다. 소풍이나 운동회 날이면 엄마가 늘 김밥을 싸주셨지요. 그래서인지 특별한 날에 김밥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도 엄마가 되었고, 아이의 소풍날 엄마가 해주신 것처럼 김밥을 싸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김밥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전날 장을 봐서 재료들을 손질하고, 소풍 당일 새벽에 일어나 밥을 짓고 햄, 어묵, 당근을 볶고 달걀부침을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재료 준비가 끝나 본격적으로 김밥 말기에 도전! 김 위에 밥을 얇게 펴고 재료를 차곡차곡 얹어 말기 시작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손에 힘을 세게 주면 옆구리가 터지고, 힘을 빼면 재료 사이에 공간이 생겨 김밥을 썰 때 속 재료가 쑥쑥 빠져나왔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적당히 단단하게 마는 요령을 터득해 겨우 시간 맞춰 도시락을 완성했습니다.

아이에게 도시락을 들려 보내고 난 뒤 주방을 둘러보니 전쟁터가 따로 없었습니다. 의자에 지친 몸을 기대자 문득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사실, 저희 엄마는 손이 불편하십니다. 오른쪽 검지와 중지가 반씩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셨거든요. 엄마는 그 손으로 맛있는 음식도 해주셨고, 아침마다 머리도 예쁘게 땋아주셨습니다.

그러고도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셨기에 엄마가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친구들이 엄마 손에 대해 물으면 부끄럽게만 여겼지요. 지난날의 제 모습을 돌아보니 엄마께 죄송하고 부끄러워 눈물이 났습니다. 저를 무척 사랑하시기에 그 힘겨움을 다 견디셨겠지요. 엄마의 사랑을 마음으로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지금도 엄마는 가끔 김밥을 싸주십니다. 손주들이 할머니 김밥이 최고라고 하거든요. 엄마는 아이들이 김밥 먹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며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고 하십니다. 그런 엄마께, 부족한 솜씨로나마 저도 김밥을 싸 드리려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표현을 많이 못 했는데 이번에는 꼭 말하렵니다.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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