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보이는 세계의 사건과 이치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세계와 하나님의 뜻을 깊이 생각해 봅니다.
늦기 전에
40년 넘게 호스피스(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돕는 의료 봉사) 활동에 전념해온 의사 아이라 바이오크(Ira Byock)는 자신의 저서 『오늘이 가기 전에 해야 하는 말』에서 임종 직전의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한 가지를 제안한다. ‘용서해줘. 용서할게. 고마워. 사랑해.’ 이 네 마디를 주고받을 것. 환자와 가족들이 제때 진심을 고백하지 않아 뒤늦게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고안한 방법이었다. 실제로 20년간 아버지와 절연했던 한 남성은 아이라의 저서를 접한 뒤 아버지와의 묵은 감정을 털어냈다. 아버지의 암 판정 소식을 들은 그는 용기를 내 아버지와 조금씩 만남을 이어가던 중 병세가 위중하다는 전화를 받고 급히 병원을 찾았다. 어머니도 암으로 떠나보낸 그는 병실에 도착해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 “어떻게 왔니?” “사랑하니까요.” “나도 사랑한다.” “더 좋은 아들이 못 돼서 죄송해요.” “더 좋은 아버지가 못 돼서 미안하구나.” 이날의 대화가 부자(父子)의 마지막…
아름다운 흔적
나무의 줄기를 가로로 자르면 단면에 동심원 모양의 나이테가 보인다. 나이테는 계절이 바뀌어 나무의 생장 속도에 차이가 생길 때 형성된다. 세포분열이 왕성한 봄과 여름 사이에는 나무 내부 목질이 부드럽고 색도 밝은 반면 늦여름이나 가을부터는 세포분열이 더뎌져 질감이 단단해지고 색도 진해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는 동안 나무줄기에는 고유의 나이테가 새겨진다. 나이테를 세어보면 나무의 나이뿐 아니라 그 일생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 가령 계절 변화가 뚜렷한 지역에서 자란 침엽수는 나이테가 선명하지만, 계절 변화가 적고 기후가 온화한 지역에서 자란 활엽수는 나이테가 비교적 흐리다. 같은 종류라도 나무가 살아온 환경에 따라 나이테 모양이 다르기도 하다. 가뭄, 해충, 산불과 같은 재해를 비롯해 우거진 삼림, 지면의 경사도 등이 나이테에 그대로 반영돼 나타난다. 또한 나이테의 동위원소를 측정하면 1만 년 전까지의 온도와 습도에 관한 상세한 연간 기록까지 얻을 수 있다. 나이테가…
함께
‘이것’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몸에 해롭다. 특정 질환 발병률도 상승시키는데, ‘이것’에 시달리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졸중은 30퍼센트, 치매는 40퍼센트, 심장병은 2배가량 발병률이 높아진다.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외로움’이다. 미국의 전(前) 공중보건위생국장 비벡 H. 머시는 외로움이 우울증, 약물 중독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를 유발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외로움으로 발생한 질병이 일반 신체 질환보다 몸에 나쁠 수 있다고 말한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외로움을 국가 특별 집중 관리 질병으로 최초 지정하기도 했다. 호주, 아일랜드 등 다른 나라에서도 외로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외로움 담당 장관’까지 선출하며 외로움 극복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국 곳곳의 지역민들은 매년 6월 자발적으로 파티를 열어 3일간 음식과 담소를 나누는 ‘그레이트겟투게더(Great Get Together)’ 행사를 연다. 이웃들과 행사를 기획하고 직접 장소, 음식 등을 결정하는…
후회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
2019년 9월, 서울 시내를 운행하던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섰다. 버스를 세운 기사는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급히 내려 달려갔다. 근처 인도에 쓰러져 있던 60대 여성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여성은 다른 행인들의 도움에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던 상황. 버스 기사는 곧바로 온 힘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몇 분 후 여성이 의식과 호흡을 되찾자 그는 함께 있던 행인에게 구급대가 올 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고 버스로 돌아갔다. 승객들은 순간의 판단으로 생명을 살린 기사의 행동에 감동했다. 버스 기사가 길가에 쓰러진 행인을 보고 빠르게 반응한 이유는 얼마 뒤 그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3월에 제 아내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내가 곁에 있었으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고 후회하던 버스 기사가 쓰러진 여성을 보고도 망설이다 기회를 놓쳤다면 또다시 후회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옥중 편지
마하트마 간디와 함께 인도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훗날 인도의 초대 총리가 된 자와할랄 네루. 그는 영국의 인도 통치 시절, 식민 지배에 저항하다 여러 차례 투옥됐다. 그는 나이니 형무소에 수감됐을 때부터 외동딸 인디라에게 본격적으로 편지를 썼다. 3년간 네루가 보낸 편지는 190여 통에 달한다. 사랑하는 딸에게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해마다 생일이 돌아오면 너는 으레 선물이나 축복을 받았지. 축복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단다. 하지만 형무소에서 내가 무슨 선물을 해줄 수 있겠니? 나의 선물은 눈에 보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네루는 형무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딸에게 값진 선물을 보낸다. 직접 쓴 세계 역사 이야기였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에서 칭기즈칸의 몽고제국에 이르기까지 매우 방대한 역사를 편지에 서술한 것이다. 특정한 나라의 시대적 기록만 옮겨 적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생명을 구하는 데 필요한 것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호주 수영 선수 맥 호턴은 팀 닥터를 통해 팬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올림픽 경기에서 본 호턴의 가슴 위쪽 점이 이전보다 커지고 색도 짙어져 피부암이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호턴은 즉시 병원을 찾았고 해당 점이 악성 흑색종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 악성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의 악성 변화로 유발되는 피부암이다.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질병이지만 자각 증상이 없어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정확한 진단이 힘들다. 호턴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메일을 보내준 팬 덕분에 수술을 받고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최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WFLA-TV의 방송기자 빅토리아 프라이스가 시청자의 예리한 눈썰미 덕에 암을 조기에 발견했다. 시청자는 과거 자신의 목에 났던 불룩한 혹이 그녀의 목에서도 보인다며, 자신은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으니 확인해보라는 이메일을 남겼다. 진단 결과 정말로 암이 갑상샘에서 림프샘으로 퍼지고 있었다.…
호빵 한 개 혹은 두 개
고등학생인 주인공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 식탁에 놓인 호빵 두 개와 엄마의 쪽지를 발견한다. ‘동생과 하나씩 나눠 먹으렴.’ 쪽지를 읽은 주인공은 금세 호빵 하나를 먹는다. 하지만 배가 차지 않았는지 남은 호빵을 두고 고민하다 결국 엄마의 당부를 외면하고 동생 몫까지 먹어치운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엄마의 쪽지는 휴지통에 버린 채. 시간이 흘러 집에 돌아온 동생은 처량히 버려진 엄마의 쪽지를 본다. 동생이 화를 내면서 남매의 다툼은 시작된다. 오빠가 동생에게 사과하고 호빵 한 개를 사와서 건네면 일단락될 일 같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동생은 자신의 호빵을 내놓으라며 이렇게 말한다. “오빠가 호빵 두 개를 먹었으니까 나도 두 개를 먹어야지! 그러니 호빵 두 개를 사와.” 동생의 주장을 오빠는 납득할 수 없었다. “원래 호빵 한 개는 내 거였잖아. 내가 돌려줘야 하는 호빵은 하나뿐이야. 당연히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