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보이는 세계의 사건과 이치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세계와 하나님의 뜻을 깊이 생각해 봅니다.
탈진실의 시대, 거짓을 믿는 사람들
‘스파게티가 열리는 나무가 있다?’ 1957년 4월 1일, 영국 BBC에서 보도한 천연덕스러운 만우절 기념 가짜뉴스다. 이처럼 재미로 시작된 가짜뉴스가 최근 들어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그럴싸한 허위 정보를 담은 기사체 형식의 가짜뉴스가 온라인상에서 활개를 치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6년 여름, 인터넷에서는 특정 후보에게는 호의적이나 상대 후보에게는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를 수상히 여긴 언론사들이 추적에 나섰다. 뜻밖에도 가짜뉴스 대부분의 진원지가 동유럽 마케도니아의 작은 마을, ‘벨레스’로 밝혀졌다. 그것도 십 대의 청소년들이 광고 수익을 노리고 ‘디지털 골드러시’를 외치며 자극적인 가짜뉴스를 생산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언론들은 가짜뉴스가 실제 미국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서슬 퍼런 비수를 품은 가짜뉴스들은 국가를 막론하고 지금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조작되어 대량으로 퍼지고 있다. 가짜뉴스는 SNS라는 매체를 타고 순식간에 퍼져…
운명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 ‘운명(運命, destiny)’의 사전적 의미다. 쉽게 말해 운명이란 사람의 능력으로는 바꿀 수 없는 한계의 것을 말한다. 한 거지가 있었다. 거지는 부자나 위대한 인물들과 다른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현자에게 물었다. “왜 내 운명은 그들과 다른 것입니까?” 현자는 거지에게 이렇게 답한다. “당신의 운명은 그들과 다르지 않다네. 부자나 위대한 인물들도 당신과 똑같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지.” 거지는 현자의 말에 일말의 희망을 갖게 되었고 자신의 운명이 바뀌기만을 바라며 살아갔다. 그러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거지가 죽은 후 제자들이 현자에게 물었다. “거지는 끝까지 거지로 살다 죽었는데, 왜 부자나 위인들과 똑같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셨습니까?” 현자의 대답은 이랬다. “거지의 운명이나 부자의 운명이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운명은 다 똑같다. 그 끝은…
바울이 소지했던 두 개의 시민권
시민권이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가지는 권리를 말한다. 재산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는 물론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공직에 대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정치에 참여할 자격과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있는 권리 등이 주어진다. ‘시민권자’라는 말은 그 나라의 온전한 시민으로서, 앞서 말한 권리들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천 년 전 사도들이 복음을 전하던 때는 로마제국이 이스라엘을 통치하던 시대였다. 그 시대에 로마 시민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지위가 높고 로마로부터 다양한 혜택과 특권을 받고 있음을 의미했다. 참정권과 투표권 그리고 재판정에서 기소할 수 있는 권리, 황제가 주관하는 로마의 최고 법정에 항소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이 외에도 채찍이나 십자가와 같은 고문을 동반하는 형벌을 면할 수 있었고, 반역죄가 아닌 이상 사형선고도 피할 수 있었다. 바울은 지금의 터키 남부에 위치한 길리기아 다소 출신이다(행 22장 3절). 일부 성경학자들은…
마타도어
붉은 천을 휘두르는 투우사의 현란한 손놀림에 황소는 흥분한다. 돌진하는 황소의 등에는 여러 개의 창이 꽂힌다. 마지막으로 예리한 칼날이 황소의 정수리를 찌르면 사납던 소는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마지막에 소의 정수리를 찔러 죽이는 투우사. 그 투우사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타도르(Matador)에서 유래된 ‘마타도어’는 근거도 없이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해 상대방을 중상모략 하는 흑색선전을 뜻한다. ‘카더라 통신’을 타고 마구잡이로 뿌려지는 마타도어는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소를 유인하던 투우사의 날카로운 칼날이 소의 정수리를 찌르듯이 말이다. 애초에 남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나온 술책이라 마타도어에 당한 사람은 어떻게든 상처를 입게 되어 있다. 마타도어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유포되다 보니 사실 여부 파악은 물론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이런 마타도어가 성경 역사 안에도 존재한다. 2천 년 전, 예수님께서 새 언약 복음을 전파하실 당시 기득권 세력이었던 유대교인들이 교리적으로는 도저히 예수님을 당할 수 없자…
용서하는 사람
이솝 우화 〈여우와 두루미〉에서 두루미는 자신에게 납작한 접시에 담은 음식을 내줬던 여우를 초대해 호리병에 음식을 내어준다. 여우는 두루미가 당한 것처럼 음식을 보며 입맛만 다신다.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자는 교훈이 담긴 이 이야기는 당한 만큼 돌려준다는 통쾌한 복수극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내가 당한 만큼 남에게 되갚으면 속 시원할 것 같지만 분노와 적대감은 자신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화가 날 때 맥박이 빨라지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증상은 부정적인 감정이 뇌를 자극해 생기는 스트레스 반응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줘 심장박동이 빨라지면 우리 몸은 긴급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심장과 뇌로 흐르는 혈류를 확대시킨다. 근육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면역 시스템 작동이 억제된다. 이 때문에 심장 질환이나 다른 질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혈기를 낮추고 상대를 용서하기로 마음먹으면 신체는 안정 상태로 돌아온다. 긍정적인 생각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줄이고 신체를…
후회와 회개
후회는 ‘뒤 후(後)’ 자와 ‘뉘우칠 회(悔)’ 자가 합쳐진 말로 ‘뒤에 가서 뉘우친다’, ‘나중에야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꾸짖는다’는 뜻이다. 누구나 후회 없는 인생을 꿈꾸지만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적든 많든 후회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다면 그런대로 잘 살았다 자부할 수 있겠지만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미래학자이자 비즈니스 사상가인 대니얼 핑크는 세계 105개국 1만 6천여 명을 상대로 한 설문을 통해 다양한 후회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해 ‘세계 후회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서는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를 용기 내어 붙잡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옳은 행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사람들과 더 가까이 지내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의 네 가지 범주로 후회를 구분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교육, 건강, 경력에 대한 후회보다는…
생명의 향기를 온 세상에
한번 뿌리를 내리면 같은 자리에서 일생을 보내는 식물은, 바람에 날려보내거나 동물의 배변을 통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씨앗을 퍼트린다.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문주란은 씨앗을 퍼트리는 과정이 좀 더 과감하다. 문주란은 제주도 성산일출봉 근처에 있는 토끼섬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자생지다. 남쪽 바다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문주란이 어떻게 우리나라 작은 섬에서 은은한 향기를 발하며 군락지를 형성했을까. 주로 해안가에서 자라는 문주란은 7~9월에 하얀 꽃을 피우는데 꽃대 하나에 스무 개가량의 가늘고 긴 꽃이 달린다. 꽃이 지면 그 자리에 포도알 같은 둥근 씨방이 맺혀 꽃대가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자라난다. 꽃대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꺾일 때 다 익은 열매 중 일부는 모래밭에 떨어져 경사면을 굴러가다 바다에 빠진다. 물에 둥둥 뜬 열매는 세찬 파도에 몸을 싣고, 점점 넓은 바다로 흘러가다 어느 육지에 닿는다. 문주란을 동아시아와 열대 아시아의 여러…
믿음의 행적대로
주어진 삶의 시간이 모두 끝난 후 자신의 삶에 대해 혹독한 평가가 예상된다면, 지금껏 고수한 삶의 방식과 태도를 바꿀 수 있을까. 화학자였던 알프레드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다이너마이트가 광산·수로·터널 굴착과, 철도·도로 건설 등에 쓰이면서 완공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평은 거기까지였다. 파괴력이 큰 다이너마이트가 전쟁 무기로 사용되면서 노벨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냉담해졌다. 무자비한 인명 살상이 자행될수록 엄청난 부를 축적한 노벨에게 연일 맹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노벨은 신문에서 버젓이 살아 있는 자기가 죽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형인 루드비히 노벨의 사망을 오인한 보도였다. 오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기사 내용이었다. 평생의 성취와 공헌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언급도 없이 ‘죽음의 상인이 죽었다. 그는 많은 사람을 빨리 죽이는 방법을 찾아 돈을 모았다’는 악평 일색이었다. 그로부터 8년 뒤 노벨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받은 바 능력으로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새는 수 킬로미터 위의 창공에서도 땅바닥에 붙은 벌레를 찾아낼 만큼 멀리까지 본다. 시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매는, 안구에서 물체의 상이 맺히는 황반에 사람보다 다섯 배 많은 시세포가 집중되어 있다. 덕분에 매우 빠르게 지나가는 물체도 슬라이드 형식으로 천천히 볼 수 있어 날아가면서 부리로 작은 곤충을 잡아채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황반이 두 개라 카메라 렌즈처럼 초점 전환도 신속하다. 멀리서 땅을 내려다보며 먹이를 찾을 때는 망원렌즈로, 먹이에 집중하고 하강하는 순간에는 광각렌즈1로 바뀐다. 1. 넓은 각도의 시야를 가진 렌즈.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는 모든 신체 구조가 수중 생활에 맞춰져 있다. 물속 산소를 흡입하고 체내에 생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호흡기관인 아가미, 추진력과 균형에 중요한 기관인 지느러미가 대표적이다. 지느러미는 물고기의 혈액 순환을 활성화시켜 체온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극지방의 물고기는 체내에…
모두의 소망
회색빛이 어둡게 감도는 달 표면에 사람의 발이 닿는 순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던 이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지구의 대기권 밖 천체에 처음 착륙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달에 사람을 보냈다가 귀환시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원대한 프로젝트 ‘아폴로 계획’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25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비용, 40만여 명의 과학·기술자의 지식과 기술이 총동원돼 거둔 성과였다. 달 탐사에 나선 우주비행사들이 입은 우주복에도 관심이 쏠렸다. 우주비행사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함은 물론 달에서의 활동 편의성까지 갖춘 우주복은 20세기 과학 기술의 총체였다. 우주복은 300도에 달하는 달의 극심한 일교차를 견디고, 산소 등 기체의 압력을 유지해 착용자가 안정적으로 호흡할 수 있게 했다. 강력한 태양열과 방사능, 우주먼지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통신장비와 배설 보조장치까지 갖췄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우주선’이라고 불리는 이 우주복은 첨단 군수업체가 아니라 뜻밖에도 유아·여성 속옷 전문 회사 재봉사들이…
악취에서 향기로
프랑스 남동부,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그라스에 봄이 오면 아름다운 꽃 잔치가 시작된다. 장미와 재스민, 라벤더, 아이리스, 투베로즈, 미모사 꽃이 피어나 온 도시에 꽃향기가 감돈다. 따사로운 햇살과 온화한 바람, 맑고 풍부한 물의 조화가 빚어낸 그라스의 꽃들은 이름만 대면 아는 브랜드들의 향수 원재료로 쓰일 만큼 향이 진하다. 매년 100만여 명의 여행자들이 찾는 그라스는 16세기까지만 해도 향기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장갑, 조끼, 부츠 등의 가죽 제품을 생산·판매했기 때문에, 동물을 도축해 가죽을 얻는 과정에서 생기는 악취와 가죽 자체의 퀴퀴한 냄새가 마을 전체에 진동했다. 불쾌한 가죽 냄새를 없애려고 전전긍긍하던 어느 날, 한 무두질 장인이 해법을 발견했다. 향이 강한 꽃잎 등을 섞은 동물 기름에 가죽을 담갔다 꺼내면 좋은 향이 가죽에 스민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향기 나는 가죽 제품은, 특유의 누린내 때문에 가죽 제품을 쓰지 않던…
먼저 이루셨으니
1954년 5월 6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육상경기장, 스물다섯 살 청년 로저 배니스터가 전속력으로 달려 1마일(약 1609미터) 결승선을 통과했다. 3분 59초 4. 그때까지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었다. 이날의 쾌거는 육상계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만 해도 사람이 1마일을 4분 안에 뛰려 할 경우 폐와 심장, 근육, 인대가 파열돼 죽을 수도 있다는 운동 생리학자들의 경고까지 나온 터라 ‘4분의 벽’을 넘어서려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 기록 달성을 막는 사회적 통념을 깨겠다고 결심할 때부터 배니스터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과 날마다 싸워야 했다. 위험하다며 도전을 반대하는 코치와 담당 의사의 도움 없이 혼자 훈련하는 외로움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두려움과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 4분 안에 결승점을 통과하는 자신의 모습과,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내는 관중,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트랙을 달렸다. 그렇게 1초, 1초 기록을 단축하여 끝내 새로운 기록을 써냈다. 배니스터가…
시작할 수 있는 힘
프랑스 파리 교외에 사는 데제생트 공작은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책을 읽다 런던을 동경하게 되고 난생처음 여행을 시도한다. 들뜬 마음으로 옷을 차려입고 짐을 꾸린 그는 파리 시내로 가서 런던 안내 서적을 한 권 사고, 기차 시간까지 영국식 식당에 앉아 한껏 여행 기분을 즐긴다. 그러나 식사를 마친 그는 이내 고민에 빠진다. 여행길에서 찾아올 피로, 낯선 잠자리의 불편, 약한 몸에 파고들 추위 등 여행지에서 맞닥뜨릴 이런저런 일들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의자에 앉아서도 아주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데 구태여 직접 다닐 필요가 뭐가 있나.’ 데제생트 공작은 그길로 식당을 나와 집으로 돌아간다. 새로운 세계를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할 기회를 잃고 만 것이다. 조리 카를 위스망스의 소설 《거꾸로》의 줄거리다. 데제생트 공작처럼 누구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늠하며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시작하기도 전에 지레…
오늘의 고통을 참고 인내해야 함은
똑똑한 사람을 두고 “아이큐가 높다”고 한다. 융통성 있고 공감 잘하는 사람을 가리켜 “이큐가 높다”라고 표현한다. 지능의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Intelligence Quotient·지능지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인 EQ(Emotional Quotient·감성지수)는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 나가는 데 있어 여러 자질이 요구되는 만큼 특정 능력을 수치화한 용어들도 다양해졌다. MQ(Moral Quotient·도덕지수), CQ(Creativity Quotient·창조성지수), DQ(Digital Quotient·디지털지수), PQ(Passion Quotient·열정지수) 등등. 이중 21세기 성공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AQ(Adversity Quotient·역경지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AQ 즉 역경지수는 숱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앞으로 나아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폴 스톨츠가 1997년 만든 신조어다. 스톨츠는 미래에 성공적인 삶을 살려면 지능지수나 감성지수보다 역경지수가 높아야 한다면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사람들이 대처하는 자세를 등반에 비유해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문제가 생기면 하던 일을 쉽게…
한결같은 사람
거친 파도가 뱃전을 두드리는 열흘간의 뱃길. 포구에 내려 80리 돌길을 걸어 겨우 당도한 제주 대정의 한 칸 초가. 뜻하지 않은 정쟁에 휘말려 유배 길에 오른 추사 김정희가 기거할 거처였다. 조선 후기, 명문가의 후손이자 당대 최고의 학자·예술가로 칭송받으며 성균관대사성, 이조참판 등의 중책을 역임하고, 외교사절단으로 간 중국에서 현지 학자·문인들과 왕성하게 교류했던 김정희의 유배 생활은 쓸쓸하고 황량했다. 거친 음식이나 질병으로 인한 고통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는 지인들의 야박한 인심이었다. 친한 벗과 사랑하는 아내의 연이은 부고는 깊은 슬픔과 낙심으로 이어졌다. 절해고도에 홀로 갇혀 뼈아픈 고독과 절망 속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김정희에게 한결같은 교분을 보여준 이가 있었다. 업무차 중국에 갈 때마다 스승 김정희가 좋아할 만한 책을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상적1이다. 이상적은 집 한 채 값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황조경세문편》2…
파트너의 힘
국제경기에서 메달을 걸고 금의환향한 유도 선수가 자신의 숨은 조력자로 ‘훈련 파트너 선수’를 언급했다. 그와 연습한 기술로 준결승에서 승리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훈련 파트너 선수는 국가대표가 시상대에 오르기까지 수십 번 바닥에 메쳐지고 다시 일어났다. 국가대표와 일대일로 훈련하며 기술 연마 등을 돕는 선수인 훈련 파트너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각종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딘다.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선수와 한 몸이 된 이들은, 시상대에 함께 오르지 않더라도 선수의 성취를 진심으로 기뻐한다. 국가대표의 훈련을 돕는 만큼 훈련 파트너의 실력은 국가대표와 어깨를 견줄 만하다. 비록 개인이 드러나지 않아도 종목의 발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선수촌에 입소해 국가대표에게 많은 부분을 맞춰서 생활한다. 식사, 취침,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훈련은 물론 경기에서 만날 상대 선수의 특기와 자세 분석도 함께한다. 운동선수들에게 같은 목표를 위해…
보이지 않는 사랑
활주로에 진입한 비행기가 천천히 움직이다가 제트엔진이 켜지는 순간 강력한 힘으로 질주한다. 시속 2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가 비행기 날개 위아래의 압력 차를 극대화하면서 양력(揚力, lift force)1을 일으킨다. 중력을 넘어설 만큼 커진 양력은 4백 톤이 넘는 육중한 기체를 하늘로 밀어 올린다. 미끄러지듯 떠오른 비행기는 하늘을 향해 순식간에 도약한다. 지상의 풍경이 멀어지고 하늘의 장관이 펼쳐지면서 비행기는 순항고도에 다다른다. 1. 중력에 반대되는 위쪽으로 작용하는 힘. 높은 압력에서 낮은 압력 쪽으로 생기며 비행기의 날개가 이 힘을 이용하여 비행기를 하늘에 띄운다. 비행기의 안전 운항은 적합한 기상 여건과 철저한 기체 정비, 최적의 활주로 상태가 전제돼야 한다. 특히 활주로 상황은 상당히 가변적이어서 이륙 직전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갑자기 비나 눈이 내려 활주로 노면의 마찰 계수2가 0.25 이하로 떨어지면 비행기 이착륙이 불허된다. 활주로 위에 떨어진 타이어 파편,…
신뢰 점수
해양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던 15~17세기, 후발 주자였던 네덜란드는 유럽 상선의 80퍼센트가량을 보유하며 세계 해운업을 주도했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을 따돌리고 선두 주자로 나선 비결 중 하나가 네덜란드 상선에 대한 높은 신뢰였다. 그 신뢰의 시작점에 빌럼 바렌츠 선장이 있었다. 1596년, 바렌츠 선장은 북극해를 넘어 아시아로 가는 최단거리 바닷길을 개척하기 위해 세 번째 항해에 나섰다. 바렌츠호는 경쟁국이 선점한 항로보다 빠르게 가겠다는 각오로 야심차게 출항했으나 얼마 못 가 빙하에 갇히고 말았다. 선원들은 갑판을 뜯어 빙하 위에 움막을 짓고 그 안에서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동물을 사냥해 허기를 달랬다. 약 1년이 지나 선원들은 두 대의 보트에 나눠 타고 빙하가 녹아 벌어진 틈으로 간신히 탈출했다. 구조를 기다리며 표류하는 동안 쇠약해진 바렌츠 선장이 사망했다. 선원들이 구조된 것은 빙하에서 빠져나온 지 50일이나 지난 뒤였다. 사람들은 선원들의 기적 같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뛰어난 색채 화가이자 20세기 그래픽 아트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앙리 마티스. 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화가로 한 세기를 풍미한 그는 본래 법학을 전공한 재판행정담당 서기였다. 미술에 흥미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내던 그는 젊은 나이에 당시 큰 병이었던 맹장염에 걸리고 만다. 수술 후 긴 요양의 시간을 보내는 그에게 어머니는 물감을 사다주었고, 이는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미술의 매력에 푹 빠진 마티스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로서 인생을 다시 시작했다. 이후 실제 보이는 것과 다른 부자연스럽고도 도발적인 색상, 거친 붓의 질감으로 그림을 완성해 야수주의를 창시했고, 최소한의 색과 간결한 선 사용으로 동작과 감수성을 풍부하게 담아내며 표현주의와 추상주의의 씨앗을 뿌렸다. 말년에 대수술을 받고 더 이상 붓을 잡기 어려워진 마티스는 휠체어나 침대에 몸을 의지한 채 유화 물감 대신 색종이를 오려 화폭을 채웠다. “가위는 연필보다 더 감각적이다”라는…
오래 견디는 힘, 지구력
신체 능력이 다른 동물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는 인간에게 압도적으로 우월한 능력이 있다. 바로 지구력이다. 힘이나 스피드가 부족하고 위협적인 뿔이나 이빨, 발톱도 없던 수렵시대 인류에게 지구력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무기였다. 치타, 타조, 말, 영양 등과 같은 동물처럼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하는 대신 사냥감이 지쳐 탈진할 때까지 몇 시간이든 끈질기게 쫓아가는 그들의 지구력은 ‘추격 사냥’을 가능하게 했다. 인체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 구조는 오랫동안 달리는 데 적합하게 설계됐다. 몸 안의 열을 땀샘으로 배출하는 쿨링 시스템, 먼 거리까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목덜미의 튼튼한 인대, 에너지를 축적했다 스프링처럼 튕겨내는 길고 단단한 아킬레스건, 상대적으로 크고 강한 종아리와 엉덩이 근육 등은 오래 달리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다. 사냥감 추적에 유용했던 신체 조건과 지구력은 인간의 한계를 놀랍도록 확장시키고 있다. 2013년, 뉴질랜드의 40대 여성 울트라마라토너1가 약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