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명절, 중학생이 되는 저는 음식 준비로 바쁘신 엄마를 조금이라도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은 명절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장을 보러 가시는 엄마를 따라나서서 카트를 끌고 졸졸 붙어 다녔습니다. 그리고 음식 만드는 날이 되었을 때, 저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엄마를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날의 주요리는 산적. 저는 산적에 들어갈 햄을 잘랐습니다. “햄 자르는 건 내 전공이지!” 하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치고 시작했지만, 햄은 제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만 이상하게 잘렸습니다. 크기도 제각각, 모양도 제각각이었죠. 엄마는 “이게 뭐냐?” 하시면서도 웃으면서 잘했다 하셨습니다. 햄을 다 잘랐으면 볶아야 한다는 엄마의 말씀에 제가 또 나섰습니다.
“하하, 볶는 건 요리 중에서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지!”
그러나… 네, 볶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햄이 타지 않도록 힘을 주어 골고루 섞으려고 했는데 햄들은 프라이팬 안에서 미동을 하지 않더군요. 겨우겨우 볶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워 애를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요리보다는 엄마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웃음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공(?)을 바꿨습니다. 잘 다듬어진 대파 하나를 꺼내어 도마 위에 올려두고 “아뵤!”를 외쳤지요. 웃으며 만류하시는 엄마에게 저는 파 써는 묘기를 한 번 더 보여드린 뒤,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요리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엄마를 웃게 해드리기 위한 저의 노력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날, 엄마와 저는 요리보다는 웃는 데 시간을 쏟고 말았습니다. 엄마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은 죄송하지만 그래도 엄마와 한바탕 웃으니 엄마도 즐거워하시고 저도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