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상 속, 크고 작은 깨달음을 나눠요.
엄마와 빛
어릴 적 우리 집은 깊은 산골짜기에 있었다. 열네 가구가 전부인 마을에는 버스도 들어오지 않았다. 초등학교까지 가려면 걸어서 사십 분, 중학교는 자전거를 타도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고등학교는 도저히 집에서 다닐 수 없어 학교 기숙사로 들어갔다. 주중에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주말이 되면…
한국 양산 주점열
엄마가 되어서야
저는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태어났습니다. 시골이라 좋은 점도 많았지만 시내에서 파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기다리던 날은, 도시에 있는 작은아버지가 종합과자 선물세트를 사서 들르는 명절과 제 생일이었습니다. 엄마는 특별한 음식을 기대하는 제 마음을 아시고…
한국 춘천 기금주
서로 다른 우리가 연합할 때
냉장고 문을 열어보고는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쫄면을 만들 때 썼던 깻잎과 콩나물 약간, 비빔밥을 해먹고 남은 당근과 베이비채소 몇 줌, 미나리와 쑥갓과 알배기 배추 1통. 음식 재료로 쓰고 조금씩 남은 채소와 나물들이 냉장고 한편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한국 서울, 이혜경
산행
“엄마, 내 배낭 엄마가 들어주면 안돼?” 남편이 출장을 간 휴일,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궁리하다 산행을 택했다. 그런데 아이가 시작부터 보챈다. “많이 무겁니? 금방 약수터 나오니까 조금만 참아. 거기서 좀 쉬자.” 등산에 익숙지 않은 아이는 마실 물과 과자 등 자기…
한국 창원, 조은진
내 영혼의 호흡
“엄마, 나 기흉이라는데? 빨리 수술 안 하면 죽을 수도 있대.” 숨쉬기가 불편하고 힘들다며 병원에 간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곧바로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머니, 방금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는데요, 아드님이 무척 위험한 상황입니다. 지금 바로 수술해야 합니다. 입원부터 시키고 수술 준비하고…
한국 청주, 김은미
군대에서 알게 된 행복
내가 군에 입대할 때 부모님은 슬픈 기색 없이 나를 배웅해주셨다. 그 모습에 ‘우리 엄마 아빠는 안 슬퍼하셔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훈련소로 들어갔었다. 몇 주가 지나 훈련소 수료식을 하던 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달려와 안아주시는 부모님을 뵈었다. 나는 그제야 부모님이…
한국 부산, 김승혁
엄마에게 중요한 것
일요일 저녁, 친구를 만나고 집에 와보니 엄마의 새끼손가락에 반창고가 여러 겹 붙어 있었다. “엄마, 손 왜 그래요?” “응, 뭐 좀 하다가 살짝 베였어.” 한눈에 봐도 살짝 벤 정도가 아니라서 빨리 병원에 가보자고 했지만 엄마는 별것 아니라며 내일 가도 된다고 했다.…
한국 서울, 이선미
고향 그리고 어머니
모처럼 쉬는 날, 미뤄둔 집안일을 정신없이 하느라 휴대폰 벨이 울리는 것도 몰랐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친정엄마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전화하셨네요?” “그래, 자는 걸 깨운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일어났니?” “그럼요. 지금이 몇 신데요.” 엄마는 애들 교육비에 보탤 겸 몇 년째 파트타임으로…
한국 의정부, 김향순
잃어버린 추억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 나오는 만화를 무척 좋아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만화를 볼 생각에 늘 설렜다. 만화 상영이 끝나면 아쉽기 짝이 없었다. 재미있는 만화를 두고두고 볼 방법을 궁리하다가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면 앞부분에 네모난 구멍이 있는데, 그 구멍을…
한국 강릉, 홍순태
어머니의 심부름
저는 삼 형제 중 둘째입니다. 저희 형제들은 호주 멜버른에 흩어져 살고 있고, 부모님은 멜버른에서 차로 아홉 시간 걸리는 애들레이드에 거주하십니다. 저희는 일 때문에 자주 부모님을 뵈러 가지 못하지만 어머니는 저희가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와서 돌봐주십니다. 한…
호주 멜버른, 정연욱
진정한 휴식
많은 직장인들이 새해 달력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연휴 날짜를 세어 보는 것이다. 그만큼 연휴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행복을 준다.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2018년 가을은 행복의 절정이었다.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추석 연휴가 5일, 뒤이어 개천절과 한글날이 있어 장장…
한국 사천, 이재욱
생일 케이크
어릴 적, 가정 형편이 몹시 어려웠습니다. 엄마는 칠 남매를 먹여 살리려고 벽이나 바닥, 변기를 수리하는 고된 일을 하셨습니다. 인부를 고용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엄마 혼자서 그 일을 해야 했습니다. 저는 막일을 하는 엄마를 부끄러워하는 막내딸이었습니다. 엄마는 식료품을 사려고 밤새 가방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 수자나
어느 사형수의 후회
하늘나라에서 지은 우리 죄가 얼마나 흉악한 것인지, 또 엘로힘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절실히 깨닫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제가 소속된 불라와요 시온은 국립과학기술대학교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나이나 직업 등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습니다. 어느 날…
짐바브웨 하라레, 샤바
어머니의 사랑은 특별한 사랑
어떤 이들은 인생이 사랑에 기반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보면 그 말은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서로 보살핌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랑으로 연결되어 살아가기 때문이다. 연인 간에, 친구 간에, 부모자식과 형제자매 간에… 참으로 다양한 관계에서 사랑을 찾을 수 있다. 심지어…
몽골 울란바토르, 바야사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가락
초등학생 시절, 이모 손에 이끌려 큰 병원에 갔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간 병원에는 환자복을 입은 낯익은 얼굴이 있었습니다. 엄마였습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엄마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야! 아이고, 아파라.” 의사 선생님이 붕대로 칭칭 감긴 엄마 손에 소독제를 붓자 엄마는 아프다고 하면서도…
대만 가오슝, 안지영
최고의 코디네이터
어렸을 때 엄마는 언제나 제 마음에 쏙 드는 옷을 사주셨습니다. 옷뿐만 아니라 신발과 벨트도 엄마가 사준 것들은 항상 제 몸에 딱 맞았습니다. 엄마가 골라준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춘기에 들면서 제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이 사고 싶어졌습니다. 용돈을…
짐바브웨 하라레, 타피와
해가 지기 전에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기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올 때쯤 영국 모든 도시에 록다운(lockdown, 봉쇄)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연일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회사도 재택근무를 시행해 평소 같이 모이는 시간이 적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참 좋았습니다.…
영국 맨체스터, 김두리
조건 없는 탕감
회계·금융 분야에서는 ‘부채’와 관련된 내용을 다룰 때가 많다. 여기서 부채는 대출 가치와 이자의 합계이며, 이자는 채무자에게 할당된 시간과 관련된 이자율로 계산한다. 만약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빚을 지녔다면, 경제적 활동을 회복하게 해주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부채 탕감 제도’다.…
모잠비크 마푸투, 엘리아스
도피성 수감자
철컹. 둔탁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 한 다큐멘터리에서 여자 교도소 수감자들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았다. 과연 그들의 생활은 어떨까. 내 시선은 화면에 집중되었다. 하루 30분의 운동 시간. 유일하게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수감자들은 웃고 이야기하며 운동을 하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햇볕을…
한국 울산, 조은영
불꽃이 너를 사르지 못하리니
가족 모두 깊이 잠들어 있던 새벽 5시 무렵, 자동차가 충돌하는 듯한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비몽사몽간에 이번에는 총소리 같은 것이 들렸습니다. 정신이 번쩍 든 저는 남편을 깨웠습니다. 바깥에서는 몇 번의 총격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고함 소리 그리고 누군가가 빠르게 오토바이를 몰고…
말레이시아, 스타팍 셀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