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기를 소망하는 성도들이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은혜 갚은 고양이
15년 전의 일이다. 단독주택인 우리 집에는 사시사철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했다. 봄에는 나비, 집게벌레, 노래기, 여름에는 귀뚜라미, 매미, 거미 등이었다. 가장 골칫거리는 쥐였다. 하루는 엄마와 함께 쥐와 벌레를 잡으려 옥상에서부터 화장실, 창고까지 구석구석 살충제를 뿌리고 약을 쳤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야옹” 하는 소리가 났다.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없었기에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고양이 울음소리는 새벽까지 이어지다 어느 순간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절규로 변했다. 잠에서 깬 엄마가 황급히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나도 엄마를 따라 옥상으로 향했다. 엄마는 옥상 물탱크 쪽에 손전등을 비추고서 “아이고, 이를 어째!” 하며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가니 아기 고양이가 물탱크에 빠져 허우적대는 광경이 보였다. 어미 고양이는 아기 고양이를 살리려 애타게 부르짖고 있었다. 엄마는 급히 아기 고양이를 건져내 수건으로 닦고 심장 마사지를 해주었다. 방으로 데리고…
일본 도쿄 최은진
잡초를 이기지 못하면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처음 짓게 된 두 농부가 있었다. 봄에 모를 심던 두 농부는 가을에 누가 더 많은 수확을 거둘지 내기를 했다. 여름이 되자 두 농부의 논에 벼가 싱싱하게 자라났다. 그런데 얼마 후 벼 사이사이에 잡초들이 자라더니 나중에는 벼보다 잡초가 더 많이 보였다. “아무리 뽑아도 또 생기잖아. 도대체 언제까지 잡초를 뽑아야 하는 거야.” 한 농부는 잡초를 뽑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다른 한 농부는 계속 잡초를 뽑았다. 한 번에 다 뽑으려고 하기보다 힘 닿는대로 뽑곤 하다 보니 그의 논에도 잡초가 자라긴 했지만 벼 또한 튼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어느덧 가을이 되자 잡초 뽑기를 포기한 농부의 논에는 쭉정이만 있는 벼와 키가 훌쩍 큰 잡초들로 무성했다. 반면 다른 농부의 논에는 잘 익은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두 농부의 내기에서 누가 이길지는 여름에…
포기하지 않아서 고마워
사회 초년생 때 직장 동료로 만나 8년간 연을 이어온 언니가 최근 새 생명의 축복을 받은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언니에게 꾸준히 진리 말씀을 전했지만 언니는 하나님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무슨 말씀을 전해야 할지 몰라 말도 못 꺼내고 시간만 흘려보내던 어느 날, 카페에 가자는 언니의 메시지를 확인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일어나서 휴대폰을 보니 신기하게도 언니에게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습니다.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꿈 내용을 이야기하자 “그럼 우리 진짜 카페 갈까?”라고 하기에 그길로 언니를 만나러 갔습니다. 언니는 자신의 여섯 살 난 딸아이와 며칠 전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엄마, 숫자 끝까지 나이를 다 먹은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다른 나라에 가게 되겠지?” 언니는 딸의 질문에 답하면서 하늘나라가 정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순간…
한국 평택 김새롬
열매
조선 영조 시절 영의정이었던 정호가 늙어 관직을 그만두고 고향에서 과수원을 가꾸고 있을 때의 일이다. 도승지 이형좌가 정호를 만나러 왔다가 배나무에 접을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공의 춘추가 이미 여든이 아니십니까? 언제 열매를 드시려고 나무에 접을 붙이고 계십니까?” 정호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 후 이형좌가 충주 감사가 되어 정호를 찾아왔다. 정호는 그에게 잘 익은 배를 대접했다. “정말 달고 맛있군요. 이런 배를 어디서 나셨습니까?” 이에 정호가 조용히 대답했다. “이게 바로 자네가 날 찾아왔을 때 접붙인 나무의 열매일세. 결실을 당장 얻을 수 없다고 해서 접붙이기를 안 했다면 이 배도 얻을 수 없었겠지.”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는 하나님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일이 하루아침에 수포가 된다면 누구나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한 그때, 하나님께서는 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하신다. 사무엘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자신이 직접 기름을 붓고 왕으로 세운 사울을 아꼈던 만큼 그의 몰락을 누구보다 슬퍼했다. 사무엘이 힘들어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이미 다윗을 왕으로 예선하시고 새로운 역사를 펼쳐가셨다(삼상 16장 1절).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너의 경영하는 것이 이루리라 ⋯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잠 16장 3~9절 내 계획이 다 무너지고 소망이 다 사라진 것 같을 때, 하나님께서는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신다. 어떤 일이 내 뜻대로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건 하나님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계신다는 뜻이 아닐까. 일이 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계획으로 새 일을…
한국 고양 이성언
우리 엄마
우리 엄마의 머릿속엔 자식들 생각뿐이다. 뙤약볕에서 잡초를 뽑아가며 깨가 여물었나 수도 없이 확인하고, 한 톨 한 톨 귀히 털어 타지 사는 자식들에게 일일이 택배로 부치는 엄마. 가진 것을 다 주시고도 전화할 때마다 필요한 것은 없는지 자식들의 안부만 묻는다. 온통 내게 집중된 대화에 겨우 틈을 얻어 엄마의 안부를 물어도 늘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난 괜찮다. 너희들만 잘 살면 돼.” 나는 둘 키우기도 버거웠는데 엄마는 자식 셋을 키웠다. 아이들이 사춘기에 들면서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상했으니 엄마 가슴에는 얼마나 많은 상처가 곪고 곪아 흉터로 남았을까. 엄마가 되어보니 이제야 엄마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리라 다짐해본다.
한국 김해 박혜영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
“엄마, 이가 나요!” 아홉 살 된 딸아이가 입을 벌리고 새로 돋아난 하얀 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아기들은 보통 생후 6~8개월에 유치가 나기 시작하고, 5~8세 정도 되면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지요. 이가 올라온다며 아이가 치아를 보여주는데 하나님의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치아가 잇몸의 생살을 뚫고 나오는데도 피가 나지 않고 아이가 아픔을 거의 느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치가 나기 시작할 때 아이들은 고통 대신 간지러움을 느껴 혀를 잇몸에 대고 비비거나 침을 흘리기도 합니다. 참 놀라웠습니다. ‘아, 자녀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려는 하나님의 사랑이 여기에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치아가 날 때마다 고통을 느낀다면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치아가 나는 것은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 아니라 고통의 시간이겠지요.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를 동물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연히 ‘Foal Slippers(망아지 슬리퍼)’에 관한 영상을 보았습니다. 갓 태어난 망아지나 당나귀의 굽은 아주 부드러운 스펀지 같은 것으로 싸여 있습니다.…
한국 청주 최형순
착한, 대단한, 소중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 아래, 주변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습니다. 다양한 일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동경했던 학문을 배우러 미국으로 건너가 최첨단 학문과 기술을 접했습니다. 평생 엔지니어이자 학자로 살면서 종교에는 배타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종교를 이유 없이 배척하지는 않았지만, 타국에서나 조국에서나 일부 종교인들의 옳지 못한 행동에 실망을 거듭해 온 터였습니다. 속으로 ‘믿는다는 사람이 저러면 안 되지 않나!’ 탄식하며 저는 그렇게 살지 않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제주도에 정착한 지 3년 되던 해였습니다. 아내가 분명 교회를 다니는 것 같은데, 제게 한 번도 같이 가자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관심은 점점 의심이 됐고, 불시에 한번 따라가서 괜찮은 교회인지 보고 판단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아내가 다니는 하나님의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교회에서 설명하는 것 중 하나만 틀려도 조목조목 오류를 지적해서 아내를 데리고 올 요량이었습니다. 막상 말씀을 듣고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껏 종교인들의…
한국 서귀포 김광민
실패와 경험
캐나다의 유명한 미생물학자 에이버리는 수많은 실험에서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안타까워 그를 걱정해 주곤 했지만 그는 한 번도 얼굴을 찌푸리거나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실패한 실험도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넘어지더라도 그때마다 뭔가를 주워서 일어나면 그것이 모여 결국 성공을 이루게 되니까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것을 ‘실패’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패할 때마다 좋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그것은 값진 경험이 됩니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입니다.
믿음 생활의 보물
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학 교수가 나와 한국어와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 사람이 한국어를 하는 것이 무엇이 어려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즉 ‘문해력’이 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라 눈길이 갔다. 과학, 수학,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도,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잘 표현하는 밑바탕도, 상호 소통하고 대화하는 데 필요한 것도 국어 능력임을 고려한다면 국어 능력은 모두에게 참 중요하다. 그는 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단어 수집’을 들었다. 단어를 하나하나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 모은다면 자신의 보물이 된다고 했다. ‘주머니 속 단어가 보물이라⋯.’ 문득 오래전 또래 식구들과 진리 발표 연습을 할 때 한 목사님이 해준 말씀이 떠올랐다. 당시 우리는 발표에 필요한 성경 구절을 외우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목사님은 웃으며 “이 구절 하나하나가 모여서 우리의 자산이 됩니다”라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조재언
물음표와 느낌표
약속 시간에 늦은 친구에게 “오늘도 늦으면 어떡해?”라고 말하려다 “오느라고 힘들었겠다!”라고 말해봅니다. 실수를 자주 하는 후배에게 “또 실수한 거야?”라고 말하려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해봅니다. 급한 때에 연락이 안 된 동생에게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니?”라고 말하려다 “큰일이 생긴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해봅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더니 부정이 물러가고 긍정이 찾아옵니다.
나팔꽃의 꽃말
꽃의 특징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 말, 바로 ‘꽃말’이다. 초록색 장미의 꽃말은 ‘천상에만 존재하는 고귀한 사랑’이라고 한다. 동아리 모임에서 한 신입생 자매님을 통해 알고 나서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꼈다. 다른 꽃들의 꽃말도 궁금해졌다. 히아신스는 겸손한 사랑, 목화는 어머니의 사랑, 나팔꽃은 기쁜 소식. 나팔꽃의 꽃말이 기쁜 소식이라니! 천국 복음을 전하는 우리의 사명이 떠올랐다. 복음의 나팔로 온 인류에게 천국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우리는, 영적 나팔꽃이다.
한국 성남 조민아
꾸준히 변화하는 삶
현재 상태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갖추기 위해 변화하는 것보다, 변화한 뒤 그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글을 본 적 있다. 지난 삶을 돌아보니 맞는 말이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그 일을 한두 번 실행해 보기는 해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의 자녀다운 모습을 갖춰야 함을 깨닫고 변화하겠노라 늘 다짐하더라도 죄의 본성을 지닌 우리가 매일 매 순간 그 깨달음대로 실천하기란 참 어렵다. 그런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교훈하셨다.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오직 경건에 이르기를 연습하라 육체의 연습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 전 4장 7~8절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 오직 하나님을 바라보는 연습,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 연습, 하나님 말씀대로 사는 연습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그 길이 어려울지라도,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고, 우리가 지치지 않도록 위로하시며, 잘할 수…
한국 순천 유보미
축복의 비결
영적 축복을 많이 받는 식구의 비결이 궁금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 드디어 답을 알게 됐습니다. 그분의 가장 큰 달란트는 ‘감사’였습니다. 감사할 일이 생기면 감사를 넘치도록 하고 감사한 일은 잊지 않고 계속 되새김질하더군요.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매 순간 감사할 줄 아는, 하나님의 자녀다운 모습이 축복의 비결인 듯했습니다. 저를 돌아봤습니다. 진리를 처음 접했을 때는 모든 것에 감사했지만 최근에는 감사해야 할 일도 당연시하며 지나쳤습니다. ‘아! 내가 감사를 잊고 있었구나. 정말 교만했구나!’ 하나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새 언약을 전하는 복음의 일꾼이 감사를 잊고 살았으니 복음의 결실이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지요.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늘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어느 새노래 가사처럼, 구원해 주신 은혜만도 감사하니까요.
한국 대구 최윤희
무릎 꿇고 있는 나무
로키 산맥 해발 3천미터 높이의 수목 한계선 지대. 이 지대의 나무들은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곧게 자라지 못하고 무릎 꿇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열악한 조건을 인내로 이겨낸 흔적입니다. 그런데 가장 공명이 잘 되는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이 바로 이 무릎 꿇고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온갖 역경과 아픔을 이겨낸 사람들만이 인생의 아름답고 절묘한 선율을 낼 수 있습니다.
어머니를 닮은 간절함으로
칠전팔기.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면 된다지만 저는 고작 두 번 넘어지고도 다시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사실, 넘어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두 번의 해외 단기선교에서 비록 복음의 결실은 없었어도 너무나 값진 깨달음과 감동을 얻었으니까요.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아도, 기쁜 일은 모두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누군가 힘들어하면 함께 위로하면서 ‘형제 사랑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영적 연대감을 느꼈고, 낯선 곳에서의 봉사활동은 시야를 넓혀주었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냈다는 가슴 벅찬 감동까지 안겨주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감사한 일이 너무나 많았는데 제 마음에는 자꾸 한 가지 생각만 맴돌았습니다. ‘이번에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세 번째 단기선교를 나설 기회가 눈앞에 있었지만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서인지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잡지 못하면 더 후회하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더 준비하고 도전하자며 자꾸만 저 자신을 합리화할 뿐이었습니다. 의기소침한…
한국 성남 엄노을
고추 따던 날
「미안한데 고추 따러 한번 와라.」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어느 늦은 밤, 시골에서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짓는 오빠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짧은 메시지에 오빠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다음 날, 첫차를 타고 시골집으로 향했다. “엄마, 일꾼 도착했어요.” 엄마는 일손이 달리는 차에 거들 손이 왔다고 좋아하시면서도 딸이 더운 날씨에 고생할 생각에 미안해하셨다. 엄마와 함께 고추밭에 도착하니 아빠, 오빠, 새언니가 작업에 한창이었다. 고추 농사는 이번이 처음인데, 밭은 생각보다 넓었고 고추는 빨갛게 물들어 수확을 재촉하고 있었다. 엄마와 마주 서서 한 두둑을 따기 시작했다. 고랑마다 제때 뽑지 않은 풀들이 무성해 앞을 가로막았다. 평생을 농사일로 단련한 엄마의 손은 재빨랐다. 풀 때문에 고추 따는 작업이 더딘 와중에 엄마와 보조를 맞추느라 허리 한번 펼 수 없었다. 바람도 구름도 없이 태양만 이글거리는 하늘 아래 작업복과 모자는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얼굴은…
한국 광주 백경란
마스크
미세먼지가 아무리 심해도 쓰지 않던 마스크를 지금은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귀가할 때까지 꼬박꼬박 착용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잊어버리고 나왔다가 황급히 집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마스크 없이는 대중교통 이용이나 상가 방문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쓰는 것을 워낙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여전히 불편합니다. 기온이 조금이라도 높은 날은 더 힘듭니다. 얼굴의 반을 마스크로 가리고 걷다 보면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숨이 가빠지지요. 바람이 불어도 시원하지가 않아 마스크를 빼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듭니다. 그럴 때마다 하늘의 영광 보좌를 뒤로하시고 이 땅에 오신 하늘 아버지, 하늘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저는 손바닥만 한 마스크도 힘들어 하는데 하나님께서는 오직 자녀들의 구원을 위해서 육신을 입으시는 고난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자녀들과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하시며 베풀어주신 한없는 사랑과 희생에 감사드립니다.
한국 서울 김혜선
문이 열리는 이유
14개월 된 딸은 집 안의 여러 버튼을 누르고 반응 보는 걸 재밌어합니다. 제 딴에는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는지 전등 스위치를 눌러 거실에 불이 켜지면 해맑게 웃으며 손뼉을 칩니다. 정말 기분이 좋을 때는 “다!” 하며 자기 나름의 감탄사를 외치기도 하고요. 가장 좋아하는 건 공동현관문과 집 현관문의 도어락 버튼입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아이는 제게 안겨서 공동현관문 저만치서부터 손가락을 내밀며 낑낑거리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직접 도어락을 누르겠다는 뜻입니다. 지나는 사람이 없는 경우 저희는 문 앞에 서서 아이가 먼저 비밀번호를 누르도록 해줍니다. 아이가 내키는 대로 누른 번호로 현관문이 열릴 리가 없습니다. 연신 비밀번호를 틀리면 그제야 아이는 저를 바라보며 칭얼댑니다. 어떻게든 해달라고요. 저희는 비밀번호 4자리 중 3자리를 미리 누르고 아이의 손가락을 잡아 마지막 번호 하나를 누르도록 합니다. 그렇게 공동현관문이 열리면 아이는 두 팔을 활짝 벌려서 크게 손뼉을 치며…
한국 김제 김종빈
꼭 듣고 싶었던 한마디
한 과자 회사로 찾아온 고객이 직원들에게 거칠게 항의를 했다. “과자 봉지 안에 이물질이 들어 있었소. 그것도 모르고 몇 개나 먹었는데 어떻게 할 거요?” 담당자는 바로 고객에게 가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배상해 드릴까요?” 그러나 고객은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동료 직원들도 함께 사과를 하며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때, 소란을 지켜보던 사장이 고객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걱정스런 말투로 말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그 말에 고객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나는 그 한마디가 듣고 싶었습니다. 직원들은 모두 변명만 늘어놓았거든요. 이제 기분이 풀렸습니다.”