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상 속, 크고 작은 깨달음을 나눠요.
엄마와의 추억
지난겨울 엄마가 미국에 사는 저를 보러 오셨습니다. 7년 만에 만난 엄마와 아침부터 밤까지 모든 일상을 함께하며 참 행복했습니다. 엄마와 지낸 3개월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헤어져야 하는 날이 됐습니다. 공항에서 눈물을 쏟을 것 같아 웃으며 손 인사만으로 작별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
한국 화성 이소영
한 몸, 한 지체
목덜미와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더니 목 디스크 파열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간단한 시술로 치료가 가능했지만, 컴퓨터 작업이나 집안일을 할 때 목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허리에 힘을 주게 되면서 목 통증이 가실 무렵에는 허리 디스크까지 파열됐습니다. 허리 치료를…
한국 순천 구연희
어머니의 기억
저에게는 열 딸 부럽지 않은, 애교 많은 고등학생 아들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제 품에서 잠들기 좋아하고 저와 떨어질 줄 몰랐던 아들이 어느새 제가 올려다볼 만큼 키가 컸습니다. 훌쩍 자란 아들을 보면 뿌듯하지만 제 도움을 필요로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한국 고양 윤은주
안갯속 빛
지난 명절, 남편은 일이 있어 하루 먼저 고향으로 내려가고 아들과 나는 다음 날 출발했다. 가족과 즐겁게 명절을 보낸 뒤 역시 각자의 차를 끌고 나란히 귀경길에 올랐다. 이른 새벽의 고속도로는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려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옆 차선을 달리던…
한국 군포 김현수
노래 불러주는 언니
시온 화장실에서 초등학생 자매의 대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언니, 노래 불러줘!” 언니는 동생의 말이 끝나자마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조용하고 차분하게만 보이던 언니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에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잠시 후 사정을 알고 적잖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동생이 화장실에 혼자 있는 것을…
한국 성남 이혜경
스스로에게 묻기
예배 때 피아노 반주를 하는 아내가 이번 성가 곡은 너무 어려워 걱정이라고 하기에, 무심결에 “100번 쳐보고도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뭐”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실제로 100번은 족히 넘을 만큼 반복해서 연습했고, 예배 때 성가대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잘…
한국 안양 정재필
필요한 것들을 풍족히 주실지라도
지난겨울, 한파 경보가 내린 날이었습니다. 씻고 있던 아내가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보일러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보일러 작동기에 빨간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전원을 껐다가 켜보았지만 작동이 멈춰버린 상태라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보일러가 있는 베란다로…
한국 대전 여인원
치료의 시기
언제부터인가 오른쪽 치아 하나가 시렸습니다. 시린 증상이 잠깐 있다 사라졌기에 ‘치과에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뤘습니다. 시간이 지나 통증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서야 치과를 찾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렸던 부위의 치아에 충치가 심했습니다. 다른 치아들도 약간씩 충치가 있어 이참에 다…
한국 세종 김세훈
행복은 지금 이 순간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강사를 초빙해 직원 교육을 합니다. 이번 달에 온 강사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의하며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죽은 사람들이 우리가 누리는 시간 중 언제를 가장 부러워하는지 아십니까? 바로 현재입니다. 지금 이 순간, 현재라는 소중한…
한국 부산 박금령
새벽이슬
성경에서 청년들을 ‘새벽이슬’ 같다고 하지요(시 110편 3절). 저도 청년이라 ‘새벽이슬’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들으면서도 정작 무슨 뜻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저 ‘모두가 잠든 새벽에 맺히는 이슬처럼 무슨 일이든 먼저 앞장선다는 뜻인가?’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내용은 이렇습니다. 성경의 배경이…
한국 제주 연보라미
작고 사소한 것
혼자 음식점을 운영하는 시누가 식당 홀 벽지 도배 작업을 도와달라고 했다. 일하기 편한 복장을 하고 시누 가게로 갔다. “저 위쪽 벽지들부터 떼어야겠는데요.” 내 말에 시누가 창고에서 작은 사다리를 하나 들고 왔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벽지를 떼려는 순간이었다.…
한국 대구 김임숙
엄마의 행복
퇴근길,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 안은 수업을 마친 학생들, 퇴근하는 직장인들, 장을 보고 돌아가는 어르신 등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그중 자리에 앉아서 토스트를 먹고 있는 초등학생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 옆에는 엄마가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는데, 양팔에 아이의 짐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짐을 잔뜩 안은…
한국 남양주 고지혜
할머니와 깨 털던 날
수확기를 앞두고 외할머니 댁을 찾았다. 보통은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일찍 돌아가는 편인데, 그날은 할머니의 들깨 터는 일을 도와드리고 조금 늦게 올라가기로 했다. 곳곳에 홍시가 떨어진 감 밭을 조심조심 가로질러 들깨 밭에 들어선 순간, 예상보다 일이 많겠구나 싶었다. 산비탈에 넓게…
한국 안양 전영선
마음의 근력 운동
저는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합니다. 하루는 운동을 도와드리던 어르신이 온 체중을 실어 ‘쿵’ 하고 의자에 앉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어르신, 김연아 선수가 왜 사뿐히 걷는지 아세요? 근력이 좋아서예요. 힘들더라도 운동으로 근력을 키우셔야 부드럽게 앉고 서고 또 넘어지지 않을 수 있어요.” 어르신께 근력을…
한국 대전 곽진영
얼룩진 안경
교회 화장실 보수공사를 했습니다. 타일을 자르는 작업을 마치고 나니 화장실이 돌가루로 가득 찼습니다. 환기를 시킨 후 화장실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복도에도 돌가루가 떠다녔습니다. 복도 창문을 모두 열고 선풍기를 가져다 틀어놨습니다. 하지만 이미 성전까지 돌가루로 뿌옜습니다. ‘내일이 안식일인데 큰일이네’ 하며…
한국 서울 오대엽
인내와 연합의 힘으로 거둔 승리
‘전 세계를 감동시킨 초등학생의 줄다리기’라는 영상을 보았다. 카자흐스탄의 두 초등학교 간 줄다리기 시합 영상이었는데 제목 그대로 보는 내내 감동이었다. 줄다리기는 시작부터 청팀이 우세했다. 초반에 아이들 대부분이 상대편 쪽으로 끌려간 홍팀은 결국 한 소년만이 기준선 안에 남았다. 선을 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한국 성남 홍정은
세마포 장식
얼마 전,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영화 속 공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예식이 시작되고 씩씩한 신랑의 입장 후 신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화사한 조명이 비추자 웨딩드레스의 장식이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신부의 움직임에 따라 제각기 빛을 내는 장식들을 보며 ‘어쩜 저리도 예쁠까’ 하고…
한국 서울 김남수
엄마라는 존재
얼마 전, 엄마가 내 명의로 연금보험을 가입하셨다. 아직 30대도 안 되었는데 60대나 되어야 받는다는 연금보험에 가입했다고 탐탁지 않아 했더니 엄마가 한마디 하셨다. “이런 건 미리 준비하는 거야.” 솔직히 내가 연금보험을 받을 나이면 엄마는 이 세상에 안 계실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한국 문경 윤두남
때에 맞는 말
교회에서 장년들을 위한 행사를 준비할 때였습니다. 여러 명의 손길이 필요해 시온 식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돌렸습니다. 잠시 후 한 형제님이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식구들 위해 봉사하시느라 고생 많으세요. 제가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함께 참여해서 열심히 응원할게요. 사랑합니다.^^’ 제가 한 일은…
한국 대전 여인원
사랑의 시온
어느 안식일, 한 집사님이 안쪽에 한 사람이 앉을 정도의 자리를 비워두고 바깥쪽에 앉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식구가 안쪽부터 채워달라고 부탁하자 집사님이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곧 ◯◯ 자매님이 오실 거라 자리 데우는(?) 중이에요.” 사소한 행동이지만 자매님을 향한 집사님의 사랑이 느껴져…
한국 순천 김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