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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엄마

한국 부천, 이정연

2039 읽음

“엄마, 나는 커서 엄마가 될 거야.”

“왜?”

“엄마는 한 손으로는 휴지를 들고, 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을 수 있잖아.”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네 살 때 엄마에게 한 말이란다. 시장에 다녀오는 길, 엄마는 한 손에 두루마리 화장지 세트를 들고 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았다고 한다. 그런 엄마가 내 눈에는 대단해 보였나 보다. 그때의 내 키가 화장지 세트와 비슷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럴 법도 하다.

지금 나는 엄마보다 키가 크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엄마는 나에게 마냥 대단한 존재다. 내가 성인이 되어도 못하는 것을 엄마는 척척 해내시기 때문이다. 도배와 가구 리폼에서부터 뜨개질, 옷 수선, 미용 기술까지, 손으로 하는 일이라면 못하시는 일이 없다. 덕분에 웬만한 일은 다른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도 집에서 해결이 된다.

얼마 전에는 집에 돌아오니 가구란 가구가 모조리 벽에서부터 조금씩 떨어져 있었다. 엄마가 도배를 하고 계셨던 것이다. 계절이 바뀌기도 했고 벽지가 더러워져서 새로 바꾼다고 하셨다. 벽지에 묻은 얼룩들이 신경 쓰였던 건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학교에 다녀와 피곤한 탓에 엄마에게 버럭 짜증을 내고 말았다.

“오자마자 씻고 자려고 했는데, 이게 뭐예요.”

엄마는 말없이 도배를 마저 하셨다. 그날, 엄마의 사랑 가득한 손길로 내 방은 산뜻하게 변했다. 특히 방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연두색 포인트 벽지는 정말 예쁘다. 벽지를 볼 때마다 한편으론 내 생각만 하느라 엄마를 도와드리지 못한 죄송함이 마음을 콕콕 찌른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엄마의 수고는 끝이 없다. 초등학생 때 친구들이 갖고 싶어 했던 귀여운 목도리도 엄마 작품이었고, 집에서 공부할 때 깔고 앉았던 방석도 엄마 작품이었다. 새로 산 구두 색이 마음에 안 들어 잘 안 신게 된다고 하자 금세 다른 색으로 염색해준 것도, 길이가 짧아 고민이던 치마의 밑단을 늘려준 것도 엄마였다. 돌아보면 엄마는 당신의 솜씨를 스스로를 위해 발휘한 적이 없다. 가족을 위한 희생과 사랑의 손길들이었다.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우리 엄마. 엄마 덕분에 나도 손재주가 좋다는 말을 가끔 듣곤 하지만 묵묵한 사랑만큼은 영영 엄마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