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상 속, 크고 작은 깨달음을 나눠요.
생일 케이크
어릴 적, 가정 형편이 몹시 어려웠습니다. 엄마는 칠 남매를 먹여 살리려고 벽이나 바닥, 변기를 수리하는 고된 일을 하셨습니다. 인부를 고용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엄마 혼자서 그 일을 해야 했습니다. 저는 막일을 하는 엄마를 부끄러워하는 막내딸이었습니다. 엄마는 식료품을 사려고 밤새 가방을 수선해 공장에 납품하는 일도 했는데, 저는 오래된 재봉틀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곤 했습니다. 밥 한 끼 해결하기가 빠듯한 상황인데도 철없는 저는 생일마다 “한 번도 생일 케이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불평하며 토라지기 일쑤였습니다. 엄마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들의 생일에 작은 파티를 열어 엄마를 초대했습니다. 엄마는 매우 기뻐하면서 제가 직접 만든 생일 케이크가 훌륭하다고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자식까지 낳아도 철이 없는 건 매한가지인가 봅니다. 엄마의 칭찬에 우쭐해진 저는 평생 후회할…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 수자나
어느 사형수의 후회
하늘나라에서 지은 우리 죄가 얼마나 흉악한 것인지, 또 엘로힘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절실히 깨닫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제가 소속된 불라와요 시온은 국립과학기술대학교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나이나 직업 등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습니다. 어느 날 식구를 기다리던 중 한 노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낡은 책과 옷가지가 들어있는 무거운 비닐봉지를 들고 제 쪽으로 다가오더니 인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젊은이, 귀찮게 해서 미안하네. 나는 오랫동안 교도소에서 있다가 일반사면을 받아 지난주에 나왔다네. 1985년 아내와 삼촌을 해친 끔찍한 죄를 저질러서 사형판결을 받았지. 순간 세상이 끝난 것 같더군. 처음에는 꿈을 꾸는 것 같았는데 차츰 인생의 마지막을 맞게 된다는 게 현실로 느껴졌지. 우리나라에서는 사형이 선고되면 감옥에서 입는 옷에 사형수라는 표가 붙고 명부에도 기록된다네. 사형수는 친척들과 시간을 일절 보낼 수 없고 사회에서…
짐바브웨 하라레, 샤바
어머니의 사랑은 특별한 사랑
어떤 이들은 인생이 사랑에 기반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보면 그 말은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서로 보살핌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랑으로 연결되어 살아가기 때문이다. 연인 간에, 친구 간에, 부모자식과 형제자매 간에… 참으로 다양한 관계에서 사랑을 찾을 수 있다. 심지어 돈이나 소유물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나는 사랑의 본질은 자기 자신을 위하는 이기심이라고 생각해왔다. 누군가를 보호하는 이유는 내게 필요하기 때문이고, 함께하기를 원하는 이유도 자신에게 좋고 즐겁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사람은 원래 이기적이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본성을 갖고 있으니, ‘사랑’도 자신의 유익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어느 사진을 보고 그러한 생각에 대해 의문점을 갖게 되었다. 노루 한 마리가 정면을 쳐다보고 꼿꼿이 서서 표범 두 마리에게 자기 목숨을 내어주는 사진이었다. 사진작가는, 표범에게서 도망치던 노루가 충분히 살 수…
몽골 울란바토르, 바야사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가락
초등학생 시절, 이모 손에 이끌려 큰 병원에 갔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간 병원에는 환자복을 입은 낯익은 얼굴이 있었습니다. 엄마였습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엄마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야! 아이고, 아파라.” 의사 선생님이 붕대로 칭칭 감긴 엄마 손에 소독제를 붓자 엄마는 아프다고 하면서도 저를 보고는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엄마가 웃으니 피에 젖은 손가락 끝을 보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엄마는 한 달 만에 퇴원했습니다. 밖에서 만나 같이 집에 들어가자는 연락을 받고 집 근처에서 들뜬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얼마 후, 엄마가 왔습니다. 엄마는 오랜만에 만난 딸을 안아주려고 두 팔을 벌렸습니다. 그런데 전과 다른 엄마의 손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엄마 손을 뿌리치고 지금까지도 후회로 남은 말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엄마 손 이상해, 무서워! 나 엄마한테 안 갈래.” “에이, 왜 그래. 안 무서워. 괜찮아.” 저는 애써 웃으며 달래주는…
대만 가오슝, 안지영
최고의 코디네이터
어렸을 때 엄마는 언제나 제 마음에 쏙 드는 옷을 사주셨습니다. 옷뿐만 아니라 신발과 벨트도 엄마가 사준 것들은 항상 제 몸에 딱 맞았습니다. 엄마가 골라준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춘기에 들면서 제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이 사고 싶어졌습니다. 용돈을 아껴두었다가 난생처음 혼자 옷을 사러 가게에 갔습니다. 여기저기 신나게 구경하다가 깔끔한 셔츠와 바지를 멋지게 차려입은 마네킹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 저거 진짜 내 스타일이다!’ 마네킹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저를 보고 점원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저 옷을 입으면 정말 신사처럼 보일 거예요.” 점원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네킹이 입고 있던 옷을 벗겨서 제게 건넸습니다. 신사 같은 내 모습을 사람들이 부럽게 쳐다보는 상상을 하니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습니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옷을 사서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새로 산 옷으로 갈아입고 마네킹처럼…
짐바브웨 하라레, 타피와
해가 지기 전에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기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올 때쯤 영국 모든 도시에 록다운(lockdown, 봉쇄)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연일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회사도 재택근무를 시행해 평소 같이 모이는 시간이 적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과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편하다는 이유로 툭툭 던지는 말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고 하루는 사소한 일로 시시비비를 가리다 언성이 살짝 높아졌습니다. 집 안에 감도는 불편한 공기를 애써 모르는 체하며 ‘그래도 내가 옳았어’ 하는 마음으로 창밖을 응시하는데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며칠 전 설교 영상에서 들은 어머니 말씀이 제 가슴을 찔렀습니다. “해가 질 때까지 분을 품지 말고 해가 지기 전에 미안하다고 말해보세요.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어도 먼저 미안하다고 해봅시다. 상대방이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닌데 왜 미안하다고…
영국 맨체스터, 김두리
조건 없는 탕감
회계·금융 분야에서는 ‘부채’와 관련된 내용을 다룰 때가 많다. 여기서 부채는 대출 가치와 이자의 합계이며, 이자는 채무자에게 할당된 시간과 관련된 이자율로 계산한다. 만약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빚을 지녔다면, 경제적 활동을 회복하게 해주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부채 탕감 제도’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채무자는 특정 금액의 채무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탕감받는다. 결국 모든 금액을 변상하는 것이 아니기에 채권자는 탕감된 만큼 손해를 입는다. 물론 부채를 탕감받을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신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 법원이 채무자의 태도를 지켜보고 탕감을 확정 짓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채 탕감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채무자에게는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하다. 성경에도 이런 제도가 기록되어 있다. “이러므로 천국은 그 종들과 회계하려 하던 어떤 임금과 같으니 회계할 때에 일만 달란트 빚진 자 하나를 데려오매 갚을 것이 없는지라 … 그…
모잠비크 마푸투, 엘리아스
도피성 수감자
철컹. 둔탁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 한 다큐멘터리에서 여자 교도소 수감자들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았다. 과연 그들의 생활은 어떨까. 내 시선은 화면에 집중되었다. 하루 30분의 운동 시간. 유일하게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수감자들은 웃고 이야기하며 운동을 하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햇볕을 쬐기도 했다. 죄수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수감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지극히 평범해 보였다. 한 수감자가 카메라를 보며 방송에 얼굴이 나가는지 물었다. 걱정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집에만 돌려 보내주면 얼굴이 나가도 상관없어요.” 밝게 웃는 웃음소리가 왠지 서글프게 들렸다. 새벽 4시. 교도소의 하루를 여는 이들은 취사를 담당하는 수감자들이었다. 640여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손길은 쉴 틈 없이 분주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40킬로그램짜리 쌀가마니를 들고 나르는 중노동이 쉽지는 않지만,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밥을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식사 시간이 되자 각각의…
한국 울산, 조은영
불꽃이 너를 사르지 못하리니
가족 모두 깊이 잠들어 있던 새벽 5시 무렵, 자동차가 충돌하는 듯한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비몽사몽간에 이번에는 총소리 같은 것이 들렸습니다. 정신이 번쩍 든 저는 남편을 깨웠습니다. 바깥에서는 몇 번의 총격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고함 소리 그리고 누군가가 빠르게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소리로 점점 어수선해졌습니다. 집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저희 부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남편은 “아무래도 싸움이 일어난 것 같아. 무서운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으니 밖으로 나가면 절대 안 돼” 하고 저를 단속했습니다. 잠시 후, 사람들이 저희 집 마당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군가 저희를 해치려고 집 마당을 둘러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웠습니다. 어느새 엄마도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숨죽이고 있는데 펑 하면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어보았습니다.…
말레이시아, 스타팍 셀린
내가 잠든 사이에도
얼마 전, 병든 자녀를 돌보는 한 어머니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아들은 근육이 점점 수축하면서 호흡 기관에 장애를 일으키는 병을 앓고 있었다. 의사들은 아들이 앞으로 18개월밖에 살지 못할 거라고 진단했다. 아들을 집으로 데려온 어머니는 아들이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때때마다 가슴 부위를 마사지해 근육을 풀어주었다. 아들이 잘 때도 어머니의 마사지는 멈추지 않았다. 문제는 어머니가 잘 때였다. 토막 잠을 자는 순간에도 어머니는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자신이 잠든 사이에 아들이 호흡 곤란으로 죽을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가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 3시간 남짓이었다. 어머니는 깊이 잠들지 않으려고 밤새 전등을 켜놓았는데 불빛 때문에 아들이 잠을 설칠까 봐 전등에 갓을 씌워 빛이 자신에게만 비치도록 했다. 극도로 피로가 쌓여 전등마저 무용지물이 되면 어머니는 조금이라도 더 깨어 있으려고 자신의 팔을 이로…
미국 PA 필라델피아, 웨이웨이
별을 보지 못하는 아이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동네 공터. 아이들은 그곳에서 배고픈 줄도 모르고 뛰놀다가, 어두컴컴해지면 오손도손 모여 별을 세고 별자리도 함께 찾아보며 즐거워했다. 오직 한 아이,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너, 저렇게 많은 별들이 정말 하나도 안 보여?” “저기를 이으면 북두칠성이잖아. 학교에서 배운 대로 국자 모양.” “….” 친구들이 어스름한 하늘 위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물어볼 때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까만 밤하늘에 보석을 뿌려놓은 듯 아름답게 빛난다는 별들이 내게는 그저 상상으로만 그려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나는 왜 별을 못 보는 걸까?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는 엄마의 말에 편식도 고치고, 수업 시간에 들은 야맹증이 아닐까 해서 비타민 섭취도 꾸준히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여전히 별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밤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면서 별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서서히 잊혔다. 하지만 더…
한국 성남, 장희원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옷 방이 도무지 정리가 안돼 의류 거치대를 하나 주문했습니다. 며칠 뒤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밤에 일을 하고 있어서 여유가 없었지만 얼른 끝낼 요량으로 곧바로 거치대를 설치해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마음과 달리 절반 정도 하고 나니 지쳐서 정리가 덜 된 상태로 며칠을 보냈습니다. 하루는 일을 끝내고 돌아온 남편이 옷 방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옷 정리를 왜 하다 말아요? 힘들게 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엉망인 방을 보면 기분이 좋겠어요?” 평소라면 “시간도 없고 몸도 안 좋으면 그럴 수도 있죠. 당신은 그런 것도 이해 못 해줘요?” 하고 되받아쳤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말이 다르게 나왔습니다. “한다고 했는데 마무리를 못 했네요. 미안해요. 기분 풀어요.” 남편은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한마디 쏘아붙였을 겁니다. “아니,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그렇지. 상대방이 미안해하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예의 아니에요? 정말 너무하네요.” 그런데 남편이…
한국 춘천, 박은정
초보 목자의 깨달음
저는 겨울이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미국에서 가장 추운 북부 지방에서 자랐습니다. 한여름에는 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갔지요. 가장 가까운 이웃은 1.6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어서 누군지 알지도 못했습니다. 부친은 노스다코타의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돼지, 소, 말, 닭, 칠면조 등을 기르셨습니다. 한번은 부친에게 양을 방목할 수 있는 목초지와 겨울동안 먹일 건초 더미가 충분히 있는데 왜 양을 기르지 않는지 물었습니다. 부친은 그저 양은 당신이 기르고 싶은 가축이 아니라고만 하셨습니다. 양을 길러본 경험이 없던 저로서는 양은 정말 다루기 쉽고, 저 역시 양들을 잘 관리하는 좋은 목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는 덩치가 크고, 다 자라면 무게가 450킬로그램 또는 그 이상 나가기도 합니다. 건초도 많이 필요하고 단백질이 많은 곡물과 따뜻한 겨울 날씨가 요구되었습니다. 봄이면 예방 접종 등을 해야 해서 기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양들은 다 자라도 무게가 68에서…
미국 휴스턴, 앨런
미처 깨닫지 못한 어머니의 사랑
제가 태어나기 전 저희 가족은 수도 리마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페루의 한 지역에 아주 강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내무부에서 근무 중이셨는데 지진 피해 지역을 재건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어 전문가들과 팀을 구성하여 그 지역으로 갔습니다. 이런 연유로 저희 가족은 우아라스 앙카시라는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후, 여섯 남매의 막내인 제가 태어났습니다. 큰오빠와는 13살 차이가 나는 저를 가족 모두가 사랑으로 돌봐주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창밖으로 하늘에서 하얀 구슬 같은 것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정말 예쁘다!’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둘러 제 방과 다른 방 사이에 있는 통로를 통해 하얀 구슬로 가득한 밖으로 몰래 나왔습니다.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 차림이었던 저는 손이 퍼렇게 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가운 하얀 구슬을 만지며 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 얼음 바닥에서…
페루 리마, 메르티
엄마의 마음
제게는 한 살 차이 나는 언니가 있습니다. 터울이 얼마 안 지다 보니 친구처럼 티격태격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부모님은 저만 야단치셨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부모님이 아무리 잘해주셔도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생활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가서 부모님을 뵙고는 했는데, 언젠가 오랜만에 만난 엄마, 언니와 함께 백화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엄마는 언니의 낡은 신발을 보더니 신발 코너로 가서 신발을 골랐습니다. 저는 ‘내 신발도 사주시겠지?’ 하고 내심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언니 신발만 사고 곧바로 식재료 코너로 가는 것이 아닌가요. 반찬거리를 사서 돌고 돌아 다시 신발 코너를 지나게 되자 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습니다. “엄마, 나도 신발 살래.” “넌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여기서 못 살 텐데.” 엄마 말대로 저는 발이 작아서 제 발에 맞는 신발이 있는 매장이…
한국 인천, 최은혜
소방관의 헌신
“그들은 재앙의 확산을 막을 준비가 되어 있는 용사였으며, 화염과 싸우는 최고의 정예 부대였습니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치명적인 상황에서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CNN 뉴스는 애리조나주의 산불을 막다가 순직한 19명의 소방관들을 추모하면서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소방관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들이 불 속에서 겪었을 상황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소방관들에게 희생은 훈련을 받을 때부터 각오한 일입니다. 소방관으로 지원한 사람은 소방 학교에 입학해서 강도 높은 훈련을 감당해야 합니다. 소방 학교에서는 주된 소방 훈련 외에도 응급 치료법이나 불 속에서 어린아이를 안전하게 구하는 방법 등 다양한 훈련을 받습니다. 소방관이 되면 더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합니다.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뒤로 하고 현장에 나와 타인을 위해 봉사합니다. 이번에 순직한 소방 대원들이 있는 프레스콧 소방 부대는 매우 우수한 부대였습니다. 애리조나의 산불은 축구장…
미국 NC 샬럿, 마이클 민스
양과 목자
저희 몽골인들은 목축업에 많이 종사합니다. 드넓은 초원에서 소, 말, 양, 염소, 낙타의 다섯 가지 가축을 함께 기르는데 그 가운데 특히 양을 많이 칩니다. 한 집에서 양을 보통 천 마리 이상 키웁니다. 양들의 색깔도 하얀색, 검은색, 갈색, 얼룩빼기 등 다양합니다. 유목민의 아들로 태어난 저는 대학생이 되어 울란바토르시로 나오기 전까지 헨티 아이막(도) 바얀뭉흐 솜(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평소에는 학교를 다니느라 부모님과 떨어져 살다가 여름방학에는 시골집에 들어와 목자이신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방목지에서 함께 양을 쳤습니다. 그런 생활환경과 경험을 통해 저는 성경에서 우리와 하나님의 사이를 양과 목자로, 거짓 선지자를 늑대로 비유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양은 봄에 새끼를 낳습니다. 이 시기에 목자들은 가장 바빠집니다. 양이 많은 집에서는 500마리가 넘는 양들이 새끼를 낳는데 이때 목자들은 밤잠을 줄이면서 수시로 외양간에 드나듭니다. 양이 언제 새끼를 낳을지 모르는…
몽골 에르데네트, 자르갈새한
귀한 그릇을 만들기까지
무형문화재로 선정된 장인이 방짜를 제조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노르스름한 빛깔에 은은한 광택을 자랑하는 방짜는 놋쇠로 만든 그릇인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려질 정도로 고급 용기였다. 전통 기법으로 만들어진 방짜는 내구성이 좋아 형태가 오래 보존되고, 변색이 잘 안될 뿐 아니라 사용할수록 윤기가 난다고 한다. 최근에는 식중독균 같은 음식의 독성을 없애주고 중금속을 중화시켜준다는 것이 검증되어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이처럼 뛰어난 효능을 가진 그릇을 만드는 데는 고도의 숙련된 기술은 물론 꽤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공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 과정은 방짜 쇠 만들기(용해 작업)다. 먼저 구리와 주석을 78:22의 비율로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는 용해 과정을 거친다. 합금된 쇳물을 돌판에 부어 둥글넓적한 바둑알 모양의 합금 덩어리(방짜 쇠)를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합금 비율이 안 맞으면 덩어리가 깨지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그다음에는 두드림질(단조 작업)이 이어진다.…
한국 대전, 조문경
엄마의 천국
얼마 전 교회 식구들과 ‘바쁜 엄마’라는 제목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한 엄마가 옆구리에 아이를 끼고 안은 채 통화하며 가스레인지 앞에서 요리를 하고, 안겨 있는 아이는 엄마의 귀와 어깨 사이에 끼워져 있는 전화기를 잡으려 합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아이가 서서 멀뚱멀뚱 엄마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진 속의 엄마는 많은 일로 고달파 보이지만 최선을 다해 모든 일을 해내고 있었습니다. 여러 형제자매가 사진 속의 엄마에게서 다소 압박감이 느껴진다며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인 저의 관점은 달랐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사진의 제목을 ‘엄마의 천국’이라 붙이고 감상했습니다. 제가 볼 때 엄마에게 안겨 있는 아이가 자신의 두 발로 충분히 설 수 있을 만큼 큰 아이였습니다. 아마도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길 원한 것 같습니다. 안겨 있는 아이는 엄마의 전화기를 빼앗으려 하며 엄마를 방해하는 것 같지만 제게는 엄마가 요리에…
미국 NY 뉴윈저, 조이
하나님의 본심
“민아, 한 며칠만 집에 내려와 있을 수 있나?” 평소와 달리 긴장감마저 느껴지는 무거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엄마였다. 형과 내가 걱정할까 봐 웬만한 일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엄마가 갑자기 전화를 하다니 심상치 않은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병인 허리 디스크가 악화되어 극심한 통증 속에 응급실로 실려 왔는데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얼마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는 것이다. 급히 휴가를 얻어 부모님 댁으로 내려갔다. 병실에 누워 있는 엄마의 몸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앉지도 서지도 걷지도 못해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고 식사도 혼자 하기 힘들었으며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끙끙 앓는 엄마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낮에는 엄마의 병 수발을 들고 밤에는 간이침대에서 새우잠을 잤다. 짬짬이 집에 가서 청소와 빨래며 아버지의 식사를 간단하게나마 준비해놓는 일도 내 몫이었다. 일주일 동안 병실을…
한국 안양, 박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