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랑 수기
잔잔하면서도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을 대신해
8남매 중 맏이인 저는 어릴 적, 일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집안일을 하고 동생들을 돌보았습니다. 엄마는 간호조무사로 교대근무를 했는데, 한번 출근하면 32시간, 때로는 68시간 동안 엄마를 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엄마가 퇴근하면 편히 쉴 수 있도록 식사를 차려드리고 간호복을 빨아서 다렸습니다. 엄마는…
미국 CA 샌디에이고, 라일라니
당연하지 않은 일상
우리 집은 집안일을 부모님이 나눠서 하신다. 청소는 아빠가, 빨래는 엄마가, 식사 준비는 두 분이 함께. 나도 이제 성인인데 부모님만 일하시는 게 민망해 돕겠다고 나서면, 부모님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며 말리신다. 휴일인 어느 날, 부모님이 외출하셔서 집에 혼자 남았다. 집안일을…
한국 안양, 김하진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
‘○월 ○일.’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 이름이다. 특정 날짜를 떡하니 써 붙인 가게를 보며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그 의미를 궁금해하다가, 한날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음료를 주문한 뒤, 주인이 음료를 준비하는 동안 가게…
한국 안양, 오진휘
엄마의 칠순 잔치
2019년 3월 1일은 엄마의 칠순이었습니다. 기억에 남을 멋진 칠순 잔치를 위해 작전에 돌입한 우리 사 남매는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 생신 전날, 약속한 장소에 모였습니다. 부모님, 큰오빠네 5명, 언니네 4명, 작은오빠네 6명, 그리고 저까지 총 18명이었습니다. 온…
한국 서울, 윤주영
언니처럼
집에서 막내인 저는 힘들고 궂은일을 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부모님 생신조차 항상 언니가 주도해서 생신상을 차리고 선물을 챙겼기에 저는 딱히 신경 쓸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다가오는 엄마의 생신에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언니가 외국으로 가고 없다는 사실이…
한국 광주, 조은비
집밥
‘오늘 저녁은 뭐 먹지?’ 퇴근길에서부터 싱크대 앞에 서기까지, 머릿속에 맴도는 고민거리다. 직장을 옮기면서 시작한 자취 생활로, 지금까지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던 일들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저녁을 차리는 일이다. 저녁 식사 타이밍을 놓친 어느 날이었다. 늦은 저녁이라 거창한 요리를…
한국 안양, 김정하
작은 정성으로 만드는 행복한 가정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남편,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하는 딸, 그리고 저. 저희 집은 이렇게 세 식구입니다. 남편과 딸이 워낙 바빠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도 힘들지만, 『행복한 가정』 책자의 ‘이달의 미션’을 나름대로 열심히 실천하니 가정에 소소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특히 저는 새벽에 출근하는 남편…
한국 서울, 김은숙
손끝에 누린 호사
문득 어릴 적 일이 생각납니다. 제가 대략 열 살 때였어요. 학교를 오가며 자주 다니는 거리에 화장품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가게 밖에는 매니큐어가 수북이 쌓인 바구니가 노상 나와 있었습니다. 하루는 두 살 어린 여동생과 화장품 가게 앞을 지나다 매니큐어 바구니 앞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김도영
어려울 때 화목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가 저희 가정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날마다 TV 뉴스, 신문, 재난 알림 문자 등을 통해 개인위생 관리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내용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며칠씩 집에만 머물러본 적이…
한국 서울, 권미숙
우리가 제일 예쁠 때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는 물건이 있다. 약 이십 년 전 아빠가 큰맘 먹고 구입하셨던 캠코더의 비디오테이프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집 한구석에 조용히 모셔져 빛을 보지 못했던 캠코더는, 오랫동안 작동을 하지 않아 테이프 인식 장치가 그만 고장 나고 말았다.…
한국 부천, 이정연
나는 언제나 네 편이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용돈이 필요할 때면 부모님께 손 벌리기보다 갖고 있던 물건을 온라인 장터에 팔곤 했다. 중고 거래는 용돈을 벌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고 경제관념도 생기게 해주는 등 장점이 많아 보였다. 중고 거래의 매력에 빠진 나는, 겉으로는…
한국 성남, 강민서
아이를 타국에 보내며
얼마 전,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가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으로 역사 탐방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딸아이는 난생처음으로 비행기를 탈 기회를 얻었지요. 출발하는 날, 새벽에 남편이 딸아이를 공항까지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출발할 시간이 다 되어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지은이가 배가…
한국 여수, 마은희
외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려준 조카
저에게는 아주아주 이쁜 조카가 있습니다. 조카는 외할머니를 정말 살뜰하게 챙깁니다. 외할머니가 좋아하는 과자나 고구마, 감자, 귤 등을 수시로 보내드리고, 맛있는 것 사서 드시라고 일 년에 세 번씩 용돈도 꼬박꼬박 부칩니다. 이런 조카가 작년에 매우 힘든 일을 겪었습니다. 조카는 결혼한 지…
한국 창원, 이순옥
기쁨 주는 ‘웃는 얼굴’
하루는 현기증이 일며 몸에 힘이 빠지고 메스껍기까지 했습니다. 워낙 체격이 좋은 데다 힘이 없거나 입맛이 떨어진 적이 없었기에, 갑자기 이런 증상이 찾아오니 당황스럽고 걱정됐습니다. 망설이다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찾아간 병원은 예전에 아버지가 진료를 받으시던 곳이었습니다. 의사는 저의 증상에 대해 크게…
한국 대전, 서희정
김밥을 싸면서
저는 어릴 때 김밥을 좋아했습니다. 소풍이나 운동회 날이면 엄마가 늘 김밥을 싸주셨지요. 그래서인지 특별한 날에 김밥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도 엄마가 되었고, 아이의 소풍날 엄마가 해주신 것처럼 김밥을 싸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김밥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한국 수원, 김유라
긍정적인 말의 씨앗
우리 가족은 행복한 가정 예배를 드린 후 코너에 실린 ‘행복을 설계하는 긍정의 말’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말의 힘에 대해 일깨우는 내용이었지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반복해 상대 선수를 이긴 한국 펜싱 선수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가…
미국 NY 뉴윈저, 록산느
수박쟁이 동생
‘수박 킬러’, ‘수박쟁이’. 제가 동생에게 붙여준 별명입니다. 씨 뱉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수박을 잘 먹지 않는 저와 달리 동생은 수박을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동생은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냉장고에서 엄마가 썰어놓은 수박이 가득 든 통을 꺼내 방으로 갑니다. 그리고 통 안의 수박을…
한국 서울, 홍정은
동생의 달걀 요리
동생이 어렸을 때, 달걀 요리를 배우고 싶어 했습니다. 엄마는 그런 동생을 위해 우리에게 당부하셨습니다. “동생의 요리가 아무리 엉망이 되더라도 먹어주렴.” 동생이 처음으로 만든 달걀 요리는 약간 설익었습니다. 아무도 선뜻 동생의 요리를 먹지 못하고 있는데 동생이 와서 물었습니다. “어때, 괜찮아?” “그럼.…
미국 GA 애틀랜타, 비앙카
엄마와 딸기
어릴 적 저희 집은 무척이나 가난했습니다. 방 한 칸에 여섯 식구가 누우면 방이 빽빽하게 들어차 돌아누울 공간이 없을 정도였지요. 부모님은 저희 4남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 남의 밭을 빌려 농사지으셨습니다. 하루는 제가 너무 아파서 엄마에게 학교에 결석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엄마는…
한국 구미, 박은자
초코우유
남편이 퇴근길에 바나나우유를 사 왔습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입니다. 가끔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애들 고기 먹게 외식 좀 시켜줘요” 하면 “셋이 먹고 와” 하며 전화를 뚝 끊어버릴 정도로 무뚝뚝한 남편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속상한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아이들 먹으라고…
한국 서울, 홍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